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냉전’의 방아쇠 당기다
[이슈메이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냉전’의 방아쇠 당기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4.0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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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에 놀란 ‘나토’, 국방비 예산 증대로 대응

서방 대규모 제재 통해 ‘경제 전쟁’ 시작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냉전’의 방아쇠 당기다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속전속결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점령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항전’이 이어지며 러시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태도 장기화할 조짐이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동맹이 끈끈해지며 ‘신냉전’의 서막 역시 오르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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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처음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양국 간 전력 차가 크고 러시아가 장기간 대규모 군대를 접경지에 대기시켜온 만큼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러시아는 침공설을 일축하면서도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접경 주둔 병력을 늘려왔다. 실제 서방은 키이우 함락까지의 시간을 나흘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러시아군은 지상군과 공군의 합동 운영, 병참에 있어 허점을 드러내며 고전을 이어갔다. 세계 2위 군사력의 러시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신속 점령하는 것을 포기하고 최근 포위 작전으로 변경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시가전을 벌이면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포위 후 도시로 이어지는 보급선을 끊는 ‘고사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각지의 규탄에도 민간인을 대거 희생시키는 살상 행위 강도도 더해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특별 군사 작전’을 승인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했다. ⓒ러시아 대통령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특별 군사 작전’을 승인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했다. ⓒ러시아 대통령실

 

침공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탈레반에 속절없이 무너졌던 아프가니스탄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사태 초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망명설이 유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공 이틀째 직접 스마트폰을 들고 키이우 거리에서 인증 영상을 찍어 올리며 소문을 일축했다. 미국의 해외 대피 지원도 거절했다. 젤렌스키는 “각료들과 대통령이 모두 여기에 있다. 군대도 여기에 있다. 시민과 사회도 여기 있다. 우리 모두는 국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여기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며 국민들을 독려했다.

 

이에 시민들도 호응하며 화염병을 만들고 총동원령에 따라 직접 총을 들었고 서방이 지원한 무기도 우크라이나 저항에 보탬이 됐다. 독일과 스웨덴 등은 오랜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했다. 다만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동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 평화유지군 형태의 직접 파병을 주장한 것과 달리 미국은 병력 파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 신속 가입을 승인해 달라고 촉구했으나 EU 정상 회의에서 사실상 거부당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민에게 ‘항전’을 독려하며 이번 사태를 통해 재평가받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민에게 ‘항전’을 독려하며 이번 사태를 통해 재평가받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군비 증강하는 유럽, 3차 대전 우려도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놀란 유럽은 군비를 증강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주변에는 서방의 무기와 병력이 속속 배치돼 서방과 러시아가 ‘3차 세계대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위태로운 국면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대적인 제재가 이어지며 사실상 ‘경제 전쟁’이 시작된 모습이다. 반면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최서부 폴란드 국경 근처까지 미사일을 발사하며 나토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이나 인도 등 서방의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들과 반서방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991년 소련의 해체로 냉전이 종식한 이후 나토는 동유럽권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도 군비 증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나토 회원국은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2%로 국방비 확대’를 약속했지만 이를 지킨 나라는 미국과 영국 등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유럽은 서둘러 군비 증강에 돌입했다. 소련의 팽창주의와 군사적 위협에 맞서 창설됐던 나토가 잠에서 깨어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올해 1천억 유로의 추가 국방기금을 조성하고 2024년까지 현재 GDP 대비 1.5% 수준인 국방비도 2% 이상으로 끌어 올리기로 한 독일의 변화는 가장 극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은 군비 증강에 가장 소홀했고 서유럽권에서 러시아와 유대관계가 가장 깊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역시 GDP 대비 1.37% 수준인 국방비를 2024년까지 2%로 증액하기로 했으며 폴란드와 덴마크 등도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신냉전의 축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대만과 일본, 호주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도 군비경쟁에 나선 상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마자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은 대대적인 제재를 가동했다. ⓒ백악관/Flic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마자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은 대대적인 제재를 가동했다. ⓒ백악관/Flickr

 

대대적 제재로 철의 장막에 갇힌 러시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마자 서방은 대대적인 제재를 가동했다.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했고 무역 관계에서 러시아의 최혜국 지위를 박탈하는 등 전략 물자 금수 조치를 통해 러시아 옥죄기에 돌입했다. 러시아 에너지의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제재에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2027년까지 ‘에너지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미국에 발맞추고 있다. 아울러 서방의 다국적 기업들도 줄줄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제재의 동참 여부로 국제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이 됐다. 한국과 일본은 제재에 참여한 반면 반미 진영의 대표주자인 중국은 러시아에 기우는 모양새다. 이에 러시아는 중국과 반서방 전선을 구축하며 중국으로 석유 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인도 역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시작했다. 미국의 전통 맹방에서 벗어나 독자력을 가지려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러시아와 군사·경제 관계가 밀접한 이스라엘은 중재자를 자처했다.

 

‘G2’ 국가인 미·중 갈등도 더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영상통화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물질적으로 지원하면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중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현재의 정세는 한반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북핵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데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Pixabay
현재의 정세는 한반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북핵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데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Pixabay

 

외교가에서는 러시아와 거래하는 중국 기업은 미국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고,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식의 ‘2차 제재’를 구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 미국은 구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제재가 무엇인지, 자신들이 생각하는 중·러 관계의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에 스스로 대러시아 지원의 한계를 설정하도록 압박하는 양상이다.

 

현재의 정세는 한반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존 미·중 대립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 대립이 굳어지면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데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면 이는 북한에 대한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과거 냉전 시대처럼 남·북 대립이 극단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됨을 의미한다. 한국과 미국 주도의 북핵 해법 마련에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이 요원해지고 북한도 이 틈을 노려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 삼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어서다. 실제 북한 외무성은 “미국은 패권주의적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들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일삼으면서 세계를 혼란 속에 몰아넣는 주범”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리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침공당하는 사태를 바라보며 안전보장 차원에서 핵에 더욱 집착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새롭게 취임할 윤석열 정부의 외교력도 이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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