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방역권’과 ‘기본권’ 충돌, 세계 곳곳서 갈등 격화
[이슈메이커] ‘방역권’과 ‘기본권’ 충돌, 세계 곳곳서 갈등 격화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1.24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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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에서 ‘기본권’으로 옮겨 붙은 논쟁

정부 조치에 집행정지 요구하는 법정 다툼 이어져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방역권’과 ‘기본권’ 충돌, 세계 곳곳서 갈등 격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방역패스를 통해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하는 것의 적절성과 기본권 침해를 둘러싼 논쟁이다. 법원에는 방역패스를 반대하는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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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확대 적용에 시민들 ‘분통’

지난 1월3일부터 방역당국은 ‘방역패스‘의 적용 범위를 늘리고 6개월의 유효기간을 도입했다. 기본접종(1·2차)을 완료했더라도 완료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후 추가접종(3차)을 받지 않았다면 방역패스 효력이 중단되어 다중이용시설이나 감염취약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중부는 유흥시설, 노래방, 실내체육시설, 목욕탕 등 17개 시설을 방역패스 의무 적용시설로 지정했고, 1월10일부터는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점(의류·가전 등), 농수산물센터 등 3천㎡ 이상 대규모 점포도 포함시켰다.

 

강화된 방역 대책 실시로 인해 미접종자는 PCR(유전자증폭검사)에서 48시간 이내 음성 확인서를 받지 않는 이상 식당과 카페 등에 이어 마트 출입마저 어려워진 상태다. 특히 QR코드를 전자출입 명부 인식기에 대면 두 가지 음성으로 접종과 미접종자를 구분하는 유효기간 정책은 더욱 반발을 부추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명백한 백신 접종 ‘강요’이자 ‘기본권’ 침해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를 포함한 의료계 종사자와 일반 시민 등 1,023명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을 상대로 지난해 12월31일 서울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방역패스가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행정처분은 취소돼야 하고, 해당 조치를 잠정적으로 중단시켜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일본, 미국 등처럼 과도한 정부 통제 대신 경중 환자는 자유롭게 둬 집단면역을 유도하고 중증 환자만 집중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부는 1월17일 전국 마트·백화점, 학원·독서실, 영화관, 박물관 등에 적용했던 방역패스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방역패스에 대한 논쟁은 ‘연령’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제외됐던 소아·청소년들이 접종 대상자에 포함되며 기간 안에 접종을 완료하지 않으면 학원 등 방역패스 시설에 출입할 수 없게 되면서다. 이에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은 법원에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 행정명령 집행정지를 제기했고, 법원은 해당 사건의 일부 인용 판결하며 학무보 단체들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을 근거로 들어 “학원 등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시킨 부분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그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청소년 방역패스 의무시설로 지정한 정책은 본안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재판부의 판결로 인해 방역패스에 대한 논쟁은 ‘기본권 침해’ 문제로 옮겨 붙었다. 가처분 신청이 청소년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제기된 것이지만, 법원이 학습·직업선택권 및 자기결정권 등을 집행정지 근거로 들면서 논쟁의 초점이 넘어가게 된 것이다.

 

 

방역당국이 ‘방역패스‘의 적용 범위를 늘리고 유효기간을 도입하자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며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방역당국이 ‘방역패스‘의 적용 범위를 늘리고 유효기간을 도입하자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며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방역당국 “공공 방역 위해 필수불가결한 대책”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비과학적 방역패스 철회, 9시 영업제한 철회, 아동청소년 강제적 백신접종 반대’라는 글을 올리며 방역패스가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되었다. 또한 윤 후보는 ‘코로나19 실내공기 과학적 방역관리 방안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현 정부의 방역패스가 “비과학적이고 무리한 측면이 많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춘식 국회의원은 방역패스의 강제를 막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환자가 위중증으로 격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며, 정상적인 의료체계 유지를 위해서도 방역패스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방역패스는 미접종자의 감염을 최소화해 이들을 보호하는 목적과 미접종자들로 인한 의료체계의 부담이 과하기 때문에 의료체계의 여력을 보전하는 목적도 갖고 있다”며 “불가피성을 양해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11월7일부터 8주간 만 12세 이상 확진자의 약 30%, 위중증·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미접종자 또는 접종 미완료자로 나타나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역패스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역시 “방역패스만으로 절대적인 (유행 감소)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방역패스의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패스 지침에 대해 의료계 의견도 대립하고, 확대 시행에 대한 반발도 커지자 여당 내부에서는 “미접종자에 대한 제재가 아닌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혜택)로 접근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 측은 이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기본권과 방역의 갈등처럼 됐는데, 생명권보다 중요한 기본권 어디있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환자가 위중증으로 격상되는 것을 방지하고, 정상적인 의료체계 유지를 위해서도 방역패스 적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정부는 코로나19 환자가 위중증으로 격상되는 것을 방지하고, 정상적인 의료체계 유지를 위해서도 방역패스 적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접종 의무화 조치에 반대시위 확산하는 유럽

방역패스를 둘러싼 논란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갈등과 법적 다툼이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취임 직후 적극적인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여 온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11월 100인 이상 사업장 상대 백신 또는 검사 의무화 조치를 내놓았는데, 이는 현재 연방대법원의 특별 심리로 올라간 상황이다. 공화당 잠재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곧장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자유에 관한 문제”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한편 ‘연방 공무원 백신 의무화’에는 일부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부터 디지털 백신 여권을 도입해 백신 접종 시민의 역내 여행 편의를 보장했다. 하지만 국외 여행과 별개로 일상생활 영위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백신을 사실상 강제하는 ‘백신 증명서’ 법안이 첫 입법 관문을 통과한 프랑스의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미접종자들을 정말 열 받게(piss them off) 하고 싶다”라고 발언해 거센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미접종자에 불편을 초래하는 게 접종 전략 일환이라는 취지다. 보건 위기 상황에서 “나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위협한다면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파를 가리지 않고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해당 발언 이후 1월8일 프랑스 전역에서 10만 5,000명 이상이 백신 증명서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우리가 당신을 열받게 하겠다”고 외쳤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시위가 과격한 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미접종자들을 정말 열 받게(piss them off) 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인해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페이스북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미접종자들을 정말 열 받게(piss them off) 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인해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페이스북

 

60대 이상 미접종자에 매달 벌금을 매기기로 한 그리스에서는 정부의 방침을 두고 ‘시민의 자유 침해’라는 논리와 ‘민주주의와 무모함은 같지 않다’는 논리가 대립 중이다. 1분기 내 백신 접종 의무화를 추진 중인 독일에선 어린이 백신 접종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함부르크에서는 “이만하면 충분하다. 아이들을 놔둬라”라는 구호 아래 1만 6,000여명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다음 달부터 14세 이상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자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 수만 명이 거리에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가운데 미첼 바첼레트 유엔 최고 인권대표는 백신 접종 의무화는 공중 보건 대책의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신중을 당부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갑론을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FP 통신은 ‘보건이 첫 번째, 자유는 두 번째? 코로나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바꾸고 있나’라는 기사에서 “봉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코로나 패스까지 팬데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시민의 자유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으로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AFP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두고, “팬데믹이 국가의 우선순위를 어느 정도로 바꿨는지를 강조한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위기의 초입에는 대중의 코로나19 규제 수용도가 높았지만, 팬데믹의 피로가 새로운 규제에 대한 저항이 커지도록 부채질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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