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위대한 시민정신 보여준 대구
[이슈메이커] 위대한 시민정신 보여준 대구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3.08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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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위대한 시민정신 보여준 대구
 
대구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1차 유행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인구 250만 명인 대도시에 확진자가 쏟아지는 초유의 사태 속에 대구시민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협력과 연대의 정신으로 대구는 53일 만에 확진자 수를 ‘0’으로 만들며 전 세계의 모범이 되었다.
 
 
ⓒ대구시
ⓒ대구시

 

통제 불능 상태에 일상 ‘멈춤’
지난해 2월18일 오전 10시 대구시 지역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이 전해졌다. 교통사고로 수성구 한 한방병원에 입원한 60대 여성이 고열과 폐렴 증상으로 격리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질병관리본부 발표가 나온 것이다.
 
특히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신도인 해당 환자가 입원 중 수차례 예배에 참석하고 호텔 예식장 등을 다녀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며 방역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31번 환자가 다녔던 남구 소재 신천지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닷새 만에 세 자리 수로 급증했다.
 
불과 12일 후인 29일에는 하루 최다 741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3차 대유행 당시 2,600만 명이 사는 수도권에서 나온 일일 최다 확진자 수 776명에 맞먹는 수치였다. 3월15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6천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57명에 달했다. 3월말까지 누적 확진자가 6,700여명에 달해 당시 전국 확진자의 70%에 육박하는 등 전대미문의 힘든 시기를 겪었다. 2월23일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고 3월13일 대구시는 청도 등 경북 일부 지역과 함께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대구시는 3월말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6,700여명에 달해 당시 전국 확진자의 70%에 육박하는 등 전대미문의 힘든 시기를 겪었다. ⓒ대구시
대구시는 3월말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6,700여명에 달해 당시 전국 확진자의 70%에 육박하는 등 전대미문의 힘든 시기를 겪었다. ⓒ대구시

 

선별조사와 역학조사는 무력화됐고 코로나19 감염자인 줄 모르고 이들을 진료한 대학병원 응급실 5곳 중 4곳이 한꺼번에 폐쇄되며 지역 응급 의료체계에 혼란이 일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지라 세부 대응지침이 없어 증상과 관계없이 모든 환자를 음압병실에서 치료하는 바람에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해 자택에서 대기하는 확진자가 하루 최고 2,270명에 이르는 상황에 놓였다. 병실을 구하지 못한 고령 환자가 자택 대기 중 숨지는 사례도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대구시민 A씨는 “1차 대유행 당시 외지에 대구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며 “혹시 내가 확진자가 되면 나중에 치료를 못 받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감까지 닥쳐 경제활동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망의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4월 초순부터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고, 첫 환자 발생 53일이 지난 4월30일 확진자 ‘0’명을 기록하며 1차 대유행의 위기를 넘겼다. 충남대학교 예방의학과 김영택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2월과 3월 누적 확진자가 6,000명을 넘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대구의 방역성과는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구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방역에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사례로 꼽힌다. ⓒ대구시
대구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방역에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사례로 꼽힌다. ⓒ대구시

 

세계가 주목한 D-방역
대구가 1차 대유행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시민 의식과 초기에 거둔 다양한 성과 때문으로 방역당국은 평가한다. 대구시는 사태 초기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사실을 인지한 후 신천지 교인 전수검사를 비롯해 검사 미이행자 자가격리 행정명령과 전수검사 독려 등 감염확산 차단을 위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했다.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및 관련 시설 44개소에 대한 폐쇄조치도 시행했다. 또한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공무원 100여명을 신천지대구교회에 투입·조사해 유증상자 1,243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신속히 격리조치 했고, 신천지 교인 10,459명을 비롯해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환자 및 종사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 전수 진단검사도 실시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던 작년 2월23일 칠곡경북대병원에 세계 최초로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방역에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사례로 꼽힌다. 차에 탑승한 상태로 접수부터 진료, 검체 채취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해 검사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을 뿐 아니라 대면 최소화로 감염확산 차단이 가능했다. 이러한 방식은 전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벤치마킹해 지금도 코로나19 극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감염병 전담병원 확보와 별도로 무증상이나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정부에 건의해 도입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또한 입원대기자 중증도 평가와 모니터링 후 분류체계 모델도 도입했다. 5월초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이는 전국 지자체로 확산해 중앙정부가 감염병 예방법에 반영하기도 했다.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도 지난해 3월부터 중앙 방역지침보다 강화된 조치로 국적 구분 없이 3일 이내 전수검사 실시와 격리 해제 전 검사 의무화를 시행한 바 있다.
 
