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스타벅스 ‘트럭 시위’가 남긴 것
[이슈메이커] 스타벅스 ‘트럭 시위’가 남긴 것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11.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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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스타벅스 ‘트럭 시위’가 남긴 것

 

10월 초 과도한 판촉행사로 과중된 업무 부담에 항의하는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의 ‘트럭 시위’가 큰 관심을 모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존 노동조합과는 철저하게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단체행동은 ‘MZ세대’의 신(新)노조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서였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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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처우 개선 요구하며 트럭 시위 전개

커피업계 1위 스타벅스 창립 22년 만에 처음 일어난 직원들의 단체행동은 큰 파괴력을 불러 일으켰다. 앞서 스타벅스에서 개최한 ‘리유저블컵(다회용컵)’ 이벤트 후 전국 매장에 이를 받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대란’으로 이어지자, 행사가 마무리된 후 일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다수 올라왔다.

 

여기에 시위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 리유저블컵(다회용컵) 행사는 ‘위장환경주의’를 뜻하는 ‘그린워싱’ 논란까지 겹쳤다. 이로 인해 그간 정부로부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숱한 상을 받아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스타벅스코리아가 정작 내부 직원들의 저임금 노동, 낮은 처우 등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었다는 비판 여론도 형성됐다.

 

업무 고충에 대한 내용이 내부에서 공론화되자 이들은 서울 시내를 오가는 트럭을 통해 이틀간의 시위를 진행했다. 트럭 전광판에는 ‘스타벅스 파트너 일동’으로 “스타벅스파트너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창립 22년 만에 처음으로 목소리내는 파트너들을 더이상 묵인하지 마십시오” 등의 문구가 기재됐다. 또한 “지난 몇 년 간 부족한 현장 인력으로 회사를 운영해오며 파트너들이 소모품 취급당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음을 인정하고, 나아가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행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근무 환경 개선 약속

스타벅스 파트너들의 ‘조용한 시위’는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제기된 문제에 대해 직원들에게 사과했고, 올해 연말까지 바리스타 채용을 확대하며 파트너를 위한 근무 환경 개선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역별로 진행하고 있는 상시 채용 외에도 전국 단위 채용을 확대해 인재 확보 및 매장 운영에 효율성을 제고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는 이번 채용 외에도 매장 관리자 및 바리스타의 임금체계 개선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리스타의 근속 및 업무역량 등을 고려한 시급 차등, 매장 관리자 임금 인상, 인센티브 운영 기준 개선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계절별 프로모션이나 신제품 론칭 시 매장 파트너들의 혼선과 업무가 과중되지 않도록 전사적인 TF를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파트너 대표 기구인 ‘파트너 행복협의회’ 위상도 더욱 강화된다. 지역별로 선출된 60명의 대표 파트너 규모를 늘려 전국 매장 파트너의 소통 창구를 다양화함과 동시에,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개선 방안을 즉각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전사적인 권한과 예산을 대폭 증대하기로 했다. 이외에 매장 내에 사무 업무 및 파트너들의 휴게 공간 역할을 하는 백룸(Back Room) 리뉴얼 작업도 적극적으로 가속할 방침이다.

 

 

시위자들은 온라인으로 시위자금을 모금한 뒤 이벤트 대행사를 통해 구한 트럭 전광판에 근무 여건 개선 요구를 담은 메시지를 띄웠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시위자들은 온라인으로 시위자금을 모금한 뒤 이벤트 대행사를 통해 구한 트럭 전광판에 근무 여건 개선 요구를 담은 메시지를 띄웠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기성 노조와 다른 영향력 행사에 주목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직원들의 시위는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남겼다. 그동안 시위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띠를 두른 노동자들의 모습도 없었고, 극단적인 항의나 사업장 점거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더욱이 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민주노총이 ‘스타벅스 노동자에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트럭시위를 환영한다”면서 “노조를 만들겠다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지원하겠다”며 연대를 제안했지만 스타벅스 트럭 시위를 주도한 ‘2021 스타벅스코리아 트럭 시위 총대 총괄’ 총대는 ‘당신들(민노총)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지 말라’며 거부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은 트럭시위와 교섭을 시도하지 마시라. 우리는 당신들이 필요하지 않고, 우리는 노조가 아니다”라면서 “스타벅스코리아는 노조 없이도 22년간 식음료 업계를 이끌며 파트너들에게 애사심과 자긍심을 심어준 기업이다”이라며 전례 없는 무노조 시위를 이어나갔다.

 

대신 시위자들은 간편 송금 애플리케이션인 토스로 3시간 만에 시위자금 330만 원을 모금했고, 이후 법률 자문까지 거쳐 이벤트 대행사를 통해 구한 트럭 전광판에 근무 여건 개선 요구를 담은 메시지를 띄웠다. 이는 ‘무(無)조직’과 ‘탈(脫)이념’, ‘비(非)실명’으로 요약되는 최근 MZ세대의 노조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투쟁과 파업 일변도의 기성 노조와 다르게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는 절차적 공정성과 합리적 실용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노조 문화에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소통하고 특별한 조직이 없어도 회사와 적절한 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낳아냈기 때문이다. 기존 노조들의 향후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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