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10명 중 3명은 1년 안에 직장 그만둬”
“사회초년생 10명 중 3명은 1년 안에 직장 그만둬”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2.01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사회초년생 10명 중 3명은 1년 안에 직장 그만둬”

취업률 압박에 밀리는 교육기관, 희망퇴직 권하는 기업의 현실

 

 

 

 

국내 취업률에 대한 지표가 바뀌고 있다. 취업률만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취업한 후 직장을 다니는 기간인 ‘유지취업률’을 중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유지취업률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과 대학원 졸업자 10명 중 3명은 1년 이내에 직장을 그만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지취업률이 낮은 이유를 교육적인 측면과 기업 규모별로 나눠 분석해보았다.

 
 

저조한 유지취업률의 현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부터 단순 취업률뿐만 아니라 유지취업률을 발표했다. 취업 후 3개월 단위로 4차례에 걸쳐 취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며 국내 취업 현실을 알아가기 위해서다. 그 결과 취업 시점으로부터 12개월 후에도 취업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4차 유지취업률)은 73.1%였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2015년 12월 16일, 이 같은 내용의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를 발표했다. 이번 통계는 2013년 8월과 2014년 2월, 전문대와 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각종 학교, 기능대학, 일반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이들에 대해 2013년 말 기준으로 취업 상태를 조사한 결과다. 교육기관별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학력 수준이 높아질수록 유지취업률이 높았다. 전문대는 취업 이후 3개월 시점(1차)부터 유지취업률이 80%대로 떨어져서 12개월에는 67.8%에 그쳤다. 반면, 대학원 졸업자는 취업 후 6개월 시점(2차)까지 90%대의 유지취업률을 이어간 데 이어 12개월 이후 그만둔 비율도 12.1%에 불과했다. 4년제 일반대의 4차 유지취업률은 74.4%로 고등교육기관 전체 평균(73.1%)과 비슷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2014년 취업률을 2013년과 비교해보면 전문대나 일반대학교에 비해 대학원의 취업률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 “그러나 대학원 졸업자는 일단 취업률(77.5%)이 가장 높고, 전공과 관련된 안정된 직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 유지취업률이 높은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계열별로 따져보면, 1년간 취업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공학계열이 7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교육계열 78.9%, 의약계열 76.7% 순이었다. 예체능계열이 54.5%로 가장 낮았고, 인문계열은 68.2%로 다음으로 낮았다. 전체 취업률 현황을 보면 예체능계열은 취업자 가운데 1인 창(사)업자와 프리랜서 비율이 19.1%로 가장 높은 분야다. 인문계열(11.7%)이 두번째로 높다. 자연계열도 2013년 5.7%에서 2014년 6.2%로 0.5% 포인트 증가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취업 1년 후 유지취업률은 공학계열(82.6%), 의약계열(76.3%)이 가장 높고, 예체능계열(58.0%)과 인문계열(68.2%)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의 유지 취업률이 74.8%로 지방대학 72.0%보다 2.8%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은 수도권(78.6%)이 지방(71.9%)보다 6.7% 포인트 높았다. 전문대학은 거꾸로 지방대학(68.8%)이 수도권(66.3%)보다 1년 뒤 유지취업률이 높았다. 남성은 취업한 후 1년 뒤에도 계속 근무하고 있는 비율이 76.9%로 여성 졸업자의 69.2%보다 7.7% 포인트 높았다. 4년제 대학은 남성(79.3%)과 여성(68.7%)의 유지취업률 차이가 10.6% 포인트나 됐다. 전문대학은 남성(68.6%)과 여성(67.2%)의 격차가 1.4% 포인트에 그쳤다. 

 

취업으로 평가받는 교육기관의 문제점

유지취업률이 전반적으로 낮은 결과를 보이는 이유로는 ‘취업률 압박’으로 인한 ‘억지 취업’이 이뤄지는 점이 꼽힌다. 질적인 취업보다 양적인 취업이 우선시된다는 뜻이다. 2014년 4월 기준으로 특성화·마이스터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이 대학교 진학률을 앞서기 시작했다. 교육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특성화·마이스터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44.2%로, 진학률 38.7%를 웃돌았다. 13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취업한 학생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정적이거나 대기업 측에 취업한 학생이 있는 반면, 자신이 원치 않은 분야와 직종에 취업해 1년 이상 일을 지속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았다.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취업률 경쟁’ 탓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현재 취업률은 교육부에서 특성화·마이스터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결정적인 지표다. 전년보다 취업률이 떨어질 경우 해당 학교는 교육부 평가에서 감점을 받아 교육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교사들은 ‘취업률 올리기’에 혼신의 힘을 다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특성화고 평가 및 재지정 제도’를 실시한 2010년부터 특성화고 취업률이 크게 상승하고, 대학 진학률은 떨어진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취업률 경쟁은 비단 특성화·마이스터 고등학교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문대학교와 4년제 대학교에서는 취업률로 전공이 통·폐합 되고 교수가 경질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배움과 연구가 중시되던 대학이 취업 전문 교육기관으로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프라임 사업은 취업률이 낮은 예술·인문사회·사범계열의 비인기 학과를 통폐합할 수밖에 없어 기초학문이 위축될 수 있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12월 29일,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프라임 사업은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과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 등 2개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대형 사업은 사회수요에 적합한 분야로 대학 학과와 정원을 전면 개편하고 학사제도도 이에 맞춰 개편한다. 조정 기준은 입학 정원의 10% 또는 200명 이상 감축이다. 사회수요 선도대학엔 총 9개 대학이 선정된다. 소형 사업은 신기술·직종, 융합 전공 등 미래 유망 산업을 중심으로 학과개편을 추진하는 모델이다. 입학정원의 5%(최소 50명) 혹은 최소 100명을 조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형사업 1,200억 원, 소형사업 500억 원, 사업관리비 12억 원 등 프라임 사업을 위해 2016년도 2,36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로써 취업률이 낮은 예술·인문사회·사범계열의 학과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했다.

