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대한민국에 상륙한 메타버스 공룡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대한민국에 상륙한 메타버스 공룡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1.09.07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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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대한민국에 상륙한 메타버스 공룡
 
글로벌 1위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를 만든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하 로블록스)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메타버스 산업의 원조라 불리는 로블록스는 전 세계 180개 국가에서 이용하는 게임 플랫폼이다. 지난 코로나-19의 여파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더니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로블록스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에서도 이어졌고, 온라인 게임 및 개발 플랫폼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고, 국내에서의 홍보·마케팅 및 기타 사업에 대한 지원, 해외 계열사의 국내 전자상거래 사업을 지원할 한국 법인이 마침내 등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게임 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규제 마련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로블록스의 한국 진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데이비드 바스주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 CEOⓒ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데이비드 바스주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 CEO
ⓒ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플랫폼 비즈니스로 자리 잡아가는 메타버스
로블록스을 알아가기 전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초월 또는 그 이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개념으로서 온라인 공간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아바타가 활동하는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를 표현하는 말로 처음 등장한 뒤 최근에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하고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으로 정의되기도 했고, 가상·증강현실(VR·AR)과 같은 가상융합기술(XR)의 활용을 강조하여 ‘확장 가상 세계’로 정의되기도 한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 ‘메타버스(metaverse)의 현황과 향후 과제’를 통해 “사람이 자신의 아바타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는 게임과 비슷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과 해야 할 일이 사전에 프로그래밍이 된 것이 아니라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개방형 구조라는 점, 본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 구성원의 합의나 서비스 제공자의 불가피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가상세계는 처음으로 리셋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게임과 메타버스의 차이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초기의 메타버스는 게임과 같은 가상 세계 유형의 서비스가 주를 이뤘다. 2D 형태의 게임은 3D 그래픽 기술과 인터넷 발전, PC·스마트폰의 등장과 맞물리며 점차 영역이 확대됐다. 이후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통 서비스로 진화하며 메타버스의 대중화를 알렸다. 가상세계, 라이프로깅(Life-logging)과 같은 유형 간 융·복합이 활발히 이뤄진 것이다. 최근에는 외부 지식재산권(IP)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한 ‘양면시장형 생태계 구축’, 이용자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창작 도구 도입’, 창작물의 수익화를 지원하는 가상화폐 등의 ‘거래 시스템 구축’ 등이 접목되며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하고 있다.
 
한상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선임연구원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저널을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게임부터 일상, 산업까지 적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미래학자인 로저 제임스 해밀턴(Roger James Hamilton)은 ‘2024년에 우리는 현재의 2D 인터넷 세상보다 3D 가상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실의 더욱 많은 경제, 사회적 활동들이 가상과 연결되거나 융합하는 메타버스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블록 모양의 아바타와 게임 내 가상세계를 탐험하는 소셜 플랫폼인 로블록스가 전 세계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블록 모양의 아바타와 게임 내 가상세계를 탐험하는 소셜 플랫폼인 로블록스가 전 세계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게임을 사랑하는 CEO, ‘빌더맨’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때문일까. 로블록스는 가히 신드롬처럼 번져나갔다. 블록 모양의 아바타와 게임 내 가상세계를 탐험하는 소셜 플랫폼이 전 세계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로블록스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2020년 9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동시 접속자 수는 570만 명에 이른다. 콘텐츠는 끊임없이 생산되어 5,000만 가지 이상의 게임이 그 속에 존재한다. 사용자가 코딩 없이 게임을 직접 만들 수 있고,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사용자 및 사용시간의 증가는 매출증가로 이어지고, 매출이 발생되기에 제작자 유입에 따른 전체의 수익 증가라는 선순환구조가 구축됐다. 기업의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지난 3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뉴욕 증시에서 50% 이상 오르며 화려한 데뷔를 한 로블록스의 데이비드 바스주키 CEO는 “인간이 되는 근본적인 부분은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것”이라며 “사용자 간 경험 공유가 가능한 인간 공동체험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로블록스의 성공이 게임 업계 측면에서 볼 때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게임을 만들지 않은 게임회사’라고 언급될 정도다. 앞서 전했듯이 유저들이 게임 속에서 게임을 개발해 함께 즐기는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들은 수익도 창출한다. 게임 콘텐츠를 가진 게임 플랫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개념에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더한 바스주키 CEO는 어떤 인물일까?
 
