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막 내린 베이조스 시대, 거대 제국의 2막이 열린다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막 내린 베이조스 시대, 거대 제국의 2막이 열린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8.09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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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막 내린 베이조스 시대, 거대 제국의 2막이 열린다

 

1994년 7월 자신의 집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창업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운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가 27년 만인 지난 7월 5일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아마존 제국’의 새 CEO로 오랜 시간 ‘베이조스의 그림자’로 불렸던 헝가리계 미국인 앤디 재시가 선임됐다.

 

 

ⓒ아마존
ⓒ아마존

 

27년 만에 ‘제국’으로 성장한 아마존

1994년 회사가 창립되고 27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은 연간 3,8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127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초거대 기업이 되었다. 온라인으로 책을 판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자제품과 소프트웨어부터 옷이나 가구, 식품 등 모든 것을 파는 세계 최대 온라인 상점이 되었다. 여기에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와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 영역은 물론 영화와 음악 스트리밍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매출 역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2018년 9월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후 최근 1조 8,700억 달러까지 규모가 커지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은 미국 시가 총액 3위 기업이다. 그럼 온라인 서점은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었을까? 정답은 더 싼 제품을 더 빨리 제공한다는 베이조스의 ‘고객 우선’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갖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수익 대부분을 재투자해 영업이익률을 1% 안팎으로 유지했고, 드넓은 미국 땅에서 익일 무료 배송을 하겠다며 물류망에 무모한 투자를 쏟아부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쉽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 어느 순간 아마존 외에 다른 곳에서 제품을 구매한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으로 만들었다. 베이조스는 “성장(Growth)은 낮은 가격구조(Lower Cost Structure)와 낮은 가격(Lower Price)에서 나오고 이는 곧 훌륭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으로 이어진다. 훌륭한 고객 경험은 곧 홈페이지 트래픽 증가(Traffic)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 판매자들(Sellers)을 끌어들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판매자가 늘어난 만큼 고객 경험의 질도 한층 상승할 것이다”며 자신의 경영전략을 설명한 바 있다.

 

1,800억 달러 규모의 아마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베이조스는 CEO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아마존 이사회 의장으로 계속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는 대신 우주개발과 2013년 인수한 신문 ‘워싱턴 포스트’ 및 자선사업 등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본인이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 등을 통해 우주개발 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지난 7월 20일 블루오리진의 첫 우주 관광 로켓 ‘뉴 셰퍼드’에 직접 탑승해 대기권과 우주 사이 경계인 100㎞ 상공까지 올라갔다 귀환하는 상업용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환경 문제와 빈곤 퇴치 관련 사회공헌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난해 2월 100억 달러를 출연해 청정에너지 전환 신기술에 투자하는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베이조스 어스 기금’을 만들겠다고 서약했다. 아울러 노숙자와 저소득층의 교육을 지원하는 ‘아마존 데이원 펀드’ 운용에도 많은 시간을 쏟겠다고 밝힌 상태다.

 

 

 

1994년 회사가 창립되고 27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은 연간 3,8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127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초거대 기업이 되었다. ⓒ아마존
1994년 회사가 창립되고 27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은 연간 3,8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127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초거대 기업이 되었다. ⓒ아마존

 

아마존 핵심 수입원 AWS 만든 클라우드 전문가

아마존 제국의 신임 CEO는 ‘베이조스의 그림자’로 불리는 앤디 재시다. 그간 베이조스가 참석하는 거의 모든 회의와 인터뷰, 출장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베이조스의 복심으로 통한다. 뉴욕에서 성장해 미국 하버드대학교 학부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그는 1997년 아마존에 입사해 마케팅 부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2003년 사내 핵심 의사 결정 그룹인 ‘S팀’에 선발되면서 베이조스의 경영방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조언을 제공했고, 아마존 뮤직 사업을 처음으로 제안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앞장섰다.

 

특히 재시는 현재 아마존의 핵심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그는 아마존을 ‘유통 공룡’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의 거인’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시는 엔지니어들의 개발 효율이 떨어지자 개발자들이 저장 공간과 데이터베이스 등을 설정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바람에 업무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러한 과정을 쉽게 진행할 수 있는 내부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베이조스에게 주장했다.

