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인도 출신이 실리콘밸리를 지배하는 이유는?
[이슈메이커] 인도 출신이 실리콘밸리를 지배하는 이유는?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2.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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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키운 전문성이 최대 무기

온화하고 겸손한 이민자 문화도 한 몫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인도 출신이 실리콘밸리를 지배하는 이유는?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인도계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인도계는 전체 미국인의 1%, 실리콘밸리 노동 인력의 6%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율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CEO를 배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유대인이 이끄는 것처럼 IT 중심지 실리콘밸리를 인도인이 이끌고 있다는 평가에 부족함이 없는 셈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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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수장에 대거 포진된 인도계
지난해 11월 트위터의 신임 CEO로 퍼라그 아그라왈이 선임되며 실리콘밸리를 점령하는 인도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 등 초일류 빅테크 기업의 CEO들 외에도 인도 출신 청년들이 실리콘밸리에서 크고 작은 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세계의 IT를 이끌어나가고 있어서다.
 
이들 인도 출신 스타들의 성공 신화는 인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아그라왈이 트위터의 CEO로 임명되자 마힌드라그룹의 총수 아난드 마힌드라는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 CEO 바이러스’라는 인도의 바이러스인가. 여기에는 백신도 없다”고 기뻐했다. 인도 언론 역시 앞다투어 아그라왈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인도계가 미국에서 성공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꼽히지만 그 중에서도 인도 정부가 수학·과학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거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비결로 꼽힌다. 실제 인도의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성공하기 위해 수학과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그라왈의 어머니도 인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그라왈은 항상 컴퓨터를 좋아했고, 자동차와 수학은 그의 특기였다”고 전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기업들은 인도인 IT 경영자들을 원한다’는 기사에서 “인도의 우수한 공대에서 벌어지는 학생들 간의 지독한 경쟁이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다룰 능력을 배양하여 거대 IT 기업에서 성공하도록 만든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이 일상인 인도 문화는 자연스레 이들을 세계적인 CEO로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인도는 국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빈부 격차가 심해 살아남기 위해선 개인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 특히 공대에 들어가기는 매우 어렵다. 인도 최고의 명문인 인도공과대학교(IIT)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인도에는 IIT 외에도 31개의 국립 기술공대와 25개 인도정보통신대학, 19개의 정부 지원 공대들이 있다. 입학을 위해서는 ‘공동입학시험(JEE)’을 치러야 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16,000명에 220만 명의 수험생들이 몰리기도 했다.
 
 
인도계 출신 실리콘밸리 CEO를 가장 대표하는 인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도계 출신 실리콘밸리 CEO를 가장 대표하는 인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고한 네트워킹 바탕으로 인력 확보 선순환
미국으로 건너온 인도인들은 대부분 고학력자로 약 70% 이상이 학사학위 이상 소유자다. 미국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한 학사학위 비율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또한 사실상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어 언어장벽 역시 거리낌 없는 문제다. 높은 기술 수준과 전문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두루 갖춰 인도계가 활약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된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작한 개방적 이민정책도 인도인들의 ‘아메리칸드림’을 도왔다. 이들이 이민자 신분 때문에 익힌 ‘겸손함’도 인도인들이 성장하는 밑바탕이 됐다.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론공대 석좌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들이 구축한 네트워크는 큰 이점이 됐다”며 “많은 창업자가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승진을 위해 애써온 인도계 CEO들은 겸손함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IT 기업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테크래시(Techlash)’의 확산과 각국 정부의 빅테크에 대한 공세 속에서 이들 인도계 CEO들의 겸손한 태도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도의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성공하기 위해 수학과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Pixabay
인도의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성공하기 위해 수학과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Pixabay

 

인도계의 약진은 기술업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전통 산업계에서 인도계 CEO를 대표하며 펩시를 12년간 경영한 인드라 누이 전 CEO와 마스터카드의 아자이 방가 역시 인지도 있는 인도계 CEO다. 최근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인도 출신 영국인 리나 나이르를 임명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만 인도계의 활약상이 두드러질수록 인도 내부의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 인도계 CEO들이 인도 국적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인도인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족 지향적인 인도인들의 특성 때문이다. 여기에 밀어주고 당겨주는 인도계 특유의 끈끈한 문화는 인도계 네트워킹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인도계의 미국 내 입지 역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계 CEO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크게 입은 모국을 돕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인력 확보의 선순환도 이뤄내고 있다. 그래서 인도 최고의 수출품으로 불리는 인도 경영자들의 전성시대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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