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다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1.12.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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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다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Pfizer Inc.)가 지난 11월 초,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입원과 사망 확률을 89%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한 경구용 항바이러스 알약을 시험한 결과이며, ‘팍스로비드’(Paxlovid)라는 이름으로 이달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화이자보다 한발 먼저 머크사가 발표한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의 효과를 훨씬 능가하는 결과이기에 전 세계가 이번 화이자의 발표에 다시 한번 집중했다. ‘코미나티주’(Comirnaty Inj.) 백신 개발 당시보다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는 평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종식할 선봉장으로 소임을 다하고 있는 화이자의 앨버트불라(Albert Bourla) 화이자 CEO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이유다.

 

 

앨버트불라 화이자(Pfizer Inc.) CEOⓒ flickr
앨버트불라 화이자(Pfizer Inc.) CEOⓒ flickr

 

과거의 영광 되찾은 화이자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에 제일 먼저 미국이 손을 내밀었다. 미국 정부가 치료제 1,000만 치료코스 분을 52억 9,000만 달러(약 6조 3,000억 원)에 구입한다고 밝힌 것이다. 화이자가 치료제의 승인을 FDA(식품의약국)에 신청한 지 불과 이틀만이다. 화이자의 치료코스당 가격은 529달러(62만 원)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앞서 머크사 치료제는 코스당 700달러(82만 원)로 170만 코스분을 구입 지불하기로도 합의했다. 화이자의 1,000만 코스분은 내년까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완전 정상화에 한 발 더 다가가겠다는 복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가 올해 말 공급이 시작된다”며 “국민이 치료 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앨버트불라 화이자 CEO는 지난달 초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뛰어난 치료제가 나와도 백신 접종은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치료제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아픈 사람을 위한 것이며,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과 부스터샷을 맞지 않는다면 지금의 악순환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백신을 맞고도 돌파 감염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치료제가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화이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제약회사’가 됐다. 이전에도 폐렴 백신이나 유방암 표적치료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응고제, RTK 표적 항암제, 그리고 비아그라로 제약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개발한 약들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출시로 영향력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인 코미나티주와 이번에 출시한 팍스로비드로 인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코미나티주 화이자와 독일 제약회사 바이오엔테크(BioNTech)에서 공동 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이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인 코미나티주와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로 인해 과거의 기업 영광을 되찾아가고 있다.ⓒ flickr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인 코미나티주와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로 인해 과거의 기업 영광을 되찾아가고 있다.ⓒ flickr

 

자신만의 관점 갖게 한 특별한 배경

지구촌 곳곳에서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일상으로의 회복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지만, 높아지는 접종률과 자발적 방역에 힘입어 하나둘 용기 내어 위드코로나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데는 수많은 의학·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앨버트불라 CEO가 있다. ‘화이자’라는 기업명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지만, 앨버트불라라는 인물은 다소 생소하기만 하다.

 

앨버트불라 CEO는 수의사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의 제약사 CEO의 출신이라기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거 걸어온 족적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앨버트불라 CEO는 지난 3월, 표츈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느 정도 색다른 모든 경험들은 다른 관점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나는 수의사다. 그래서 과학을 이해할 수 있다. 신약 개발팀과도 소통을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다”라며 “내가 그리스 출신이라는 사실이 다른 관점을 갖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생존하려면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는 알다시피 쉽지 않다. 유대인 대학살 때 유대인 인구가 거의 말살될 뻔한 나라에서, 유대인으로 살았던 나는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중략) 개인적인 경험 덕분에, 그런 점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됐다. 그 모든 것들을 통해 나는 관점을 갖게 됐다.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내가 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출신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올여름에 온라인으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2021의 기조강연에서 ‘(자신의) 아버지의 꿈은 아들이 과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전하며 ‘나는 아버지의 꿈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수의사로서의 학문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전염병이야말로 수의학 분야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간보다 동물에서 훨씬 더 많고 다양한 전염병 사례가 존재하고 그로 인해 인간 백신보다 동물 백신 연구개발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전하며 ‘동물헬스 분야의 백신 기술이 인간 백신보다 훨씬 더 앞서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어찌 보면 화이자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가장 주요했던 이유가 수장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앨버트불라 CEO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새로운 양상의 인간 백신을 신약 연구개발 역사상 최단 시간에 성공적으로 개발했는데, 이는 유정란 배양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 백신 개발의 과정을 뒤엎고 동물 백신 분야에서 활용되던 재조합 단백질 연구 방법을 일부 도입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통 유정란이나 동물 세포에서 백신 원료를 배양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되지만, mRNA를 활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전문가들의 증언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앨버트불라 CEO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새로운 모달리티의 인간 백신을 신약 연구개발 역사상 최단 시간에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flickr
앨버트불라 CEO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새로운 모달리티의 인간 백신을 신약 연구개발 역사상 최단 시간에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flickr