바스주키 CEO는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1989년 2D 및 3D 모션 개발사인 Knowledge Revolution 설립 후 교육용 물리학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Interactive Physics’를 개발해 MSC Software에 약 200억 원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다. 매각 이후에도 MSC Software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전문성과 지속성을 이어나갔고, 엔젤 투자사인 Baszucki and Associates를 설립해 SNS기반 게임 플랫폼에 시드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후 2004년 로블록스의 전신인 ‘다이나블록스’(DynaBlocks)를 (故)에릭 카셀(Erik Cassel)과 공동으로 설립했고, 이듬해 데모 테스트를 시작, 마침내 기업명을 로블록스로 변경하고 유저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을 제공해오고 있다. 비록 설립 초기에는 공동설립자들이 언론 보도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플랫폼들 사이에서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규모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하반기부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마침내 화려한 비상을 시작하게 됐다. 한편 바스주키 CEO는 ‘빌더맨’(builderman)이라는 애칭을 사용하며 로블록스 내에서 게임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 직접 활동할 정도로 로블록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참고로 로블록스 내의 개발자 중 발명특허수와 심사관 피인용수 1위가 빌더맨, 바로 바스주키 CEO다.
 
 
데이비드 바스주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 CEO는 ‘빌더맨’(builderman)이라는 애칭을 사용하며 로블록스 내에서 게임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 직접 활동할 정도로 로블록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데이비드 바스주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 CEO는 ‘빌더맨’(builderman)이라는 애칭을 사용하며 로블록스 내에서 게임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 직접 활동할 정도로 로블록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뜨거운 감자 된 메타버스 공룡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이어 국내 상륙의 이슈가 이어지며 로블록스가 국내 게임 및 메타버스 시장에 미치게 될 영향은 지대하다. 지난달 로블록스가 발표한 2021년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4억 5,410만 달러(약 5,313억 원)다. 동 분기 예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6억 6,550만 달러(약 7,789억 원)로 발표했고, 평균 일일 이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4,320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메타버스 공룡 기업이 국내시장으로 진출한다니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로블록스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흥행하고 있는 플랫폼이기에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다양한 문제점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로블록스의 사용자 중 13세 미만의 비율이 50% 이상이며, 17세 이상 이용자는 30%에 그친다. 때문에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특성상 자극적이고 부적절한 콘텐츠가 유저들에게 필터 없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로블록스 자체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를 선별하는 기능을 도입하고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로 예상되는 사항은 로블록스가 국내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이 아니라 게임으로 분류되어 게임산업법의 테두리에 놓이게 된다면 로블록스 내 게임 재화이자 실제 화폐로 환전이 가능한 ‘로벅스’로 인해 규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로블록스 메타버스 경제의 핵심인 가상화폐 거래와 현금화가 국내 서비스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이는 로블록스와 로블록스 유저들, 로블록스 개발자 모두에게 좋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국내에서 로블록스가 메타버스 플랫폼이 아닌 게임으로 분류되어 게임산업법의 테두리에 놓이게 된다면 로블록스 내 게임 재화이자 실제 화폐로 환전이 가능한 ‘로벅스’로 인해 규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국내에서 로블록스가 메타버스 플랫폼이 아닌 게임으로 분류되어 게임산업법의 테두리에 놓이게 된다면 로블록스 내 게임 재화이자 실제 화폐로 환전이 가능한 ‘로벅스’로 인해 규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관계자는 “환전 시스템은 불법적인 요소로 보이긴 하지만, 이용자 간 게임머니 거래가 아니라 이용자가 게임을 만든 개발자의 입장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라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자문위원의 의견과 논문을 토대로 메타버스 게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게임으로 분류해야 할지, 또 게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 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 다양한 연구를 최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병권 서원대학교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논문 ‘메타버스(Metaverse)세계와 우리의 미래’에서 “메타버스 시대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미래에 혁신적인 기술과 현실 세계를 벗어난 제2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 있다”라며 “이젠 사이버공간에서의 적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도전해야 한다”라고 첨언했다.
 
메타버스 세계로의 진입은 피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추세다. 이러한 시류 속에 로블록스는 뜨거운 감자로 도마 위에 놓인 것이다. 앞으로 로블록스가 국내에 어떻게 자리 잡느냐는 국내 메타버스 시장이 형성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한 만큼 촘촘한 사전 규제부터 만들어 정책적 과오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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