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함에 가치를 더하다
무용함에 가치를 더하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1.10.07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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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무용함에 가치를 더하다

지구촌은 플라스틱과의 전쟁 중이다. 매년 폐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플라스틱 배출량이 급증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2.0 추진계획’을 발표했고,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저감을 위해 순환자원화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밝혔다. 국제적으로도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탈(脫)플라스틱 정책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한 스타트업이 플라스틱 팬데믹 시대를 벗어나고자 플라스틱 시트프레스를 제작해 수거 플랫폼과 이를 활용한 공급 플랫폼을 아우르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화제다. 그들의 유의미한 도전을 이슈메이커가 조명해봤다.

이혜원 제4의공간 대표
이혜원 제4의공간 대표
사진=김남근 기자

 

반갑습니다. 제4의공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4의공간은 ‘무용함의 가치를 찾는 공간’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2019년 12월부터 ‘플라스틱’에 집중해 업사이클링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1,000mm x 1,000mm x 20T’ 크기의 플라스틱 시트 생산 설비를 갖추고 러쉬코리아와 LG화학 등의 기업에 제품을 납품해왔으며, 올해 4분기에는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2,400mm 사이즈의 플라스틱을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소비자가 사용한 플라스틱. 즉 PCR(Post-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을 수급하기 위해, 소비자로부터 재질별로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이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도입한 플라스틱 수거 서비스인 ‘업사이어티’ 앱 버전을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플라스틱 순환 경제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이 첫 번째 프로젝트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4의공간의 첫 번째 프로젝트 주제는 ‘공간’이었어요. 쓰이지 않는 공간을 공유 공간으로 재탄생 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프로젝트였죠. 하지만 프로젝트 시작 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어 플라스틱으로 아이템을 변경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공간과 플라스틱에서 큰 공통점을 찾을 수 없기에 피보팅처럼 비추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제4의공간의 모토가 앞서 말씀드렸듯 무용함의 가치를 찾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공간 프로젝트와 플라스틱 프로젝트가 동시에 기획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공유 공간을 만들고 공간 중 업사이클링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일종의 메이커스페이스를 구비하는 것이 애초 기획이었으나 지금은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사업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지요”

제4의공간은 자체 보유한 플라스틱 시트프레스를 통해 업사이클링 시트를 제작하여 러쉬코리아, LG 화학 등에 납품하고 있다.ⓒ 제4의공간
제4의공간은 자체 보유한 플라스틱 시트프레스를 통해 업사이클링 시트를 제작하여 러쉬코리아, LG 화학 등에 납품하고 있다.
ⓒ 제4의공간

 

처음 창업을 하시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처음 창업했을 당시에는 겸업·겸직 상태였습니다. 창업 전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살던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삶의 가치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회사원으로서의 삶은 안정성이 보장되어있긴 했지만, 그 자체만으로 삶의 의미를 찾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이때 우연히 ‘사이드프로젝트’에 대한 강연을 듣게 됐습니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으려면 나의 삶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일, 그리고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나의 노력을 열정적으로 쏟을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그 즉시 저는 ‘건설적인 딴짓’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노트에 제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죠. 사소한 것부터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저만의 마인드맵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나온 작은 아이디어 점들을 하나씩 연결해나가니 그 끝은 무용함의 가치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공간, 플라스틱과 같은 다양한 방법론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비건,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등의 키워드로 살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사이드프로젝트에 빠져들다 보니 비건과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링에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 점들을 하나로 묶어 사회에 이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제4의공간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원래 창업에 대한 뜻이 있었던 건가요?
  “아니요. 사실 제가 창업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외활동을 하거나 도전적인 일을 하는 성향도 아니었거든요. 살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3가지가 있었는데, 이는 주식과 도박, 그리고 사업이었습니다. 리스크가 있는 행위 자체를 즐기지 않았죠. 아니, 그런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이드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내 안에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온전한 나로 3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나조차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 존재하더라고요.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사회에 이로운 가치를 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도구가 창업이었고, 창업에 대한 마음을 굳힌 뒤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제4의공간은 플라스틱 팬데믹 시대를 벗어나고자 플라스틱 시트프레스를 제작해 수거 플랫폼과 이를 활용한 공급 플랫폼을 아우르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제4의공간
제4의공간은 플라스틱 팬데믹 시대를 벗어나고자 플라스틱 시트프레스를 제작해 수거 플랫폼과 이를 활용한 공급 플랫폼을 아우르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 제4의공간

 

막상 창업을 하고 보니 예상치 못했던 난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창업이라는 행위 자체는 제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건설적인 딴짓이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지난해부터 근 2년간 쉬는 날 없이 힘든지도 모르고 제 일에 몰두했지요. 물론 겸업·겸직 기간이 있어 그만큼 더 바쁘기도 했고,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나가는데도 제약이 있기도 했었지만, 이런 저의 배경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지속가능한경영)와 IR(Investor Relations) 관련 업무 경험이 사업의 비전을 설정하고 단계적인 성장 전략과 RNR(Role & Responsibility) 설정 등 조직 운영 방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시트 생산 설비를 갖췄다고 들었습니다.
  “글로벌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커뮤니티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의 시트프레스 설비를 완성했을 당시는 최초가 맞지만, 현재는 아닙니다. 제4의공간 외에도 몇몇 단체에서 해당 시트 생산 설비를 갖췄죠. 하지만 설비를 갖췄다고 해서 시트를 바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산한다 하더라도 완성도와 품질은 천차만별이죠. 제4의공간 역시 처음 설비를 갖춘 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부적으로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습니다. 제조 방식에 관한 연구를 지속했고, 데이터를 지속해서 쌓아나가며 다양한 변수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프레셔스 플라스틱 시트프레스를 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만의 자동제어 시트프레스 기계를 직접 개발했습니다. 자동제어 시트프레스를 사용하면 더 세밀한 온도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퀄리티 좋은 플라스틱 시트를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감사하게도 저희를 먼저 알아봐 주신 기업들과 관계자분들이 있으셔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장해나갈 수 있었고, 가까운 시일 내에 2,400mm 사이즈의 플라스틱 시트 생산 설비를 갖출 예정입니다”