 

끊이지 않는 논란

화이자 코미나티주의 개발에 소요된 시간은 불과 8개월이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 소요 기간에 비하면 있을 수 없는 경우이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나 급박했었기에 2020년 3월 17일 백신의 첫 실험이 시작된 뒤 1달여 만인 4월 22일, 독일 규제 당국으로부터 1/2상 시험을 승인받았고, 2020년 7월 15일 해당 백신 후보물질이 미국 FDA에서 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지정되며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다. 2020년 11월 9일에는 임상 3상의 중간결과를 발표했고, 마침내 11월 29일, 백신의 첫 배포 물량이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날짜로만 살펴봐도 코미나티주의 개발 과정이 얼마나 급박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문제와 논란 역시 적지 않았으리라는 짐작도 해볼 수 있다.

 

코미나티주와 관련된 논란은 임상 단계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10월, FDA가 화이자 백신에 대한 16세 이하 어린이의 임상시험을 승인하면서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린이의 백신 임상시험 참여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간 FDA는 16세 이하 청소년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어린이 인구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보건 당국의 요청에 따라 화이자의 임상시험을 승인한 것이다. 이듬해에는 화이자 mRNA 백신을 생산하는데 침팬지나 돼지의 유전자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영국 정부는 화이자 백신의 성분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밖에 앨버트불라 CEO의 접종 거부설 등도 있었다.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화이자이지만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와 부스터샷 접종의 본격화, 그리고 앨버트불라 CEO의 유연한 핸들링과 전략적 판단으로 논란을 불식시키고 있다.ⓒ flickr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화이자이지만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와 부스터샷 접종의 본격화, 그리고 앨버트불라 CEO의 유연한 핸들링과 전략적 판단으로 논란을 불식시키고 있다.ⓒ flickr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받는 논란은 최근 불거진 임상시험 문제와 사기 논란이다. 경구용 치료제 상용화와 부스터샷 도입을 앞두고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부 폭로가 나온 것이다. 코미나티주의 임상시험 과정에서 이중맹검을 지키지 않아 데이터 중립성을 훼손하고, 부작용을 보고한 임상 참가자에게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폭로는 ‘벤타비아 리서치 그룹’(Ventavia Research Group)의 전 직원인 브룩 잭슨이 주장한 것이다. 벤타비아는 화이자와 계약을 맺고 임상시험을 시행한 회사다. 이에 대해 지난달 온라인으로 개최된 기자 간담회 ‘2021년 프레스 유니버시티’에서 글로벌 화이자 랄프 르네 라이너르트 사장은 “화이자로서는 영국의학저널이 자사에 먼저 연락을 취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애석하게 생각한다”라며 “코미나티주 임상 데이터 중립성과 관련해서는 임상시험 데이터와 리얼월드 데이터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 대답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 기반을 둔 한 매체는 앨버트불라 CEO가 뉴욕 주의 한 교외 지역 자택에서 FBI에게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결국 사실이 아닌 보도로 판명 났다.

 

이렇듯 잡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화이자이지만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와 부스터샷 접종의 본격화, 그리고 앨버트불라 CEO의 유연한 핸들링과 전략적 판단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는 화이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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