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계급사회Ⅰ] 新 계급사회의 정의
[新 계급사회Ⅰ] 新 계급사회의 정의
  • 민문기 기자
  • 승인 2016.01.31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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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민문기 기자]

 

계층이동이 멈춰진 시대, 새로운 계급사회의 도래

 

당신은 어느 계층에 머무르고 있습니까?

 

▲최근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계층이 세분화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세태에 대해 풍자하는 신조어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금수저’, ‘헬조선’, ‘N포세대’가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말은 ‘흙수저’나 ‘금수저’로 대표되는 일명 ‘수저계급론’이다. 이념이나 나이를 막론하고 기회의 불평등 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되며 대한민국은 한번 격차가 생기면 그 어떤 ‘노력’으로도 만회할 수 없는 이른바 신(新) 계급사회 시대를 맞았다.



종식을 맞은 계급사회, 다시금 등장하다


계급 사회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발생하지 않았던 평등 사회를 지나 개인이 저장할 수 있는 소유 재산이 생기고, 신분의 높고 낮음이 나타난 사회를 일컫는다. 최초의 형태는 노예제 사회이며, 다음의 형태는 봉건제 사회로 볼 수 있다. 이어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등장하는데, 마르크스주의는 이것을 인류 역사상 최후의 계급사회라고 표현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계급과 신분제도가 갑오경장을 시작으로 서서히 사라지며, 한국전쟁 이후에는 완벽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현대 사회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었던 계급사회가 새로운 형태로 다시금 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신 계급사회론이 지난해부터 등장하기 이전에도 이러한 흐름은 세계적으로 존재했다. 2014년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4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전 세계 태도 설문조사(Global Attitudes survey)’ 결과를 발표했는데, 해당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불평등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에서는 지역적, 종교적, 인종 간 갈등이 존재했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이 다른 국가들처럼 원전사고나 환경오염보다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불평등이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계층 이동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도 나오고 있다. 이로써 한국 사회도 신 계급사회에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결과 ‘평생 노력을 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62.2%에 달했다. 평생 노력해도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지위가 올라갈 희망을 안고 살지 못하는 국민들이 절반 이상인 것이다.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단 몇 년 사이에 크게 낮아졌다.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사람은 2년 전에 비해 6.4포인트, 2009년에 비해는 13.9포인트 낮아지며,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과거의 이야기처럼 치부되고 있다. 계층이동이 힘들어졌다는 것은 비단 국민들의 인식뿐만이 아니다. 실제로도 다양한 지표가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초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저소득층이 증산층 이상으로 올라선 비율은 지난해 22.6%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난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였던 교육마저도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100만 원이 넘는 영어유치원부터 대학 등록금 수준 학비를 자랑하는 사립학교나 특목고 출신들이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서울대 입학생의 출신 고교 가운데 특목고 비중은 2002년 22.8%에서 2012년에는 40.5%로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서울 주요대학 로스쿨 입학생들 역시 강남 3구, 특목고 출신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층 이동에 있어서 부모 자본의 효과가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에 입학하더라도 부모 자본효과가 끝나지 않아 서울대 내에서조차 강남, 특목고 출신의 1부 리그가 존재하고 나머지는 2부 리그에 속한다”고 말했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계급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해외 역시 계급사회 진행 中


지난해 6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융, 법률회사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이른바 ‘상류층 테스트’를 거쳐 중산층 이하 출신의 지원자를 원천봉쇄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사건은 영국 정부 산하 ‘사회이동과 아동빈곤 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드러난 것이다. 보고서는 영국의 일류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다양한 여행경험 여부와 상류층 특유의 발음, 억양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이른바 특권층만이 향유 가능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테스트로 인해 영국 내 일류 기업 입사자의 70%가 사립학교 졸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영국인에게 있어 사회 계급은 상상을 초월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성 정체성보다 계급의식이 잠재의식 속에 더 깊이 존재한다고도 말한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계급제도가 빈부, 직업, 교육, 교양, 문화 차이 같은 한두 가지 요인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물론 계급사회를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인도는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하며 법적으로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3,500년 동안 이어진 신분제도의 영향은 여전히 막강하게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인도 역시 최근 들어 계급주의를 타파하려고 노력 중이다. 카스트제도를 없애기 위해 인도 정부는 강력한 할당제 정책을 실시했다. 대학 입시와 공무원 채용에서 4개 신분에 들지 못하는 불가촉천민(달리트)에게 정원의 25%를 강제로 할당하게 했고, 이를 민간기업으로까지 확대했다. 또한, 선거에서도 하위신분 할당제가 있다. 이런 노력 덕에 나렌드라 자다브 푸네대학 총장, 메이라 쿠마르 하원의장, 마야와티 쿠마리 우타르프라데시 주지사 등 달리트 출신의 사회 지도층들이 등장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은 전형적인 전근대적 사고다.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불평등과 계급의 차이는 단지 경제적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은 느끼고 있을 것이다. 계급사회와 불평등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사회 전반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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