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현실 세계 휘어잡는 가상 인간
[이슈메이커] 현실 세계 휘어잡는 가상 인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12.24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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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 익숙한 MZ세대 중심 인기

구설수 우려 없어 광고계 블루칩 등극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현실 세계 휘어잡는 가상 인간
 
광고업계에서 이른바 ‘가상 인플루언서’가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가상 인간이 수백만 명의 SNS 팔로워를 보유하는 등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다. 이들을 앞세운 마케팅도 좋은 성과를 거두며 광고모델 발탁도 줄을 잇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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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플루언서 10조 원 시장 열린다
지난해 8월 신한라이프의 광고모델로 등장한 ‘로지’는 진짜 사람이 아닌 가상 인간 모델인 것이 전해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를 기점으로 로지는 대형 광고주의 ‘러브콜’을 잇따라 받을 정도로 슈퍼스타가 되었다. 로지를 모델로 기용한 제품이 줄줄이 ‘완판’되는가 하면, 출연하는 광고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1,000만을 돌파할 정도다. 로지는 2020년 12월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공개한 국내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로 가상 인물이지만 실제 모델처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로지를 신호탄으로 가상 인플루언서가 국내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전자가 선보인 ‘김래아’는 서울에 거주하는 DJ이자 전자음악 작곡가로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소주를 사러 가는 일상을 공개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 등장해 유창한 영어로 LG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디오비 스튜디오의 ‘루이’도 있다.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실제로 촬영한 동영상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제작된 가상 인간으로 한국관광공사 명예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 롯데홈쇼핑도 자체 개발한 가상 인간인 ‘루시’를 선보여 가상 쇼호스트로 활동시키는 등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가상 인간은 해외에서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 중에서도 ‘릴 미켈라’는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가상 인플루언서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20세 브라질계 미국인 소녀인 미켈라는 가상세계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모델이며 뮤지션이기도 하다. 패션잡지 ‘보그’ 등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렸고,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와 양말이 매진 행렬을 이뤘다. 음원 역시 인기리에 스트리밍되고 프라다나 구찌 등의 명품 모델로도 활동한다. 한해 수입만 무려 1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타임지는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선정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신한라이프의 광고모델로 등장한 ‘로지’는 진짜 사람이 아닌 가상 인간 모델인 것이 전해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신한라이프
지난해 8월 신한라이프의 광고모델로 등장한 ‘로지’는 진짜 사람이 아닌 가상 인간 모델인 것이 전해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신한라이프

 

‘성 상품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
이처럼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가상 인간이 등장하게 된 핵심 배경은 ‘기술’이다. 1998년 등장한 국내 1호 남성 사이버 가수 아담은 누가 봐도 ‘가짜 인간’이었다. 데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광고모델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롱런’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가상과 현실의 경험을 연결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 현상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금은 고도화된 그래픽을 기반으로 인공지능까지 접목해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실제로 가상 인간의 얼굴을 개발할 때, MZ세대가 좋아하는 수백 개 얼굴을 조합하기 때문에 가상 인간의 비주얼을 선호하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여기에 Z세대의 문화도 투영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좋아하는 특성을 가상 인플루언서의 성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리스크’가 없다는 점도 가상 인플루언서가 기업의 얼굴로 등장하는 배경이다. 광고 모델에게 부정적인 이슈나 스캔들이 발생하면 이내 기업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가상 인플루언서에게는 이와 같은 위험부담이 없다. 더욱이 활동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이은하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환경의 확산 등도 가상모델 확산의 이유”라고 전하며 “가상 인간이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 활동에서 많은 제약을 받게 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킨다”고 진단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한 가상 인간인 ‘루시’를 선보여 가상 쇼호스트로 활동시키는 등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한 가상 인간인 ‘루시’를 선보여 가상 쇼호스트로 활동시키는 등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가상모델이 보편화되면서 시장 규모도 급격히 성장할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년 가상 인간 시장 규모는 2조 4,000억 원으로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인 7조 6,0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2025년에는 가상 인간 시장 규모가 14조 원을 기록해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 인간이 최첨단 정보기술을 반영하는 존재이자 메타버스와 현실을 연결하는 안내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 셈이다.
 
다만 대부분 여성으로 형성된 가상모델 시장으로 인해 ‘AI 윤리’에 대한 요구 또한 확대되고 있다. 실제 2020년 말 한 국내 스타트업이 출시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고,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여성 챗봇 ‘테이’에게 여성 혐오적 메시지가 쏟아져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가상 인간 속 여성의 모습들은 전반적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마르고 예쁜 젊은 여성들”이라며 “가상 인간도 다양한 유형의 인간을 모티브로 해 상업적 요소로만 쓰이는 것이 아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계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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