  

사람과 직장, 모두 아쉬운 중소기업의 현주소

지속되는 취업난에 일부 경제 전문가는 ‘취업의 눈높이를 낮추면 실업문제는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고용 불안 등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도 유지취업률을 낮추는 데 한 몫 했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IT회사에 근무했던 29살 김모씨는 대기업 공채에 낙방한 후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무엇을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알아서 모든 것을 찾아서 해야 했고, 나서도 욕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 청년 인턴에 대한 국가지원금이 중단되면서 동기 중 한 명은 권고사직을 받았다. 갖은 스트레스에 공황장애 초기증상까지 겪으면서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물류회사에 다니던 33살 이모씨도 “한 달에 160만~170만원의 월급 가지고도 힘들었는데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자 월급 지급이 자꾸 미뤄졌다. 가장으로서 집에 돈을 가져다주지 못하니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낮은 급여수준(58.2%),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15.4%), 낮은 복리후생수준(10.9%)’이 꼽힌다. 2015년 중소기업 신입사원 연봉은 2,49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5% 떨어졌지만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보다 1.8% 오른 3,773만원이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로 조건 탓에 어렵게 취업한 이들이 다시 직장 밖으로 벗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저임금구조가 ‘대기업의 하청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의 단가절감 요구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은 기술개발과 근로자 복지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과거에는 괜찮은 직장으로 평가받던 기업이 ‘아웃소싱’, ‘사내하청’ 등의 명목으로 비정규직화 되면서 지속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이 사라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하청구조가 지속되는 한 취업을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대기업에 부는 칼바람, 희망퇴직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에 근무한다고 해서 유지취업률이 높은 것만은 아니다. 대기업의 경우 기업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희망퇴직’이라는 명분으로 입사자에게 퇴직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입사를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기업의 이미지와 달라 저절로 발길을 돌리는 취업자도 존재한다. 
 

2015년 12월, 두산인프라코어는 대중에게 뭇매를 맞았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와는 대조적으로 입사 1년 차인 20대 직원을 비롯한 다수의 직원에게 퇴직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은 2015년에만 네 번이 시행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12월에는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같은 해 1월부터 출근한 1년 차 신입사원들도 퇴직 대상으로 삼아 대중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1~2년 차 88명 가운데 28명(31.8%)의 신입사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적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1~2년 차 신입사원은 제외하라고 지시했고, 그에 따라 신입사원들은 일단 희망퇴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3년 차부터는 당초 계획대로 희망퇴직이 진행된다고 한다. 희망퇴직은 비단 두산인프라코어의 얘기만이 아니다. 은행, 카드, 보험, 증권사에서 지난 해 동안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은 약 5,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사 적체 현상이 심한 은행권이 상반기부터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카드와 보험, 증권업계까지 구조조정 여파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사 중 가장 많은 직원을 내보낸 KB국민은행은 하반기에 희망퇴직을 다시 시행했다. 지난 2015년 6월에 실시한 희망퇴직에서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1,000명을 포함한 총 5,500명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1,121명이 회사를 떠났다. 한국SC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도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SC은행은 전체 임직원(5,300여명)의 18%에 달하는 961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처럼 대기업에 보수가 높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하더라도 언제 원치 않는 희망퇴직을 받을지 모르는 현실이다.
 

희망퇴직 뿐 아니라 힘들게 입사한 대기업을 스스로 떠나는 사람도 있다. 최근 삶의 질이 보수보다 개인 시간과 자유로 바뀌면서 과중한 업무로 야근이 많고, 승진에 대한 억압이 많은 직장을 직장인 스스로가 포기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면서 직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20대 취업자는 본인의 뜻과 맞지 않으면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
 

취업이 평가의 기준이 된 시대가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은 취업률로 평가받고 있고, 각 기업도 채용 규모로 이미지 상승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률보다 중요한 것이 유지취업률이다. 취업준비생에게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보다 평생직장처럼 안정적이면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더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