 

 

제프 베이조스는 CEO에서 물러난 이후 우주개발과 자선사업 등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리진 인스타그램
제프 베이조스는 CEO에서 물러난 이후 우주개발과 자선사업 등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리진 인스타그램

 

내부 서비스로 처음 기획된 AWS는 아마존 커머스 사업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에 따라 클라우드 운영에도 경험이 쌓였고, 2003년 이를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이 쌓은 클라우드 컴퓨팅 노하우를 중소기업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공의 길에 다가설 수 있었다. AWS는 올해 1분기 기준 13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아마존 전체 매출의 12%, 영업이익은 절반에 가까운 47%를 차지했다. AWS의 수익으로 다른 분야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기업 시너지 리서치에 따르면 AWS는 클라우드 시장의 33%를 차지, 마이크로소프트(18%)와 구글(9%)에 앞서 있다.

 

AWS가 좋은 성과를 거두자 스티브 발머 전 MS CEO와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 등이 그를 후임으로 영입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해당 사업을 비약적으로 성공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베이조스보다 20배 많은 연봉(약 430억 원)을 받았던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차기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에는 AWS 임원 출신인 아담 셀립스키 태블로 CEO가 임명됐다. 셀립스키는 2005년 AWS에 입사해 11년간 영업과 마케팅, 지원 분야에서 활동하며 부사장까지 오른 AWS 출신 인물이다. 이후 2016년 태블로 CEO로 이직 후 4년 반 동안 기업을 이끈 경력이 있다.

 

 

앤디 재시 신임 CEO는 현재 아마존의 핵심 수입원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만든 주역이다. ⓒTony Webster/Flickr
앤디 재시 신임 CEO는 현재 아마존의 핵심 수입원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만든 주역이다. ⓒTony Webster/Flickr

 

반독점 규제 강화와 노동자 처우 문제 해결이 숙제

재시는 아마존 초기 합류해 줄곧 회사를 지키며 베이조스와 한 팀으로 일해 왔다는 점에서 기업을 이끌 역량에 대한 우려에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베이조스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시는 회사에서도 잘 알려진 사람이다. 나만큼이나 오래 아마존에 있었다”며 “그는 뛰어난 리더가 될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고 믿음을 보이기도 했다.

 

신임 CEO로서 재시의 첫 발걸음을 두고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내놓지 않겠느냐고 예상한다. 2017년 재시는 “고객들이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AWS는 블록체인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QLDB’와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을 내놓았다. 또한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 결제 토큰을 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기도 한다.

 

그의 앞에는 난관도 존재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거대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를 천명한 상황 속에서, 대형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의회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마존 반독점법 위반 혐의 해결이 급선무 과제로 꼽힌다. 5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검찰은 소비자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하고 혁신을 억압했다며 아마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더욱이 기업의 독점 문제를 관장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리나 칸이 임명된 것도 재시 CEO에게는 부담이다. FTC는 현재 아마존의 할리우드 대형 영화 제작사인 MGM 인수 계약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칸 위원장은 예일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빅테크 기업의 ‘저격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이를 두고 아마존은 6월 말 칸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 아마존은 기피 신청서에서 “칸 위원장의 아마존에 대한 오랜 상세 발언 기록과 아마존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그의 거듭된 견해를 고려할 때, 칸 위원장은 이번 사안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아마존이 이룬 커다란 성공을 유지하며 회사가 직면한 난제를 앤디 제시 CEO가 어떻게 해결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AWS
아마존이 이룬 커다란 성공을 유지하며 회사가 직면한 난제를 앤디 제시 CEO가 어떻게 해결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AWS

 

또한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의 반대급부로 물류 및 배송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비판과 노조 설립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 온 아마존은 빠른 배송 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지난 2013년에는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미국과 독일 아마존 직원들이 임금과 근무조건을 개선해 달라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노동 환경 문제는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며 더 심화했다. 노동자들은 비대면 경제 성장 수혜로 기업과 경영자는 돈을 쓸어 담으면서 노동 환경 개선이나 임금 문제에는 무관심하다며 베이조스의 자택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앨라배마 창고 노동자들이 첫 노조 결성을 시도했으나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전미 트럭 운수노조가 첫 아마존 노조 설립을 추진하면서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다만 재시 CEO가 조용한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은 베이조스와 달리 그동안 흑인 인권이나 성 소수자의 권리 등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놓는 등 사회 정의에 큰 관심을 보이는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은 기대를 모으게 하는 부분이다.

 

재시 신임 CEO는 지난 27년간 아마존이 이룬 커다란 성공을 유지함과 동시에 회사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큰 부담과 여러 악재 속에서 그가 아마존 제국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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