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폭로 쏟아지며 체육계와 연예계 초토화
[이슈메이커] 폭로 쏟아지며 체육계와 연예계 초토화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3.0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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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폭로 쏟아지며 체육계와 연예계 초토화

 

체육계에 이어 연예계 등 사회 전반에서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사회에 고발하는 ‘학폭 미투’가 쏟아지고 있다. 폭로를 통해 ‘학폭 문제’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 의혹만 제시하는 경우도 있어 자칫 잘못된 ‘마녀사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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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넘어 들불처럼 확산

논란은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주축이던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인터넷에 폭로되면서 불거졌다. 자신을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지난 2월8일 이들이 과거 학창시절 흉기로 동료 선수를 협박하거나 폭언을 하고, 돈이나 옷 등을 갈취하기도 했다. 또 얼차려를 주거나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두 선수는 자신의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시인했다. 이재영은 “학창시절 잘못된 언행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제가 했던 잘못된 행동과 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와 잔여 연봉 미지급 등의 징계를 내렸고, 대한배구협회는 두 사람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스포츠계에서 이와 같은 논란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학폭 논란은 남자 프로배구로도 번졌다. OK금융그룹 심경섭, 송명근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해당 선수들은 이번 시즌 남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화재 박상하 역시 학폭 의혹에 휩싸이자 사실을 인정하며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다만 일부 폭로 내용에 대해선 부인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KB손해보험의 이상열 감독은 12년 전 박철우 선수를 폭행했던 사건이 재조명되며 고개를 숙였다. 이상열 감독은 박철우에게 사죄하고 잔여 경기 출장을 자진 포기하기로 했다.

 

이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 학폭 의혹이 제기되며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등 구단들은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학폭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학교폭력 이력을 대표선수 선발 및 대회출전 자격 기준에 반영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학교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학교와 긴밀하게 협의해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하겠다”며 “교육부 등과 협의해 학교폭력이 더 생기지 않도록 예방, 선도, 상담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의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전해지며 구단과 협회로부터 중징계를 받게 되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흥국생명의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전해지며 구단과 협회로부터 중징계를 받게 되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학교폭력 뿌리 뽑을 특단의 대책 요구

체육계에서 촉발된 ‘미투’는 연예계로 번졌다. 아이돌과 배우 등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학창시절 이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배우 조병규가 뉴질랜드 유학 시절 학폭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온 뒤, 이어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수진과 배우 김동희, 박혜수와 가수 진해성 등으로 번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대부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소속사들은 면담 등을 통해 과거 점검에 나서고 폭로된 논란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러한 ‘학폭 폭로’는 대부분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 공론화를 통해 일종의 학습 효과를 일으켜 이후 생겨날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글은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려워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더욱이 허위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잘못된 여론재판이 진행되면 당사자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폭로 글 중에는 피해를 당한 시간과 장소,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증거 자료를 함께 첨부한 글도 있지만, 추측성 의혹 제기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폭로 대상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경우에는 학교폭력과 아무 연관 없는 인물에게 가해자 논란이 일기도 하는 등의 문제도 생겨난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가해자는 장난으로 학폭을 저지를 수 있으나 피해자에겐 굉장히 큰 트라우마로 남아 10여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며 “다만 사실이 아닌 음해성 학폭 고발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어선 안 된다. 무고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폭력 문제에 관한 정책적 해결 요구는 분명해 보인다. 특히 체육계의 경우 현재로서는 특정 선수가 학생 선수로서 징계를 받더라도 프로 종목 단체나 구단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지해도 막을 제도적 장치도 없다. 지난해 프로야구 NC는 김유성의 중학교 시절 ‘학폭 징계’가 뒤늦게 드러나 1차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으로 인성교육과 엄벌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통념이 자리 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실효성 있는 제도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이에 최근 한국배구연맹은 긴급회의를 통해 드래프트 신청자는 학교 폭력이 없었다는 학교장의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수립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학교운동부 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을 통해 학생 선수가 학교폭력으로 전학이나 퇴학 조치를 받으면 체육 특기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더 이상 학교폭력은 쉬쉬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쇄신의 기회로 삼아 피해자들이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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