‘D-방역’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성공 사례는 해외에 널리 알려져 방역 노하우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 행사에 아시아 대표도시로 초대돼 ‘드라이브스루’와 ICT 인프라 활용 역학조사 등을 소개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1년을 맞아 방역 성과를 다른 국가와 공유하는 ‘코로나19 대구 국제심포지엄 및 학술대회’도 개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년은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세계 최초로 도입한 수많은 우리의 방역 정책들이 세계의 모범이 돼 모두가 대구를 주목한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며 “놀라운 시민정신과 온 국민이 함께 만든 협력과 연대의 대역사를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겨 미래 세대가 영원히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26일부터 요양병원과 시설 등의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이 시작됐다. ⓒ대구시
지난 2월26일부터 요양병원과 시설 등의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이 시작됐다. ⓒ대구시

 

협력과 연대로 지켜낸 일상
스스로를 봉쇄하며 공동체를 지켜내겠다는 위대한 시민정신도 돋보였다. SNS에는 대구를 폄하하는 표현이 쏟아지며 상처를 덧냈고, ‘봉쇄론’과 같은 루머들로 한계상황에 몰린 대구시민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동요하지도, 대구를 떠나지도 않았고, 스스로 동선을 제한하고 개인 활동을 자제하며 방역에 동참했다.
 
대구시의 2019년 대중교통 하루 평균 이용객은 46만 3,000명이었지만 확진자가 쏟아지던 지난해 3월 첫 주 이용객은 11만 7,774명으로 대폭 줄었다. 철도이용객과 고속시외버스 이용객도 각각 9분의 1과 19분의 1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차량 통행량도 30% 가량 줄었다. 고위험 시설의 자발적 휴업률은 클럽 100%, 학원 93%, 노래연습장 91.7%, 실내체육시설 89.5%, 유흥주점 87.7%, 단란주점 86.5%, 콜센터 55.9%에 달했다.
 
지난해 3월3일 미국 ABC 뉴스의 이언 패널 특파원은 ‘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중심지 안에서’라는 취재수첩에서 “공황 상태를 찾아볼 수 없다. 폭동도 없고 수많은 감염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한산한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모습, 다시 일상을 되찾을 날이 빨리 다가오길 기대한다. 사진=손보승 기자
한산한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모습, 다시 일상을 되찾을 날이 빨리 다가오길 기대한다. 사진=손보승 기자

 

코로나 피해를 보고 있는 ‘소상공인 도와주기 릴레이’도 펼쳐졌다. SNS를 통해 긴급하게 판매를 요청하는 이들의 물건이 매진되는 사례를 기록했고 막힌 판로로 애를 먹던 일부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도 펼쳐졌다.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어났을 때 대구시민들은 포스트잇으로 격려하는 따스함도 잊지 않았다. 마스크 품귀 현상을 겪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의료진과 소방인력에 마스크를 양보했고, 천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과 나누기도 했다. 치유의 손길도 이어져 전국에서 의료진 2,738명이 ‘코로나19 전사’를 자처하며 대구로 달려왔다.
 
하지만 상처도 남았다. 지역경제 전반에 후유증을 남겨 곳곳의 식당이나 카페 등이 줄줄이 폐업이나 휴업을 했다. 대표 관광지인 ‘김광석 다시그리기길’과 근대골목은 방문객이 반 토막 날 정도로 침체된 상태다. 지난해 이들 명소 방문객 수는 각각 71만1,589명과 41만7,526명으로 2019년 140만788명, 83만3,357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제적 고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워낙 오래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도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절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단장은 “지금 방심하면 훨씬 더 큰 피해가 올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 기본을 잘 지키고, 장기적으로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앞으로 보다 자유로운 생활도 가능해질 것이다”고 했다.
 
여전히 코로나19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대구시민들은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화운동 등 국가가 위기에 강한 시민정신의 면모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지난 2월26일부터는 요양병원과 시설 등 210개소 시설의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12,000여 명을 대상으로 각 지역보건소와 요양병원에서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사투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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