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OTT와 메타버스로 만들 새로운 ‘디즈니 왕국’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OTT와 메타버스로 만들 새로운 ‘디즈니 왕국’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2.03.0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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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디즈니맨의 이유 있는 성공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려질 OTT 패권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OTT와 메타버스로 만들 새로운 ‘디즈니 왕국’

 

지난 2020년 2월, 글로벌 IP 콘텐츠 공룡기업인 월트디즈니컴퍼니를 15년간 이끌었던 밥 아이거 전 CEO의 시대가 막을 내리며 밥 차펙 CEO의 시대가 열렸다. 당시 복수의 전문가는 코로나-19의 여파와 초기 단계였던 디즈니+의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시기였기에 밥 차펙 CEO의 고전도 예상했지만, 취임 2년이 흐른 지금, 당시의 예상들은 완전히 빗나갔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메타버스로의 확장을 공언하며 밥 차펙 CEO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밥 차펙 CEO를 이슈메이커가 조명해보았다.

 

 

밥 차펙 월트디즈니컴퍼니 CEOⓒ Walt Disney Television/flickr.com
밥 차펙 월트디즈니컴퍼니 CEOⓒ Walt Disney Television/flickr.com

 

‘나’ 보다는 ‘우리’를 강조한 신임 CEO의 강수

밥 차펙 월트디즈니컴퍼니 CEO의 전임 CEO인 밥 아이거의 족적은 눈부셨다. 2005년 취임한 밥 아이거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CEO는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디즈니를 굴지의 미디어 제국으로 키워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와, 루카스필름, 마블스튜디오,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하며 ‘미키마우스’ 등 어린이들에 집중됐던 디즈니의 지식재산권을 다양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퇴임 직전에는 월트디즈니컴퍼니를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을 넘어서 디지털 부문으로의 진출을 수년에 걸쳐 준비한 끝에 디즈니+를 론칭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톤을 넘겨받은 밥 차펙 CEO의 어깨는 누구보다 무거웠을 것이라 많은 이들은 바라봤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밥 아이거 전 CEO의 영광에 “아이거는 가장 존경받는 성공적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수장”이라며 엄지를 추켜올렸고, 자신은 보다 높고 넓은 곳을 보겠노라 확언했다. 밥 아이거 전 CEO 역시 밥 차펙 CEO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후계자로 밝힌 인물”이라며 “디즈니의 풍부한 유산을 늘 존중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혁신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많은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지만,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는 데는 단 2년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밥 차펙 CEO는 부임 직후 대규모 임금 삭감을 단행했다. 당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디즈니랜드가 문을 닫았고, 대다수의 극장에서 관람을 중단하는 등 역대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주가는 85.76달러까지 떨어지며 6년여 만에 최저치로 밀려있는 상태였다. 이에 밥 차펙 CEO는 본인 임금을 50%로 줄이고, 모든 부사장급 임원의 급여는 20%, 수석 부사장은 25%, 임원 부사장 이상은 30%를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나는 우리가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더 강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 미치는 단기적, 장기적 재정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했다”라며 “앞으로도 자신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잘 보살펴주길 바란다. 그리고 언제 우리가 당신을 위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이며 개인보다 기업을 위하는 자신만의 리더십을 내비친 바 있다.

 

 

밥 아이거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CEO는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디즈니를 굴지의 미디어 제국으로 키워냈다.ⓒ Josh Hallett/flickr.com
밥 아이거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CEO는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디즈니를 굴지의 미디어 제국으로 키워냈다.ⓒ Josh Hallett/flickr.com

 

취임 2년 만에 이룬 호성적표

밥 차펙 CEO는 월트디즈니컴퍼니에서만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잔뼈가 굵은 ‘디즈니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3년에 디즈니와 연을 맺게 된 그는 2009년 월트디즈니컴퍼니 배급부분 사장으로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DVD 시대에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이끌었으며, 2015년부터는 월트디즈니컴퍼니 디즈니파크부분 회장으로 취임하며 테마파크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조성된 새 아바타 테마의 디즈니랜드와 55억 달러 규모의 상하이 디즈니랜드, 2곳의 스타워즈 테마파크 등이 밥 차펙 CEO의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비용 절감 중심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는데, 그의 CEO 선임이 코로나-19로 인해 손실 위험이 큰 테마파크 부분의 집중 관리를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비용 절감에 특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참고로 그동안 월트디즈니컴퍼니에서 테마파크가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영화보다 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밥 차펙의 행보는 테마파크 관리가 아닌 OTT와 케이블 사업군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도 상륙한 디즈니+를 비롯해 미국 ABC 등에서 방영 중인 케이블 사업군의 매출액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1년 1분기에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미 OTT의 매출액은 테마파크의 매출액을 뛰어넘었고, 앞으로 매출액 비중 역시 OTT가 가장 높아지리라 전망했다. 실제로 디즈니+는 2019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2년 만에 유럽과 남미 등 전 세계 61개국에서 1억 1,800만 명의 구독자를 유치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구독자 1억 명을 모으는 데 10년 넘게 걸린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화려한 IP와 탄탄한 배급력이 바탕되었기에, 등장 단 1년 만에 디즈니+가 OTT 시장의 패권을 논하게 되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밥 차펙 월트디즈니컴퍼니 CEO는 월트디즈니컴퍼니에서만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잔뼈가 굵은 ‘디즈니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Walt Disney Television/flickr.com
밥 차펙 월트디즈니컴퍼니 CEO는 월트디즈니컴퍼니에서만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잔뼈가 굵은 ‘디즈니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Walt Disney Television/flickr.com

 

넷플릭스 대항마, 오스카의 영광은?

