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정권 재창출 나서는 비주류 ‘변방의 장수’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정권 재창출 나서는 비주류 ‘변방의 장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11.05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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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정권 재창출 나서는 비주류 ‘변방의 장수’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출됐다. 이 지사는 최종 득표율 50.29%를 기록해 결선투표 없이 본선 직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뚜렷한 컨벤션 효과도 없고 당내 안팎으로 걱정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승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경선 후유증부터 ‘대장동 의혹’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어서다. ‘4기 민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이 후보의 도전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경기도
ⓒ경기도

 

‘흙수저’ 소년공에서 집권 여당 대선후보로
1963년(호적상 1964년) 경북 영양과 봉화, 안동이 만나는 산골 마을에서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이재명 후보의 20대 초반까지의 인생은 전형적인 ‘흙수저’의 삶이었다. 매일 왕복 10㎞ 산길을 홀로 걸어 초등학교에 다녔고, 졸업 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일당 200원 공장을 전전하는 소년공이 됐다. 당시 공장 프레스 기계에 왼쪽 손목이 끼는 사고를 당해 이후 6급 장애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 후보 본인조차 평소 “나는 흙수저보다 더 낮은 무(無)수저”라고 자주 말했을 정도로 가난의 굴레는 그의 유년 시절을 옥죄었다.
 
살인적 노동을 감당하지 못한 이 후보는 ‘공장 관리자’가 되고자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관리자 중에 고졸이 많아 ‘고교졸업 자격증만 있으면 되나 보다’라고 생각하면서다. 중·고교 검정고시를 거쳐 내친김에 대입에도 전장을 내 1982년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다. 입학금과 3년 치 등록금 면제, 매달 20만 원의 용돈을 받는 장학생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평소 “나는 흙수저보다 더 낮은 무(無)수저”라고 말했을 정도로 가난의 굴레는 그의 유년 시절을 옥죄었다. ⓒ이재명의 열린캠프
이재명 후보는 평소 “나는 흙수저보다 더 낮은 무(無)수저”라고 말했을 정도로 가난의 굴레는 그의 유년 시절을 옥죄었다. ⓒ이재명의 열린캠프

 

장애로 인해 취업을 포기하고 사법고시에 도전한 그는 4학년이던 1986년 두 번째 도전 만에 합격증을 손에 쥐매 인생 2막을 연다. 판사와 검사 대신 변호사를 택한 이 후보는 1989년 성남에서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했다. 주로 노동·인권 사건을 맡아 변호했고 ‘성남시민모임’을 창립해 시민운동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2000년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특혜의혹과 2002년 파크뷰 특혜분양사건 등을 다루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04년에는 성남 구시가지 대형병원들이 문을 닫으며 의료공백이 심각해지자 성남 공공의료원 설립을 목표로 시민 2만 명의 뜻을 모아 주민 발의 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의회에서 47초 만에 날치기 부결되자 그는 정치를 결심하게 된다.
 
2005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며 정치 인생을 시작한 이 후보는 이듬해 성남시장과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이어 낙방했지만 2년 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행정가 이재명으로 거듭났다. 임기 시작 11일 만에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등 파격적인 시정 운영으로 파란을 일으켰고, 2013년 그의 가슴 한편을 짓눌러 왔던 시립의료원의 첫 삽을 뜨는 데도 성공했다.
 
여기에 특유의 ‘사이다’ 화법은 이 후보를 전국구 스타로 만들었다.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촛불 정국이 벌어지자 대선주자로는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언급했다. 높아진 인기 속에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득표율 21.2%로 3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기세를 몰아 2018년 성남시장을 사퇴하고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직에 도전해 16년간 보수정당이 차지했던 지사직 탈환에 성공했다. 지사 재임 기간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는 등 위기를 겪었으나,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리스크를 떨쳐냈다. 이와 함께 기본소득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기본시리즈’ 실험을 구체화하며 자신만의 정책 곳간을 채워나가 ‘실행력’과 ‘추진력’에서만큼은 큰 강점을 자랑한다.
 
