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생체정보를 분석해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뉴로폴리틱스
유권자의 생체정보를 분석해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뉴로폴리틱스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1.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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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유권자의 생체정보를 분석해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뉴로폴리틱스

 

프라이버시 침해 등 넘어야할 산도 많아

 

 

전 세계적으로 ‘뉴로폴리틱스’(neuropolitics·신경정치학)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뉴로폴리틱스란 유권자의 뇌파나 피부 자극, 심장 박동, 얼굴 표정 등을 스캔한 정보를 선거 운동에 활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선거 마케팅 기법이다. 과거 기업들이 얼굴 인식 및 생체 제어 기술, 뇌 영상법 등을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접목한 뉴로마케팅이 정치현장으로 옮겨오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신체정보로 심리를 읽어내는 이 기술은 현재 중남미와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시민들의 감정을 읽어내 선거전략에 활용


뉴로폴리틱스는 얼굴이나 뇌, 신체 등 신경과학 정보를 기반으로 한 시장조사 기법을, 선거에서 유권자의 감정과 행동을 예측하는데 적절히 사용하는 선거전략이다. 뉴로폴리틱스의 효과는 중남미와 유럽등지에서 증명되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작년 6월 멕시코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멕시코시티 시청 로비에 대형 디지털 광고판이 설치됐다. 시민들은 광고판에 붙은 후보자의 선거 포스터를 바라보며 지나쳤다. 하지만 누구도 광고판 뒤의 카메라가 자신들의 표정을 포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얼굴에 스치는 기쁨, 놀라움, 분노, 역겨움 등 다양한 감정을 읽어내 포스터 속의 이미지나 선거 메시지를 다듬었다. 지난 2012년 멕시코 대선에 중도보수 제도혁명당 후보로 출마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멕시코 대통령은 한 신경생리학자에게 컨설팅을 의뢰했다. 대선 토론 뒤 유권자들의 반응을 측정한 결과, 보수 쪽보다 좌파 진영 후보를 더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페냐 니에토는 불과 6% 차이로 좌파 후보를 앞서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멕시코에 이어 터키에서도 이와 비슷한 선거사례가 있었다. 지난 6월 터키 총선 당시 집권 법과정의당의 의뢰를 받은 한 뉴로마케팅사는 실험실에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의 연설 동영상을 보여줬다. 참가자들의 뇌파와 눈, 얼굴, 피부, 심장박동 등을 조사했더니 다부토울루가 연설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러시아, 스페인 등에서도 비슷한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뉴로폴리틱스는 겉으로만 표현되는 말에 의존하는 기존 설문조사나 인터뷰에 비해  유용하다고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뇌파나 표정 같은 생물학적 정보가 말보다 더 사실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신경과학을 정치에 적용하기에는 이르며, 얼굴이나 뇌의 반응만으로 유권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이다. 닐슨과 입소스 등 거대 시장조사 업체들은 아직 정치인 고객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정당이나 정치인들도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의식, 이런 조사를 한다는 것을 시인하는 경우가 드물다.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타깃 유권자’들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캠프 측은 “특정 기법을 사용했는지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 해결하고 새로운 선거기법 제시할까


현재까지 뉴로폴리틱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국가들은 주로 멕시코, 터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러시아, 스페인 등 개발도상국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신체반응을 녹화하거나 분석해 특정 이익에 활용하는 데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있기 때문에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아직까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논란이 일자 집권당에서 뉴로마케팅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아직 과학
이 뇌의 메커니즘을 명쾌히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결과를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논란 속에서도 정치인들이 신경과학을 찾는 이유는 최근 설문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크게 엇갈리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터키 총선 선거운동기간에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총리와 집권정의개발당은 뉴로마케팅 회사를 고용한 후 선거전략을 급히 수정했다. 당시 선거캠프 측은 신경과학 분석을 통해 다부토글루 총리가 유권자들의 감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이런 점을 보강한 선거전략이 압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본래 기업들의 마케팅 방법의 일환으로 출발한 뉴로마케팅은 사실 이미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전략으로, 정치가 아닌 기업들에 한정하면 필수적이라고 할 만큼 그 위력이 증명되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봤을 때 뉴로마케팅 연구성과에 따라 기업성패가 좌우되는 상황이 예상되고 있을 정도다. 향후 뇌, 신경계 등과 관련된 연구 성과가 이어짐에 따라 기업 마케팅과 정치는 물론, 사회와 교육, 문화, 스포츠, 심지어는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뉴로마케팅은 이제 뉴로폴리틱스를 넘어 뉴로에듀케이션, 뉴로스포츠 등으로 새롭게 진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뉴로폴리틱스와 뉴로마케팅 등 신경과학이 앞으로 넘어야할 과제는 아직 많다. 각 학계와 관련분야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려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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