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녹색 전쟁’의 이면에 존재하는 ‘탄소 장벽’
[이슈메이커] ‘녹색 전쟁’의 이면에 존재하는 ‘탄소 장벽’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8.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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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녹색 전쟁’의 이면에 존재하는 ‘탄소 장벽’
 
이상고온과 폭우 등 세계적 기후 위기로 인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환경단체의 구호에 머물던 ‘기후변화’ 대응에 세계 각국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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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문제로 촉발된 탈 탄소 과제
최근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는 ‘100년 만의 폭우’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폭염과 산불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알래스카와 같은 북극권에서는 마른번개로 인해 화재와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같은 전례 없는 이상기후 현상은 온실가스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물론 여전히 기후변화 회의론자도 존재한다. 미국인의 전체 인구 중 12%가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기후변화라는 구호가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먼 얘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연 변동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부른 것이 아닌, 지구온난화의 결과가 이산화탄소의 증가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과학적 회의론은 2007년 터진 ‘기후 게이트’가 불을 지핀 측면도 있다. 당시 기후변화 주창론자들이 밝힌 데이터와 숫자에 오류가 밝혀져 비난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음모론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중국인들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기 위해 거짓으로 지어낸 것이다”고 주장한 바 있고, 반대로 신흥개도국의 경제성장을 방해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는 말도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탄소 국경세’를 통해 EU가 수입하는 제품이 EU 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경우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할 방침이다. ⓒThijs ter Haar/Flickr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탄소 국경세’를 통해 EU가 수입하는 제품이 EU 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경우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할 방침이다. ⓒThijs ter Haar/Flickr

 

하지만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은 이제 거스르기 힘든 대세가 됐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대응 정책 패키지 중 하나로 ‘탄소 국경세’를 내놓았다. 이는 EU가 수입하는 제품이 EU 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경우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년 후인 2023년부터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전력, 비료 등 5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지만 향후 점차 모든 품목으로 적용 대상을 넓히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탄소 국경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듯이, 미국 역시 비슷한 법안을 마련 중이다. 미국 민주당은 탄소 국경 조정세를 부과하는 ‘공정 전환 경쟁법’을 발의했다. 미국 내 기후변화 법규를 준수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면서, 해외오염 배출 국가의 적극적인 배출량 감축 노력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2024년부터 철강, 알루미늄 등 품목이 50% 이상 함유된 제품에 탄소 국경 조정 부담금을 부과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탄소 국경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가장 먼저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기도 했다. ⓒ백악관/Flickr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탄소 국경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가장 먼저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기도 했다. ⓒ백악관/Flickr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지적 존재
문제는 EU나 미국이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는 표면적인 이유로 기후변화를 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운 관세를 매겨 추가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EU의 경우 2026년부터 탄소 국경세를 적용하면 한 해 140억 유로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역시 당장 내년부터 법안을 시행하면 최대 160억 달러의 세수가 늘어난다. 이러한 세수 이익뿐만 아니라, 경쟁국의 시장 진입 문턱을 높여 자체 녹색기술을 토대로 제조업을 보호하는 효과까지 얻는 효과도 있다. 이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서 자유롭게 성장하며 신흥국으로 넘어갔던 제조업의 패권을 되찾겠다는 셈법이 담겨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수출국에서는 탄소 국경세가 새로운 무역장벽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탄소를 대량 방출하며 기후변화 위기 경고음에도 안이하게 대처했던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가 문제로 떠오르자 신흥국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 피해는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집중돼왔다.
 
탄소 국경세는 우리에게도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발간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보고서에 따르면, EU가 이산화탄소 1톤당 30유로를 적용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연간 1조 2,000억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관세율로 따지면 1.9%가 추가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이 EU와 유사한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탄소 국경세 적용에서 제외해달라는 건의 서한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정부는 ‘탄소 장벽’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의 통상규범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처럼 EU의 탄소 국경세가 국제 무역 원칙을 위반한다고 전면적인 비판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WTO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민관 합동, 관계부처 공동으로 대외 동향도 주시하며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만큼 탄소 감축을 위한 체질 전환과 장기적 정책에도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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