 
최종 득표율 50.29%를 기록해 이낙연 전 대표를 따돌린 이재명 후보는 결선투표 없이 본선 직행 티켓을 따냈다. ⓒ더불어민주당
최종 득표율 50.29%를 기록해 이낙연 전 대표를 따돌린 이재명 후보는 결선투표 없이 본선 직행 티켓을 따냈다. ⓒ더불어민주당

 

‘명낙대전’ 후유증 극복이 변수
지난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연이어 과반 승리 행진을 이어나가며 경선 레이스 초반부터 굳건하게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마지막 서울 지역 순회 경선에서 발표된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는 28.30%로 62.37%를 득표한 이낙연 전 대표에게 대패했다. 이로 인해 마지막 지역 경선이었던 서울 경선까지 55%를 기록하던 누적 득표율도 ‘턱걸이 과반’인 50.29%로 급락했다.
 
3차 투표에서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에게 크게 패하지 않았다면 결선투표 논란도 없었겠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며 경선 불복 파문이 불거졌다. 이낙연 캠프는 설훈·홍영표 공동선대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당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결과에 불복했다.
 
논란이 진화된 건 경선 결과 발표 이후 만 3일이 지난 10월 13일이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당 최고 의결기구인 당무위원회를 소집해서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이 제기한 ‘대선 경선 표 계산 방식’에 대한 이의제기를 수용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당무위 결과 발표 이후 이 전 대표는 침묵을 깨고 “대통령 후보 사퇴자 득표의 처리 문제는 과제를 남겼지만, 당무위 결정은 존중한다. 대통령 후보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며 승복을 선언했다.
 
천신만고 끝에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 후보에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먼저 이 전 대표의 승복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원팀’ 구성을 둘러싸고 앙금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경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던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 지사 지지로 돌아설지도 의문이다.
 
또한 여배우 불륜 스캔들과 형수 욕설 도덕성 논란에 자유롭지 못한 점도 그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형수 욕설 논란과 관련해서 이 지사 측은 셋째 형이 자신이 성남시장의 형이라는 점을 이용해 시정에 개입하고 교수 자리까지 청탁하더니, 이를 거절하자 ‘안티 이재명’ 운동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이어 셋째 형이 어머니에게 폭언과 폭행까지 일삼자 참다못해 형수에게 욕설했다고 말한다. 반면 셋째 형수는 “욕설 당시에 어머니도 없었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서며 여전히 진위가 가려지지 않고 있다.
 
 
측근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며 이재명 후보는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관광공사
측근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며 이재명 후보는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관광공사

 

검경 수사 속도 낼수록 ‘대장동 의혹’ 충격파 커질 수도
여기에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은 이 후보의 대권 가도 최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이 후보의 측근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며 그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대장동 의혹’이 한복판에 자리해 정책과 비전 경쟁을 덮어버렸다.
 
국민의힘 등 야당 역시 이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11일 광주광역시에서 ‘대장동 게이트 특검 촉구’ 도보 행진 시위를 벌였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지사에게 대선 후보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국회 행전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야당 의원들과 경기지사로 참석한 이 후보 사이의 공방이 온종일 이어졌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 후보는 ‘강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세력의 부패 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며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국감에서도 경기지사직을 내려놓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해 대장동 의혹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두고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김갑찬 기자
국민의힘 등 야당은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두고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김갑찬 기자

 

국감을 통해 대장동 의혹에 대한 1차 관문은 넘었지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검찰과 경찰이 진행 중인 수사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변수로 상존한다. 전문가들 역시 본선에서 이 후보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장동 의혹은 본선에서 계속 이 후보를 붙잡을 문제”라면서 “수사를 해서 ‘혐의가 없다’라는 결론이 나와도 ‘특검을 하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관건은 시간인데 본선은 물론 이 후보가 대선에서 이겨도 취임 후까지 이 문제는 계속 살아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이후 앞으로 선보일 정치력도 관심사다.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큰 여론조사 결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가 친문 지지층의 지지를 등에 업으면서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띌 수 있느냐가 본선 성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본선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와의 일정 부분 대립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당 내의 정권교체’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40% 안팎을 유지하는 문 대통령 지지율을 바라봤을 때 섣부른 선택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그간의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색깔을 꾸준히 표출하며 마침내 여당의 대선 후보의 자리에 올라 정권 재창출이라는 ‘특명’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이재명 개인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대선 후보 이재명에게도 고비와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 시험대인 대선이 남은 그가 이를 기회로 바꿔 ‘이재명 정부’를 창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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