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계급사회를 말하다
한국의 계급사회를 말하다
  • 이민성 기자
  • 승인 2016.01.3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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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민성 기자]

 

 

점차 심화되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부의 불균형, 사회적 계급을 분화시켜

 


 

 

 

최근 사회학자들은 국내에서 사회계층이동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신 계급사회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민들은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격언이 한국사회에서 멀어진 속담이라고 말한다. 부모 재산에 따라 자식의 경제적 지위가 금·은·동·흙 수저로 결정된다는 ‘수저 계급론’이 주목받으며 청소년과 젊은이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015년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진 수저계급론은 부와 권력의 대물림에 대한 청년들의 자조를 나타냈다.



신 계급사회의 등장과 ‘수저 계급론’


서양의 오래된 관용어구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mouth)를 어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 사회의 화두 ‘금수저’. 이 단어는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은 신조어지만 신문과 뉴스와 같은 매체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다. 최초로 이 단어를 언론에 사용한 곳은 주간경향으로 2004년 6월 기사에서 처음 ‘금수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금수저는 한국 사회의 자산 양극화 및 소득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경제 불황과 가계 부채, 고용 불안 등으로 중산층이 붕괴하고 부의 편중이 심해지면서 사회적 문제를 대표하는 용어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지난 2015년 청년들 스스로가 처해있는 환경을 흙 수저라는 이름의 단어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새롭게 나타난 ‘수저 계급론’은 기존의 금수저를 자산계층별로 분류해 금, 은, 동, 흙 수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특히 수저 계급론은 SNS상에서 놋수저, 플라스틱 수저, 다이아몬드 수저 등 신조어들을 계속해서 생산해내고 있다. 최근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가 발표한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은 수저 계급론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논문이다. 김 교수의 연구발표는 부모의 재산이 자산형성에 미치는 비율이 1980년과 1990년에 비해 2000년대가 높다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그의 논문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제안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공신력을 더하고 있다. 김낙년 교수는 이러한 수저계급론의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급속한 고령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취업중계 웹사이트 알바천국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구직자 1,170명 중 60.2%가 부모의 배경이 본인의 사회활동에 50%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에 사회학자들은 청년들이 부모에 대한 불만을 지녀 연령별 계층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수저 계급론은 현대 사회 청년들의 심정을 대변하며 사회적 계층에 따라 인생의 출발점이 달라지는 현실에 대한 박탈감을 표현하는 키워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몇몇 언론사는 한국 사회가 수저계급론을 통해 신 계급사회로 간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 경제학자는 ‘금·은수저들은 영어 유치원, 고액과외 등 차별된 사교육으로 명문대에 입학 후 어학연수를 가거나 해외 유학을 떠난다’라고 말하며 결국 이러한 결론들은 높은 연봉의 직장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가미래연구원이 조사한 소득계층별 사교육비의 격차는 해가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다. 특히 3/4분기 기준 2013년 소득 1분위와 10분위의 교육 비용은 10.1배의 차이를 보였지만, 2014년에는 16.6배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성공회대학교의 김연아 박사의 조사에서 부모의 직업과 관련해 비정규직 부모의 자녀의 비정규직 비율이 정규직이나 자영업자를 부모를 둔 자녀들에 비해 1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 계급사회의 형성은 직업의 안정성이 높은 부모를 가질수록 두드러진다. 특히 높은 연봉으로 부를 축적해 금수저로 불리는 고위 공무원의 자녀나 기업가 2세들은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통해 자녀를 신 계급사회의 상위계층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에 대해 시민들은 SNS 상에서 ‘흙수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식과 로또 밖에 방법이 없다’, ‘해외에 이민을 가고 싶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은 주식과 로또를 신분상승의 기회라고 말한다

 

 

갈등의 중심이 되는 ‘금수저’


수저 계급론에 의한 ‘신 계급사회’의 도래가 문제시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실제 계급사회처럼 차별이 발생해 사회적 갈등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최근 검찰은 수저에 따라 차별적 처벌을 시행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재벌가, 권력가, 정치가 자제들이 범법행위를 벌였을 때 법적 처벌이 지나치게 유연하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분유를 살 돈이 없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시민은 징역을 구형받았지만 수백억 원을 횡령한 기업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언한 한국 법원의 이중 잣대는 계층 간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했다. 


금수저가 지닌 또 다른 문제점은 갑질 문제다. 최근 미국의 인터넷에서 주목받은 뉴스는 부자들이 죄의 처벌을 피해 가는 방법에 논란을 촉발시켜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은 ‘부자병(Affluenza)’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금수저를 타고난 부자들이 사회적 특혜를 이용해 그들의 삶을 더 편안하고 안락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어났다. 부자병은 Affluent(부유한)와 Influenza(유행성 독감)의 합성어로, 부자들의 자녀들에게서 나타나는 무력감이나 도덕성 결여 등의 증상을 일컫는 말이 됐다. 이에 해당하는 국내 사례로는 2015년 상반기에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이 대표적이다. 땅콩회항 사건과 같은 금수저의 갑질 논란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며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사회의 심화에 대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이외에도 노력 없이 얻은 재산, 사회적 직위의 정당성, 상속자의 인성 수준도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일파, 독재자, 범죄자 등의 자산이 환수되지 않고 대를 이어 사용되는 부분은 시민사회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계급 간 격차 해소를 통해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


2015년 한국이 신 계급주의 사회로 돌입하며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2014년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전 세계 4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 태도 설문조사(Global Attitudes Survey)’에서 한국의 국민은 가장 위협적인 분야에 대해 불평등(INEQUALITY)이라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불평등을 가장 큰 위협으로 대답한 국가는 총 8개국으로 난민 문제와 함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한국과 비슷한 문제점을 지닌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한편 가까운 일본의 경우 핵과 방사능을 가장 위험한 분야로 생각한다는 답변이 지배적이다.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결과는 한국사회에서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원전 사고나 환경오염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한 시사평론가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민들은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을 통해 높은 수준의 학교와 전공을 선택해 의사나 법조인 등 사회적 지위가 충분히 상승할 수 있었다며 벤처붐을 통해 성공한 사업가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21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삶의 질’과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답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부모의 환경이 아닌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금수저를 만든다며 수저 계급론을 부정했다.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의 이어령 이사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한 뱡향으로 뛰면 1등이 한 명뿐이지만, 360도로 뛰면 360명이 1등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경쟁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 전문가는 ‘직업 선택을 위한 스펙에 중점을 두는 경쟁 사회에서 청년들과 부모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회 시스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청년들의 가치관 개선보다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신 계급사회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지난 12월 17일 국회 본관에서 야당의원들의 참여하에 ‘금수저·흙 수저 불평등의 대물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세계 3대 경제 대국이던 아르헨티나는 역동성 및 통합성이 사라지면서 저성장의 덫에 빠졌다고 하며, 한국도 불평등의 대물림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는 서민보다 기업을 우선시하는 정책과 함께 세수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신 계급사회를 탈피하고 계층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새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흙 수저로 대표되는 신 계급사회 청년들의 고통 해결을 위해 필요한 ‘기회의 평등’을 만들기 위해 정부의 사회적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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