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국민과 정부 소통창구에서 진영 대결 ‘전쟁터’로
[이슈메이커] 국민과 정부 소통창구에서 진영 대결 ‘전쟁터’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5.0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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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턱 낮춘 문재인 정부 상징

허위 청원에 정쟁의 장으로 변질 ‘몸살’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국민과 정부 소통창구에서 진영 대결 ‘전쟁터’로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을 상징하는 정책 중 하나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제도 도입 철학처럼 국민은 청원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표출했고, 정부는 청원 답변을 통해 국민과 소통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중반기 이후 정치 진영 간의 세 대결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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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국민청원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2017년 8월 19일 도입됐다. 청원 게시 후 30일 동안 이에 동의하는 사람이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 관계자나 정부 관계자가 나서 답하는 방식이었다. 4월 20일 기준으로 5억 1,600만 명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방문했다. 매일 670건의 청원 글이 올라오면서 청원 건수는 110만 8,471건에 달했고, 2억 2,900만 명이 청원 글에 ‘동의’를 표했다. 이 중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284건의 청원에 대해선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답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현재도 게시판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청원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이내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청원도 4개나 된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국민청원 5년 운영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청원을 통한 국민의 목소리가 법개정과 제도 개선의 동력이 됐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을 상징하는 정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청와대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을 상징하는 정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청와대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실제 텔레그램을 통해 성 착취 영상을 유통한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역대 최다 동의를 기록한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원과 철저 수사 및 가해자 신상 공개, 처벌 등을 요구하는 등 9건의 관련 청원은 해당 사건을 공론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불법 촬영물의 인터넷상 유포를 원천 차단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불법 촬영물 판매뿐 아니라 소지·구입·시청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 등의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다.
 
이외에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인생이 박살났습니다’ 등 5건의 청원 이후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처벌 및 단속 기준을 강화한 일명 ‘윤창호법’이 통과되고, 단속 기준과 면허 취소 기준이 강화됐다. 또한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 등 심신미약 감경 의무 조항 폐지 관련 4건의 청원 이후 심신미약자라면 반드시 형을 감경해야 했던 조항을 임의 규정으로 변경하는 일명 ‘김성수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고,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등 어린이 교통안전 요구 관련 4건의 청원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전면 금지 및 과속단속카메라와 과속방지턱, 신호등 설치 의무화 등의 법·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이를 두고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심의 과정이 축소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 속에 보완 입법 또는 개정 등의 후속 과제가 남은 상태다.
 
 
‘조국 사태’ 이후 국민청원 제도는 정치 진영 간의 세 대결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조국 사태’ 이후 국민청원 제도는 정치 진영 간의 세 대결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정치적 대결장으로 변질되며 갈등의 활화산으로
그러나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 중반기 이후 정치 진영 간의 세 대결의 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계기가 된 사건은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갈등이 불거졌던 2019년 8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국 사건 수사 관련 기밀 누설죄로 윤 전 총장을 처벌해달라”는 관련 청원이 처음으로 게시됐다. 이후 여론은 좌우로 갈라졌고, 각 진영은 맞불 청원으로 대결을 벌였다.
 
첨예한 진영 갈등은 민주당 해산(33만 7,964건)과 자유한국당 해산(183만 1,900건) 청원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기도 했고, 2020년 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146만 9,023건)과 문 대통령 응원(150만 4,597건) 청원이 팽팽하게 맞서는 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후로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패스’ 찬반 청원과 의료계 파업, 젠더 문제 등을 놓고 대립의 장으로 활용됐다.
 
국민청원이 국민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자 청와대는 2019년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만 노출되도록 운영방식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시무 7조’ 은폐 논란 등 정부 비판 게시글만 숨기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저희 25개월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청원이 역대 21번째 최다 동의 수를 기록했지만 수사 결과 허위사실로 밝혀지는 일도 있었다.
 
한편 새롭게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국민청원 제도를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청와대 ‘국민청원’, 행정안전부 ‘광화문1번가’,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와 ‘국민생각함’, 지자체 민원시스템 등의 민원 제안 창구를 통폐합해 이를 대통령실로 이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인수위 허성우 국민제안센터장은 “국민들이 어디에 어떻게 민원을 접수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판단해 국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쉽게 민원을 제안할 수 있도록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허 센터장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서는 “취지는 굉장히 좋기 때문에 당장 폐지하진 않을 것”이라며 통합 창구가 마련되기 전까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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