[이슈메이커] 새 정부 출범 맞아 경제단체 ‘맏형’ 경쟁
[이슈메이커] 새 정부 출범 맞아 경제단체 ‘맏형’ 경쟁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6.0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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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기업 살리기 한목소리 내는 재계
적극적인 투자 약속 등 기민한 대응 이어나가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새 정부 출범 맞아 경제단체 ‘맏형’ 경쟁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주요 경제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현안에 대한 측면 지원에 나서거나 경제 파트너 역할을 통해 위상 강화를 도모하는 등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주요단체 간 전략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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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 늘리며 새 정부와 ‘동반자’ 관계 기대하는 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회장이 활발한 대외활동을 전개하며 윤석열 정부와의 접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실제 정부 출범 이전 당선인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최 회장은 네 차례나 회동한 바 있다. 재계 대표단체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셈이다.
 
첫 만남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요청으로 3월21일 이뤄진 윤 당선인과 6개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였다. 이후 서울에서 열린 경제안보 포럼에서 재회한데 이어 대한상의가 주도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기원 대회’에서도 두 사람은 만남을 가졌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새 정부와 재계가 공을 들이는 국제행사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박람회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최 회장은 “민관협력 파트너로서 정부와 원팀이 돼 일심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최 회장에게 공동 유치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어 4월25일에는 경기도 성남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제조현장을 찾은 윤 당선인을 직접 맞이해 백신 개별 현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백신 연구에 국가 잠재력과 먹거리, 경제, 보건, 안보가 다 담겨있다”며 “기업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연이어 최 회장은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초청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혁신 성장 특별좌담회’을 열어 ‘ESG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최 회장과 윤 대통령의 개인적인 인연도 화제다. 1960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1976년 서울 충암고에 함께 입학했다. 이후 최 회장이 1학년을 마치기 전 집과 가까운 신일고로 전학을 갔지만 재계는 두 사람이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 때문에 재계는 최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가 새 정부에서도 재계 맏형의 위상을 굳힐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 역시 정부와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49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이제는 민간이 정부 정책의 조언자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책 수립 초기부터 민관이 원팀이 돼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온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통령 취임에 맞춰 발표한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경제인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새 정부는 물가·환율·공급망 차질 등 단기적 위기 요인을 극복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사회 발전과 경제 재도약을 이뤄 주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주요 경제단체들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2022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주요 경제단체들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2022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절치부심 전경련, 위상 회복 가능할까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위상이 크게 떨어졌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재계 단체장 모임에 참석하는 등 모처럼 기지개를 펴고 있다. 1961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전경련은 그간 회장단 회의를 통해 국내 주요 총수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재계 행사를 기획하는 등 경제 5단체에서 맏형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로 낙인찍혔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을 연이어 탈퇴했고 회원사는 약 600곳에서 450곳 정도로 줄었다. 회원사 감소로 전경련의 회비 수익 역시 2016년 409억 원에서 2020년 71억 원으로 급감했고 200명에 달하던 임직원 수도 현재 8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전경련이 문재인 정부로부터 ‘패싱’ 당하는 동안 재계의 맏형 역할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신했고 경제 5단체의 전경련 자리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차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21일 경제단체장과 진행한 오찬 모임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참석한 것이다. 전경련은 이번 오찬에 단순 참가하는 것을 넘어 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인 측이 경제단체 중 전경련에 가장 먼저 연락을 했고 전경련이 다른 경제단체에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여기에 민간 중심의 산업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기조로 인해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경련과의 소통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은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한국 경제 도약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경제계는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 본연의 역할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관한 경제 효과가 수 조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작성하며 노골적인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청와대 이전 효과를 과도하게 높게 계산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김현석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에 의뢰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매년 1조 8,000억 원의 청와대 관광수입이 발생하고 사회적 자본 증가로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조 3,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청와대 개방으로 연간 2,0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회장이 활발한 대외활동을 전개하며 윤석열 정부와의 접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2022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회장이 활발한 대외활동을 전개하며 윤석열 정부와의 접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2022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정부 출범에 기대감 나타낸 경총과 무협
손경식 회장과 구자열 회장이 이끄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경총은 노사 전문 단체를 넘어 종합 경제 단체로의 도약을, 무역협회는 관료 그늘을 벗어나 수출기업 대표단체 정체성 회복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대외활동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4월 말 미국 워싱턴과 뉴욕 등을 방문해 미국국제비즈니스협의회, 헤리티지재단 관계자와 회동했다. 대미 네트워크를 다지고 한미 경제협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손 회장은 미국 방문 기간 중 톰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만나 “윤석열 정부는 기업들에게 아주 좋은 정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새 정부에서 기업 친화적인 환경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담긴 발언이다.
 
지난해 15년 만에 민간기업 출신 총수를 회장으로 선임한 한국무역협회도 위상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자열 회장은 LS그룹 회장 출신으로 지난해 31대 무역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무협은 1999~2006년 재임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물러난 뒤 관료 출신이 회장직을 맡아 왔다. 이로 인해 수출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임에도 민감한 경제정책에 업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채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간 출신 구 회장의 취임으로 수출기업에 필요한 대표성과 함께 소통창구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위상이 크게 떨어졌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 단체장 모임에 참석하는 등 모처럼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문재인 정부에서 위상이 크게 떨어졌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 단체장 모임에 참석하는 등 모처럼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편 새 정부 출범에 대한 중견·중소기업계의 관심도 크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윤 대통령에게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 기업에 대한 세금 완화 등을 공언했던 만큼, 중견·중소기업계는 기업 규제 완화와 함께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하게 진행된 노동 정책의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견련은 ‘경제재도약을 위한 새 정부 경제정책 제언’을 통해 “중견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1.4%에 불과하지만 매출의 16.1%, 고용은 13.8%를 담당하는 핵심 기업군”이라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진입하자마자 온갖 규제를 떠안기는 불합리함을 해소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기중앙회 역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하는 등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우리 경제는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의 중소기업은 25%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새 정부에서는 양극화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인 상생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공정한 납품단가 지급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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