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일상의 모든 것 연결하는 ‘진격의 카카오’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일상의 모든 것 연결하는 ‘진격의 카카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8.24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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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일상의 모든 것 연결하는 ‘진격의 카카오’
 
카카오 그룹이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급등으로 상장사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긴 카카오는 이후에도 여러 자회사의 잇따른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시총 기준 국내 3위 그룹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올해 4분기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재팬 등의 계열사가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카카오

 

시총 100조 원에 계열사만 120여 개 달해
지난 8월 1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인포맥스에 따르면 카카오와 상장 계열사들의 시총 합계는 107조 7,8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 그룹은 삼성그룹(728조 2,706억 원), SK그룹(206조 158억 원), LG그룹(150조 8,940억 원·LX 계열 제외), 현대차그룹(142조 7,373억원)에 이어 상장사 시총 기준 그룹 순위 5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이미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재팬의 국내외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도 시총이 계속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이 추정한 이들 4개 계열사의 평균 기업가치 합계는 카카오페이 13조 원대, 카카오모빌리티 6조 원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2조 원대, 카카오재팬 9조 원대 등 약 41조 원대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상장을 마치면서 상장사 주가가 현재 가격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그룹 시총 합계가 150조 원에 이르러 LG그룹, 현대차그룹과 대등한 수준이 된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급등으로 상장사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긴 카카오는 이후에도 시총 기준 국내 3위 그룹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의 주가 급등으로 상장사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긴 카카오는 이후에도 시총 기준 국내 3위 그룹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의 영역 확장은 끝이 없다. 코스닥 시총 3위에 올라있는 카카오게임즈에 지난 5월 카카오페이지(웹툰·웹소설)와 카카오M(영화·드라마 제작 및 매니지먼트)이 합병해 출범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점유율 3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멜론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합병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 순위(자산 기준)에서도 카카오는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18위로 5계단 올랐고, 계열사 수는 97개에서 118개로 늘었다. 가히 ‘카카오 천하’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이와 같은 계열사 확장의 정점에는 카카오톡이 존재한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기와 맞물리며 카카오 그룹 생태계 확장의 핵심 역할을 했다. 이제 사람들은 모바일 문자메시지 대신 카카오톡을 더 많이 사용한다(메시지 시장 점유율 97%). 기업은 물론 공무원들도 카카오톡을 사용해 회의하고 자료를 공유하며, 정부 기관들은 카카오톡으로 알람이나 고지를 한다. 사실상 공공 서비스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현재 카카오톡의 전 세계 이용자는 5,300만 명으로, 이 중 88%는 국내 이용자다. 이른바 ‘국민 메신저’가 되면서 카카오톡이 잠시 오류라도 일으키는 날이면 전국의 일상이 흔들릴 정도가 됐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 속 QR 체크인이나 잔여 백신 예약 등 정부가 할 일까지 대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 속 카카오톡은 QR 체크인이나 잔여 백신 예약 등 정부가 할 일까지 대신하고 있다. ⓒ카카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 속 카카오톡은 QR 체크인이나 잔여 백신 예약 등 정부가 할 일까지 대신하고 있다. ⓒ카카오

 

한국 최고 부자 등극한 ‘브라이언’
카카오의 폭발적 성장 속에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지난 7월 29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김 의장은 134억 달러의 순자산으로 121억 달러의 이 부회장을 밀어냈다. 김 의장은 주가 상승으로 올해 들어서만 재산을 60억 달러 이상 불린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주가는 올해 91%나 급등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김 의장에 대해 “수십 년 된 대기업들이 지배하는 한국에서 자수성가한 정보기술(IT) 기업이 최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주목한 바와 같이 김 의장은 이른바 ‘흙수저’ 출신의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유년 시절 할머니를 포함해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정도로 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중학생 때 아버지가 정육 도매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작은 집을 장만하기도 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부도가 나기도 했다. 5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는데, 대학 재수 공부를 하던 시절 손가락을 베어 ‘혈서’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았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1986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1992년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SDS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SDS가 PC통신 산업에 진출하던 당시 기획과 개발에 참여해 1996년 PC통신 유니텔을 출시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 열기가 한창이던 1998년 부업으로 PC방을 개업하기도 했던 그는 퇴사 후 같은 해 11월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며 창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삼성SDS 동기였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네이버와 한게임을 합병해 NHN 공동대표가 되었고, 2007년 자리에서 물러나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국내로 돌아온 뒤에는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에 합류해 4년 뒤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인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카카오톡은 서비스 시작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이용자 수 500만 명을 확보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710만여 대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카카오톡은 그 뒤 한 번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고, 카카오 그룹 역시 11년 만에 ‘제국’으로 성장했다.
 