지난달 9일(현지 시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미국 회계연도 1분기) 1,180만 명이 디즈니+에 새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817만 명을 300만 명이나 웃도는 수치였다. 같은 날 미국의 CNBC는 같은 회계연도에 매출은 218억 2천만 달러(약 26조 967억 원)로 기존 예상치인 209억 1천만 달러(약 25조 83억 원)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주당순이익도 1.06달러로 레피니티브 전망치인 0.63달러를 상회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게임’과 ‘지금우리학교는’의 흥행으로 디즈니+가 힘쓰지 못하는 듯 보였으나, 글로벌 무대로는 완전히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현재까지 가입자 수가 1억 3,000만 명 수준인 디즈니+이기에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넘어선 넷플릭스를 따라잡기에 아직은 힘에 부치는 듯 보이지만, 가입자 수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에 지난달 발표한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실적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밥 차펙 CEO는 실적 발표와 함께 “2024년까지 디즈니플러스 전체 가입자 수가 2억 3,000만~2억 6,000만 명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해당 발표가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을 살펴보면 이 같은 주장이 높은 신빙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의 양강 구도가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가 작품상 등 1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최다 후보가 되었고, 월트디즈니가 제작한 10개의 작품으로 23개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거장이라 불리는 유명 감독들과 작품을 만들며 굵직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노려왔기에 올해는 어느 때보다 넷플릭스의 작품상을 향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파워 오브 도그와 함께 ‘돈 룩 업’ 역시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편집상 등 4개 부문의 후보로 오르며 넷플릭스의 아성 유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편 월트디즈니는 앞서 전했듯 극 영화부터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되며 전통의 강자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흥미로운 점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디즈니+가 아직은 길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기에 디즈니+의 작품이 넷플릭스와의 직접적인 대결 구도를 만들지 못했지만, 극장 영화로서 OTT와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의 대결을 넘어 OTT와 극장 영화의 대결 구도로 판이 벌어지며 새로운 역사가 탄생되는 현장이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디즈니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pixabay.com
현재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디즈니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pixabay.com

 

실현 불가능한 꿈의 기술? 디즈니라면 가능할지도

한편 코로나-19의 여파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2020년에 D2C(소비자직접판매) 사업 강화를 위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재편한 바 있다. 극장 개봉을 위한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콘텐츠 부분과 월트디즈니, 마블, 픽사 등을 포함하는 스튜디오 부문, ABC 뉴스, 디즈니 채널 등 일반 엔터테인먼트 및 ESPN 등이 속한 스포츠 부문으로 재편하며 콘텐츠 제작 및 테마파크 등 오프라인 사업의 수익 급감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당시 밥 차펙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재편이)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라고 규정하지는 않겠다”라며 “코로나-19가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하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일어날 변화다”고 말했지만, 복수의 전문가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주된 이유이지 않을까 전망했었다. 하지만 올해 밥 차펙 CEO는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며 2년 전 자신의 발언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실제로 밥 차펙 CEO는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캔버스(new canvases like the metaverse)’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메타버스 관련 수많은 특허를 취득하고 있다. 사실 월트디즈니가 콘텐츠 기업이기에 특허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되지만, 매년 평균적으로 200여 개 안팎의 특허를 획득하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특허나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 VR 관련 특허도 누적해서 수백 건씩 꾸준히 확보하고 있으며, 전체 등록 특허는 미국에서만 2,300여 개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밥 아이거 전 CEO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은 밥 차펙 CEO의 어깨가 누구보다 무거웠을 것이라 많은 이들은 예상했지만, 그가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는 데는 단 2년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pixabay.com
밥 아이거 전 CEO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은 밥 차펙 CEO의 어깨가 누구보다 무거웠을 것이라 많은 이들은 예상했지만, 그가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는 데는 단 2년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pixabay.com

 

유철현 특허법인 BLT 대표 변리사는 칼럼을 통해 “최근에 디즈니는 꽤 흥미로운 특허를 하나 획득한 바 있다. 미국특허 ‘US 11,210,843’인데, VIRTUAL-WORLD SIMULATOR 라는 발명의 명칭이 붙어있다. 해당 특허는 안경, 고글 또는 디지털 장치를 통해 사용자에게만 국한하여 가상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사용자가 여러 각도나 관점에서 3D 가상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라고 전하며 “현실 공간 자체에 메타버스 가상세계가 구현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의 기술처럼 보인다. 기술적인 난이도로 인해서 실제 구현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선제적으로 특허를 확보한 만큼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디즈니가 꿈꾸는 새로운 캔버스에 대한 구체화된 후속 특허의 확보와 기술구현이 빠르게 이루어지길 바란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미루어봤을 때 현재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디즈니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세계관 자체가 메타버스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예상도 해본다. 애니메이션과 영화, 콘텐츠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성인들에게는 상상의 현실화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던 월트디즈니컴퍼니이기에 지금의 예상이 실현 불가능한 꿈의 기술로 보이지만, 이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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