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지금 사고 돈은 나중에 내는 신개념 결제방식
[이슈메이커] 지금 사고 돈은 나중에 내는 신개념 결제방식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2.23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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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발급 어려운 계층 중심으로 수요 높아져

연체관리와 과소비 등 우려 목소리도 제기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지금 사고 돈은 나중에 내는 신개념 결제방식

 

최근 글로벌 결제시장에서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를 의미하는 ‘BNPL(Buy Now and Pay Later)’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소득 감소가 이러한 후결제 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결제 능력이 약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BNPL 서비스 이용세가 급증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관련 서비스가 속속 등장 중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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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중심으로 인기몰이

‘BNPL’은 당장 돈이 없더라도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외상 서비스다. 방식은 이렇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면 BNPL 업체가 먼저 가맹 판매점에 대금을 치르고, 소비자는 BNPL 업체에 일정 기간 돈을 나눠 갚으면 된다. 얼핏 신용카드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소비자가 할부 결제에 따른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신용 등급과 관계없이 이용 가능하다는 차별점도 있다. 그래서 일종의 ‘무이자 분할 결제’ 서비스로 불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BNPL 기업들은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거나 소득이 적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주부, 노인 등 이른바 ‘씬파일러(Thin Filer)’ 계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

 

BNPL 업체는 가맹점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챙긴다. 5~6% 정도에 달해 2~3% 정도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보다 높다. 하지만 가맹점은 BNPL을 이용해 판매액 자체를 늘릴 수 있어 이를 감수한다.

 

BNPL 기업 ‘어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응답자의 45%가 BNPL 서비스가 없었다면 물건 구매 시기를 미뤘을 것이라고 답했다. BNPL이 편리함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효과는 있는 것이다. 이미 신용카드가 활성화되지 않은 미국과 유럽, 호주 등에선 BNPL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BNPL 업체들의 몸값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컨설팅 기업 코너스톤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가 BNPL로 결제한 금액을 약 1,000억 달러로 추정한다. 2020년 240억 달러에서 네 배 정도나 치솟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NPL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1조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 2’ 등은 2021년 6월 유럽의 BNPL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클라르나에 7,000억 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클라르나와 함께 BNPL 빅3 기업으로 불리는 어펌은 아마존과 손을 잡았고, 애프터페이는 미국 핀테크 기업 스퀘어에 약 33조 원 규모에 인수되었다.

 

포브스는 BNPL이 부동산 산업에서 사용될 것이란 예상도 내놓았다. 집주인은 집세를 한꺼번에 받는 이점이 있고, 세입자는 임대료의 절반 정도는 한 번에 내고 나머지는 할부로 내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BNPL을 통해 수백 달러에 달하는 보석류 구매를 쉽게 결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고액 결제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 2’ 등은 지난해 BNPL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클라르나에 7,000억 원대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클라르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 2’ 등은 지난해 BNPL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클라르나에 7,000억 원대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클라르나

 

국내에서도 관련 서비스 속속 등장

그럼 국내 상황은 어떨까.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BNPL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외국보다 신용카드 발급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신용카드를 통한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네이버와 쿠팡 등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간편결제 서비스와 연동해 BNPL 도입에 나서며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MZ세대를 고객으로 유치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4월부터 만 19세 이상이며 네이버페이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인 사용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월 최대 30만 원 한도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쿠팡도 ‘나중결제’라는 서비스를 통해 BNPL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도 각각 모바일 후불형 교통카드 서비스와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NHN페이코와의 협업을 통해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BNPL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가 BNPL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 덕분이다. 현행법상 후불결제는 신용카드사 외에는 불가능하나, 금융당국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빅테크 기업도 선구매 후지불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러한 분위기에 신용카드 업계는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BNPL 서비스 한도가 30만 원~50만 원 수준으로 해외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향후 한도가 늘어나면 신용카드의 경쟁력 상실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물론 BNPL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지난해 말 클라르나와 어펌, 애프터페이 등 주요 BNPL 업체에 거래 동향을 비롯해 수수료, 신용 보고 등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BNPL이 과소비를 부추겨 연체율 급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과 업체들의 고객 데이터 수집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히트 초프라 CFPB 국장은 “BNPL 업체는 소비자가 즉시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지만 동시에 부채도 제공하고 있다”고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실제 금융회사 크레디트 카르마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BNPL 이용 고객의 34%는 최소 1건 이상의 결제를 연체했고 72%는 신용 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더해 과소비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설문조사업체 어센트는 “BNPL 이용자 중 45%가 본인의 예산을 뛰어넘는 물건을 구매했다”고 전했다. 신용카드 한도가 초과해 사용했다는 응답자도 17%에 달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BNPL 사업 성공의 핵심은 연체 예방 등 차별적 위험관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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