제4의공간은 폐플라스틱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Precious Plastic 공식 계정에 소개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제4의공간
제4의공간은 폐플라스틱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Precious Plastic 공식 계정에 소개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 제4의공간

 

업사이클링 분야이다 보니 재료 수급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으로 모인 폐플라스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재료가 모이지 않으면 업사이클링 행위 자체를 할 수가 없죠. 특히 저희처럼 플라스틱 시트를 제작하는 경우 필요한 재활용 플라스틱의 양이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재료 수급이 중요합니다. 가령 1,000mm x 1,000mm x 20T 크기의 시트를 제작하는 데 플라스틱 병뚜껑이 약 2만 개가량이 소요될 정도니까요. 그러나 기존의 재활용 수거 시스템을 통해 저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재질인 PE, PP, PS를 수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4의공간은 자체적인 폐플라스틱 수거 플랫폼인 ‘업사이어티(Upciety)’(이하 업사이어티)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9월 MVP 테스트를 거쳐 올 4분기 중 정식 출시할 계획입니다.   

  업사이어티의 MVP 테스트 내용을 공유하자면, 우선 테스트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플라스틱을 모으는 과정에서 재질별로 보다 정확한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업사이어티 수거 가이드를 마련합니다. 테스트 참여자는 가이드에 따라 업사이어티와 수거처로 제휴된 제로웨이스트샵에 이를 제출하고 수거처에서는 참여자의 활동에 대한 인증을 진행하지요. 수거가 완료되면 사용자는 자신의 수거 활동에 따라 11곳의 제로웨이스트샵에서 사용 가능한 리워드(보상)를 받습니다. 10월에 마무리되는 MVP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4분기 중에는 정식 앱 버전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활용 플라스틱 수거에 대한 올바른 문화를 정립하는 데 이바지함은 물론 수거 행위 참여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앱을 통해 재활용 수거 행위가 진행된다면, 모이는 데이터의 양도 대단할 것 같습니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살펴보면 자원 순환에 관한 내용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령 ‘재활용률을 몇 % 높이겠다’라는 형태로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 나타내는 수치가 어디에 근거하는 수치인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제4의공간에서 수집되는 플라스틱 수거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지역별 플라스틱 배출 현황에 대한 보다 명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정부 기관뿐 아니라 관련된 자료가 필요한 법인, 학교 등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제4의공간의 폐플라스틱 수거 플랫폼에는 서울시 강서구 백석중학교와 자치단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영등포사회복지관, 다수의 제로웨이스트샵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제4의공간
제4의공간의 폐플라스틱 수거 플랫폼에는 서울시 강서구 백석중학교와 자치단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영등포사회복지관, 다수의 제로웨이스트샵 등이 참여하고 있다.
ⓒ 제4의공간

 

제4의공간이 앞으로 사용자와 관련 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기를 희망하나요?
  “우리가 진행하는 업사이클링, 자원 순환 경제는 절대로 한 기업만의 힘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역사회 구성원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한 부분이죠. 그래서 제4의공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시민이 ‘순환 경제’에 대해 익숙해지고 친환경 이슈에 대해 더는 방관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올바른 플라스틱 분리배출 행위에 실질적인 보상을 주어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경제를 이루어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을 피력해주십시오.
  “기획력과 실행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가 생각에서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현에 옮기는 것입니다. 저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업사이클링 시트 프레스 기기를 가지게 되었던 것은 제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했고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았다’ 뿐이지요. 우리나라는 아직 순환 경제가 구축되지 않은 시장 초기 단계로 업사이클링에 대한 시스템과 사회 인식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제4의공간이 시도해나갈 모든 일이 새로운 시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제4의공간은 ‘무용함의 가치를 찾는’ 비전을 바탕으로 남들이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경험을 통해 지속해서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제4의공간의 폐플라스틱 수거 플랫폼에는 서울시 강서구 백석중학교와 자치단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영등포사회복지관, 다수의 제로웨이스트샵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제4의공간
제4의공간의 폐플라스틱 수거 플랫폼에는 서울시 강서구 백석중학교와 자치단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영등포사회복지관, 다수의 제로웨이스트샵 등이 참여하고 있다.
ⓒ 제4의공간

 

앞으로 제4의공간의 중·장기적 비전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제작 설비 고도화 및 수거 시스템의 완성과 참여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유효한 데이터를 지속해서 수집해 ‘플라스틱 순환 경제 플랫폼’을 완성하는 기틀을 마련해나가고자 합니다. 목표한 바를 단계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 무용함의 가치를 플라스틱을 넘어 다양한 소재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무용함의 가치를 발견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제4의공간의 비전에 공감하시는 구직자·투자자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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