김범수 의장은 올해 초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를 통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그는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의 10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고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면이 많다고 한 김 의장은 “조금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3월에는 세계적인 기부클럽 ‘더 기빙 플레지’의 기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더 기빙 플레지는 지난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 환원을 서약하며 시작한 자발적 기부 운동이다. 김 의장의 자산이 향후 얼마나 늘어날지 예상할 수 없으나 ‘자산의 절반 기부’가 이뤄진다면 지금껏 국내 기업인들에게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선행으로 남을 전망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카카오 관련 서비스의 유료화로 인해 여론의 시선이 따가워졌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의 폭발적 성장 속에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카카오

 

‘문어발’ 확장에 반감 커지며 규제 요구도 커져
하지만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카카오 관련 서비스의 유료화로 인해 여론의 시선이 따가워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와 내비게이션, 배달, 공유자전거, 대리운전, 차량공유까지 ‘이동 수단’의 범위 내에서 연계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독점적 지위가 커지자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생활편의를 증진한 만큼 적정한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횡포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다. 이미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국에서도 이른바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의 견제 움직임은 뚜렷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할 때 돈을 추가로 내면 더 빠르게 잡을 수 있는 기능인 ‘스마트호출’의 가격을 기존 1,000원(야간 2,000원) 정액제에서 ‘0원∼5,000원’의 탄력요금제로 변경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밀려 ‘0원~2,000원’으로 재조정했다.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대에 기사들이 적극적으로 호출에 응할 동기를 준다는 취지였지만, 소비자와 택시업계는 사실상 요금 인상으로 인식했다. 심야 시간 기본요금 거리를 가려면 최대 8,800원을 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 4단체는 성명을 통해 “권력을 움켜쥔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한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카카오는 전기자전거 요금 조정안도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9월 6일부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제에서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추가 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릴 계획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요금제 변경이 단거리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 수요에 맞춘 것이라 설명했지만, 이용자는 10분만 타더라도 현 기본요금(15분 기준 1,500원)보다 비싼 값을 내야 해 반발이 컸다. 특히 신규 법인을 통해 대리운전 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고 전화 호출 시장에도 진입하면서 ‘영세업체 죽이기’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카카오 관련 서비스의 유료화로 인해 여론의 시선이 따가워졌다. ⓒ카카오모빌리티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카카오 관련 서비스의 유료화로 인해 여론의 시선이 따가워졌다. ⓒ카카오모빌리티
 
 
독점에 따른 폐해는 기존 산업과의 충돌도 만든다. 현재 카카오는 미용실 예약부터 영어교육, 방문 수리, 퀵 서비스, 스크린골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역에 진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 계정 하나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카카오의 요금 인상 행보를 두고 ‘예정된 수순’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점유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작에 불과할 뿐, 머지않아 유사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 역시 신개념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 이후 서비스를 유료화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활밀착형 사업이 많은 카카오의 그늘은 한국에선 더 짙게 드리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늦기 전에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단순한 시장과 사용자 연결 역할을 넘어 직접 서비스를 제작하거나 유통하면서 전체 산업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외연 확장으로 몸집을 키운 카카오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IT 기업이 됐다. 그러나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식 확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이들의 서비스에 종속되게 만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러한 ‘질주’는 이내 규제 확대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그룹이 된 만큼 공공성의 영역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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