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통합과 재건 강조하며 새 질서 예고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통합과 재건 강조하며 새 질서 예고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2.02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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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통합과 재건 강조하며 새 질서 예고
 
지난 1월20일(현지시간) 정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끝내고 새 대통령에 오른 그는 취임사를 통해 ‘통합’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결별하고 동맹 복원을 기치로 삼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으로 글로벌 지형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Gage Skidmore/Flickr
ⓒGage Skidmore/Flickr

 

“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의사당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에게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은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역사적 임기를 시작했다.
 
이어진 취임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통합에 영혼을 걸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할 정도로 분열의 골이 깊게 패인 미국을 하나로 묶겠다는 이야기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가 소중하고 깨지기 쉽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며 “(그러나) 이 순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위기와 도전의 역사적 순간이다. 통합만이 성공을 향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합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 비통과 분노가 있을 뿐”이라며 서로를 이웃으로 바라보고 품위와 존경으로 대하며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할 것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을 맹세한다”며 “나를 지지한 사람들을 위해서와 마찬가지로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폐기와 동맹 복원, 미국의 위상 회복도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동맹을 복원하고 다시 세계와 관여할 것이다”며 “평화와 발전, 안보의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전했다. 또 “우리는 단순히 힘의 과시가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한 뒤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과 일부 이슬람 나라에 적용된 입국금지 철회, 학자금 상환 유예 및 세입자 강제퇴거·압류 제한 확대, 포괄적 이민 관련법 정비 등 등 17개의 행정명령과 지시에 서명하며 ‘트럼프 지우기’에 본격 나섰다. 자신의 선거 구호였던 ‘더 나은 재건’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대통령 자체권한으로 발동하는 것으로,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발동한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환송식’을 연 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거처가 있는 플로리다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그는 고별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돌아올 것”이란 말을 남겼다. 전임자가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1869년 이후 152년 만에 처음이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Flickr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Flickr

 

코로나19 극복과 경기 회복이 최우선 과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최우선 과제로는 미국 내부 현안 해결이 첫 손에 꼽힌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가 미국이 대공황으로 신음하던 1933년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바이든 당선인은 루스벨트 이후 아마 가장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는 미국 대통령일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내고 8년간 부통령을 역임했던 화려한 정치 경력의 베테랑에게도 쉽지 않은 현실이 놓인 셈이다.
 
가장 시급한 부분은 코로나19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미국의 상황은 사실상 통제 불가 수준이다. 1월27일 기준으로 미국의 확진자 숫자는 2,400만 명, 사망자는 4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인 14명 중 1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뜻이다. 외신들은 누적 사망자가 제1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및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미국인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라고 분석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미국인 수와도 거의 맞먹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연방건물과 부지에서 향후 100일간 마스크 사용을 의무화했다. 또한 변이 차단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최근 방문했던 외국인과 브라질과 영국,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 26개국 방문자 대부분의 입국 제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 회복을 위해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도 내놓았다. 이 중 4,000억 달러는 코로나19 퇴치에 쓰이고, 나머지는 경제 구호와 주·지방 정부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1인당 1,4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 교육자나 소방관과 같은 필수인력이 해고되지 않는 조치와 실업 보험을 확장해 실직자를 돕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연방 최저임금도 2025년까지 현재의 7.5달러에서 최소 15달러로 인상할 계획이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며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초기 내각 인사청문회 및 주요직 임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극우와 보수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막강한 데다 각종 개혁안에 대한 공화당의 반대 기류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폐기와 동맹 복원, 미국의 위상 회복을 약속했다.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Flickr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폐기와 동맹 복원, 미국의 위상 회복을 약속했다.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Flickr

 

G2 패권경쟁 2막 시작
외교 분야에 있어서는 새로운 국제 환경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재정립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취임 후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적 동맹복원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국경을 맞댄 캐나다와 멕시코를 시작으로 주요 유럽 국가 정상들과 통화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적극적 관여와 주도권 회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경쟁상대인 중국과는 여전히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정한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악관이 몇주내에 이 문제에 대해 의회와 동맹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대통령은 많은 전선에서 중국의 경제적 월권을 중단시키는데 전념하고 있고 그렇게 할 가장 효율적 방법은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념적 편견과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다자주의와 상호존중으로 나아가자는 시 주석의 요청을 백악관이 일단 선을 그은 셈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양국 관계는 무역전쟁과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 문제로 악화일로를 거듭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1월 중국의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추가 수입과 미국의 추가 관세 철회 등을 내용으로 하는 1단계 무역합의를 이뤘지만 중국의 미국 상품 추가 구매 목표 이행률은 60%를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3,169억 달러로 전년보다 7% 정도 증가했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트럼프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것을 촉구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몇 년간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심지어 위협으로 보는 잘못을 범했고 이에 근거해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잘못된 행위로 중미 관계를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우리는 미국 새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잘못된 대중 정책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대중 정책을 채택해 중미 관계를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폐기와 동맹 복원, 미국의 위상 회복을 약속했다.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Flickr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폐기와 동맹 복원, 미국의 위상 회복을 약속했다.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Flickr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향방은?
바이든 체제의 시작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역대 행정부를 괴롭혔던 어려운 문제”라며 “더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졌다. 모든 선택지에 대한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라며 대북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을 예고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방식이나 버락 오마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 같은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복원을 올해 외교안보 정책의 화두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는 좋은 신호는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취할 정책방향 변화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우리의 정책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외교안보 라인을 재정비했다. 정부 출범부터 함께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했던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고, 또한 정 특보 자리에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김 2차장 자리에는 김형진 전 외교부 차관보를 내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취임 축하 전문에서 “한국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이자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바이든 행정부의 여정에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바이든 시대의 개막은 미국과 국제질서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길을 걸어 나가게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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