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 다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 다툼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6.0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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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 다툼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누적 사망자만 340만 명에 달한다. 최근 아시아 국가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여전히 종식을 위한 길은 멀어 보인다. 결국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에 이르는 것만이 ‘팬데믹’ 사태를 끝낼 수 있는 최선으로 여겨지면서 백신 개발과 생산,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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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반출로 정치적 의제 해결하는 바이든 정부
그동안 방역 효과가 부진했던 미국과 영국, 독일, 중국, 러시아 등 선진국들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백신 개발과 생산으로 외교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백신 문제에 다양한 정치적 변수를 결합시켜 이를 일종의 ‘무기’로 삼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화이자 백신을 구하기 위해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원전 방류수 문제, 미얀마 문제 등을 협의했다. 당초 일본은 백신 총괄 각료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을 파견하려 했지만 화이자 측이 “총리가 직접 오라”고 하자 스가 총리가 직접 방미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일본은 당초 계약한 1억 4,400만 회분에 더해 1억 회분 가량의 추가 공급을 성공시키며 전 국민에게 백신은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을 동맹국에 지원하면서 미얀마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파트너 역할을 일본이 맡게 하는 등 정치적 의제까지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영국 역시 정치에 백신 이슈를 동원하고 있다. 한동안 백신 수출 문제로 갈등했던 유럽연합(EU)과 갈등했던 영국은 화이자 백신의 핵심 원료를 공급한다는 점을 하나의 ‘카드’로 구상할 수 있다. 이에 화이자 측이 직접 나서 EU가 영국에 약품 수출을 막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백신이 ‘브렉시트(Brexit)’ 이슈와 불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을 구하기 위해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각종 정치적 의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백악관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을 구하기 위해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각종 정치적 의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백악관

 

백신 특허 둘러싼 엇갈린 목소리
특허 보호를 두고 미국과 유럽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모습도 나타나는 중이다. 미국이 이를 한시적으로 중단하자고 했지만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주요국이 반발하면서다. 백신 개발사와 제약업계도 수출 규제가 더 문제라며 특허 공유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특허 포기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백신 외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주요 백신을 선진국이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이에 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기념비적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실제 특허 포기를 통해 백신 생산과 공급을 늘리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독일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백신의 지재권 유예가 더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백신 생산 증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백신 특허권을 둘러싼 논의가 유효할 것이라면서도 백신 생산을 늘리기 위한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코로나19 백신뿐 아니라 백신 생산에 필요한 재료의 수출 금지 조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심 우방인 영국도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특허 포기 구상에 지지를 표시하지 않았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백신 특허 보호 중단에 대해 “러시아는 당연히 그런 접근법을 지지할 것”이라며 행정부에 이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특허 보호를 두고 미국과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Flickr/sweejak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특허 보호를 두고 미국과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Flickr/sweejak

 

개발도상국에 백신 보급하며 영향력 확대하는 중국
중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이 용이한 자국산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집중적으로 풀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의 백신 외교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지속적으로 코로나19의 ‘책임론’에 시달려온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백신 개발 시 개도국 등에 지원해 공헌하겠다는 ‘백신 공공재’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축하 메시지를 통해 중국이 아프리카에 코로나19 방역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일대일로 사업 협력을 심화하자고 제안했고,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올해 초 나이지리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하며 코로나19 백신의 우선 지원을 약속했다.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이 WHO로부터 긴급사용 허가를 받으면서 중국의 백신 외교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80여 개 국가와 3개 국제기구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했으며 50여 개국에 백신을 수출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정책에 대해선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백신 지원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자국민 접종에 활용해온 3종의 백신 2천만 회 접종분을 6월 말까지 타국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에 반출하겠다고 발표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천만 회분을 포함하면 해외로 보내는 백신은 모두 8천만 회 접종분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반출 노력은 중국과 러시아가 지금까지 제공한 1천500만 회분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며 미국의 향후 노력을 강조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대만에 백신 공급을 놓고 벌어는 미중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G2’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다. 전문가들은 그 속에서 우리 정부가 전략적 중심 없이 표류하면 제대로 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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