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보여주는 전통건축에 물들다
시간의 흔적 보여주는 전통건축에 물들다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6.02.21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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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시간의 흔적 보여주는 전통건축에 물들다

문화유산 복원·관리의 중요성

최근 한 문화유산단체에서 해당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응답자의 60%가 지역 문화재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한옥과 문화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부했던 우리 자신에게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전통건축의 참모습에 매료된 사람들이 있다. 문화유산의 복원·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온 (주)한창건축사사무소 성재중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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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면·공간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담다

“‘예기’(禮記) 중용 23장에서 이르기를,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되고, 정성을 쏟으면 밝아지고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 남에게 감동을 준다고 하잖아요. 건축설계는 내 집이 아닌 타인의 집을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하는 사람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설계자는 진정성과 정성이 반드시 필요하죠”라고 이야기를 시작한 성재중 대표는 2000년부터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여 문화재와 전통·현대건축물 설계업무를 진행해오고 있다.

  성 대표는 “한옥은 선이 참 예쁩니다. 지붕에서 시작한 수키와의 선이 서까래를 타고 벽으로 흘러내려 기둥으로 이어지고, 기둥은 인방으로 서로 결구 되고, 그 사이에 가느다란 가로와 세로의 살로 채워진 창이 균형감 있게 자리하죠. 그 이어지는 선을 보고 있으면 어느덧 면이 보이고, 그 면을 보고 있으면 공간이 보이게 됩니다. 그곳에는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죠. 시간의 흔적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한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켜보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지만 시간의 흔적이 완성됩니다”라고 피력했다. 

   


근대건축문화 보존의 가치 제시

성재중 대표가 유독 관심을 둔 분야는 전통건축인데, 한옥은 사랑채, 안채, 대문채 등 여러 공간이 모여 ‘집’이라는 전체를 이룬다. 내부 공간 못지않게 채(棟)와 담장과 수목들에 의해 구성된 외부공간도 더없이 아기자기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졸(古拙)해지고 패인 기둥의 주름과 반질반질 닳은 대청마루에는 편안함과 완숙함이 있다. 오랜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전통건축의 매력이자, 그가 한옥에 매료된 이유이다.

  성 대표는 이 같은 일념으로 문화재 건축·복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옥 강학당과 돈암서원 한옥마을 설계도 여기에 해당한다. 예로부터 한옥은 채마다 다른 의미가 담겨 있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좋은 배치가 그 집에 길운을 불어넣어 준다고 믿었던 선조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그래서 성 대표가 강학당과 한옥마을을 설계할 때 가장 중시하였던 것도 전통건축이 가지고 있는 채의 기능과 성격이다. 또한, 채와 채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마당을 고려하고, 휴먼스케일로 구성된 공간과 각 건물 간의 균형감을 고려한 배치를 완성했다.

  지난 2015년, ‘대전철도문화유산 활용과 복원’ 세미나에 참석한 성 대표는 ‘근대문화유산 이전 복원’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 보존사업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그는 “비록 일제 강점기의 유산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주는 역사적 의미와 교훈 그리고 당시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전통건축을 버티게 해준 보존과 관리

문화재를 보수·복원함에 있어 그 당시의 모습을 고증하고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성재중 대표는 “조상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문화유산은 우리 것도, 우리 다음 세대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시간의 한계를 가지고 잠시 살고 스쳐 지나갈 뿐이지요.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전해 받은 문화유산을 마치 우리 세대 것인 것처럼 할 권리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 세대는 다만, 잘 보존·관리해서 다음 세대로 넘겨주는 의무만 부여받은 것이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늘날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100세. 하지만 잘 보존·관리된 문화유산의 수명은 그 누구도 규정할 수 없다. 문화유산은 우리 조상과 한민족의 태동기부터 함께한 흔적이며, 우리 후손이 받을 소중한 보물이다. 그 때문에 전통건축이 갖는 역할이 매우 지대하다. 문화재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의 필요성을 강조한 성 대표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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