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존재감 경쟁 시작, ‘잠룡의 시간’
[이슈메이커] 존재감 경쟁 시작, ‘잠룡의 시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3.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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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존재감 경쟁 시작, ‘잠룡의 시간’
 
내년 3월9일로 예정된 20대 대통령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주자들이 바닥을 다지고, 합종연횡에 들어가며 대선 레이스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석열 검찰총장의 3강 구도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 ‘절대강자’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대선 구도는 예측불허 상황이 거듭될 것으로 전망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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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가 운명 좌우할 이낙연 대표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한때 차기 대선 지지율 40%를 웃돌던 이낙연 대표는 당 대표 취임 후 지지율 급락을 겪으며 최근에는 10%대에 머물고 있다. 그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지원에 방점을 찍고 주요 입법에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주요 현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해 당내 강경파 등에 휘둘리는 모습도 보이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 과정이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새해벽두에 던진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역풍을 맞으며 핵심 지지층의 비토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역대 대선에서 선거를 1년 반에서 2년 정도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한 후보가 승리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세론을 형성한 주자는 집중적인 견제를 받기 마련이고 돌발 변수가 생겨 판세를 흔들리는 일도 잦아서다.
 
3월9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이 대표는 이후 민주당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정치적 운명을 걸 계획이다. 이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는 여의도로 출근하지 않고 바로 선거 현장에서 뛸 것”이라며 “이 아무개가 (후보 보다) 더 많이 뛰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 게 꿈”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재보선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향후 대선 가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과 부산을 모두 수성하는데 성공한다면 이 대표의 위상도 다시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향후 대선 행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이후 두 달 간의 선거전을 통해 5월 전당대회를 열고 새 대표를 선출한다.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이 다시 도전할 채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내년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새로운 당대표 체제 하에 실시되는 만큼 무게감은 남다르다. 이들 중 어떤 사람이 되느냐 여부도 관건이 될 수 있다. 송영길, 홍영표 의원과 같은 ‘친문’ 성향의 후보가 당대표에 오를 경우 올해 후반기부터 진행될 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을 이슈로 선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특유의 저돌성으로 민심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도청
‘기본소득’을 이슈로 선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특유의 저돌성으로 민심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도청

 

이슈 선점하며 앞서나가는 이재명 지사
계속해서 대선 주자 1위를 기록하던 이 대표의 자리를 탈환한 이는 이재명 지사다. 자신의 지론이기도 한 ‘기본소득’을 이슈로 내걸고 특유의 저돌적인 정치를 정책에 연결시키며 민심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전국 최초로 기본소득 개념을 적용한 ‘청년배당’을 시행한 바 있다. 도지사 취임 후에는 청년배당을 도 전역으로 확대한 ‘청년기본소득’을 실시 중이다. 도내 3년 이상 연속 거주 기간 이외에 거주한 기간의 합산일이 10년 이상이면 신청 가능하고, 재외국민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확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지사는 농민을 대상으로 한 ‘농민기본소득’과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한 ‘농촌기본소득’으로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등 기본소득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야 거물급 인사들은 이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이면서 이 지사를 향한 견제도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낙연 대표는 “알래스카 빼고 하는 곳이 없다”며 기본소득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지금은 K양극화에 대처하는 복지정책, 즉 ‘K-복지’를 새로 설계하고 정책으로 만들 때”라며 “기본소득을 둘러싼 지금의 논쟁은 하루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에게 ‘보편적 복지’를 토대로 하는 기본정책 시리즈의 현실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 셈이다.
 
일부 친문 진영을 중심으로 현행 당헌상 ‘대선 180일 전’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규정을 ‘대선 120일 전’ 정도로 늦추자는 주장도 이 지사의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간이 필요한 주자들의 셈법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 판결을 앞둔 김경수 경남지사의 경선 레이스 참여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처럼 이 대표와 이 지사 외의 잠룡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김경수 지사와 정세균 총리를 비롯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광재, 박용진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도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자의반 타의반’ 야권 잠룡이 된 윤 총장은 임기를 마친 후 정계 진출 여부를 결단해야하는 상황이다. ⓒ검찰
지난 4일 총장직에서 전격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계 진출이 임박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뚜렷한 후보군 없는 야권
야권은 여권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새 얼굴’ 등장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여전히 당이 여론의 외면을 받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인물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자의반 타의반’ 야권 잠룡이 된 윤 총장은 오는 7월 임기를 마친 후 정계 진출 여부를 결단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이때 차기 대선은 불과 8개월을 남겨놓게 된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야권 일각에서 윤 총장에게 임기를 채우지 말고 중도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의 정치권 입문을 에둘러 촉구한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윤 총장이 대선에 뜻이 있다면 사퇴하는 편이 낫다며 “7월까지 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그게 과연 검찰을 지키는 것일까, 맷집 좋게 얻어만 맞고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없고 보수 내부에서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는 점은 그가 극복할 과제로 보인다. (윤 총장은 실제 지난 4일 총장직에서 전격 사퇴하며 정계 진출이 임박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선 재수에 도전할 것으로 점쳐지는 홍준표 의원의 경우, 국민의힘 ‘복당’이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계속해서 그의 복당을 반대하고 있지만, 보궐선거 이후 김 위원장의 임기도 종료 예정인 만큼 자연스럽게 친정으로 돌아올 길이 열리지 않겠냐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으나 ‘바닥권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아 정치적 몸집을 키울 획기적 전략이 필요한 상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변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대선 출마 포기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 당선되면 대선 가도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안 대표가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로 출마해 당선되면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의 정치적 비중과 위상이 커진다는 의미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낙선하더라도 내년 대선에 도전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점도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향후 문재인 정부 지지율 등락에 따라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도 좌우될 전망이다. ⓒ청와대
향후 문재인 정부 지지율 등락에 따라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도 좌우될 전망이다. ⓒ청와대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
내년 대선은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10년 주기설은 1987년 개헌 이후 보수와 진보가 10년 주기로 정권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다시 진보 진영에서 대통령이 나올지, 아니면 보수야권이 주기설을 깨고 정권을 탈환할지 주목받는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권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문 대통령 임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반문기류가 커지면서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과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이 불거지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해 관련 부처가 이견도 제시하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현 정권 유지 위해 여당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답(40%)보다 ‘정권 교체 위해 야당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답(46%)이 더 높았다.
 
하지만 여전히 40%대 국정수행 지지도는 큰 힘이다. 지지층 이탈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기 주자들이 문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지 않는 점도 ‘레임덕에 실체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 여권 주자들은 일제히 ‘문재인 정부 시즌2’를 공언하며 ‘정권 연장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 지지율은 결국 대선 득표율로 회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국정지지층이 일종의 ‘마지노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출발선으로 돌아온 만큼 향후 지지율 등락에 따라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도 좌우될 전망이다. 결국 남은 1년간 정부가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복 등을 통해 재상승 여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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