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결제시장의 새로운 흐름 이끄는 선도자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결제시장의 새로운 흐름 이끄는 선도자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1.1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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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결제시장의 새로운 흐름 이끄는 선도자
 
긍정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주춤했던 암호화폐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달리고 있다. 2017년 연말 최고가를 기록한 뒤 추락했던 암호화폐의 ‘대장’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초 대비 3배나 급등한 수준이다. 다양한 요인들이 분석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페이팔 효과’가 매우 컸다고 분석하고 있다.
 
 
ⓒ페이팔
ⓒ페이팔

 

3억 넘는 이용자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PayPal)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이다. 1998년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피터 시엘, 맥스 레브친 등과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처음 ‘팜 파일럿(Palm Pilot)’에 정보를 저장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고, 이후 ‘정보’ 대신 ‘돈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전송’하자는 아이디어로 발전해 현재의 페이팔이 되었다. 2002년 이베이에 약 1조 7,000억 원에 매각한 뒤, 초기 멤버들은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며 미국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큰 세력으로 성장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송금이 소비자의 삶을 파고들면서 페이팔은 폭발적인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15년 이베이에서 분사되어 독립 기업으로 나스닥에 상장되었고, 금융 분야가 ‘비대면’으로 전환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업계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 시가총액이 2,094억 달러를 기록하며 116년 역사의 초대형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앞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BOA의 시가총액(3,112억 달러)은 페이팔(1,269억 달러)의 2.4배 이상이었다. 댄 슐만이 페이팔 CEO로 2014년 부임한 뒤 어느새 결제 시장의 틈새 업체에서 주류 거인으로 진화한 것이다.
 
미국 뉴저지 출생의 댄 슐만은 버몬트 주 미들 버리 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슐만은 통신 및 미디어 그룹 AT&T에 입사해 18년간 근무하며 관리와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익혔다. 그는 35세 이하의 젊은 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며 능력을 입증했다. 이후에는 온라인 여행사인 프라이스라인의 CEO로 부임해 탁월한 마케팅과 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2년 만에 연간 매출을 2,00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증가시켰다.
 
2001년 영국 버진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슐먼에게 새로운 휴대폰 프로젝트를 지휘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는 값비싼 휴대폰을 살 여유가 없는 청년들을 위해 통신사 스프린트(Sprint)와 합작하며 ‘버진 모바일(Virgin Mobile)’을 구상했다. 2002년 사업을 시작해 2009년 미국 내 10위권 통신사로 만들며 수완을 발휘했다. 그 뒤 슐만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로 자리를 옮겨 기존 은행에 접근이 어렵던 젊은 고객들을 겨냥해 ‘아멕스 블루버드(AmEx Bluebird)’라는 선불 현금카드 상품을 내놓았다. 이 아이템은 이베이 CEO 존 도너호의 눈길을 끌게 된다. 페이팔이 이베이와 분사하여 독립 법인이 되던 시점이었다. 당시 페이팔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했던 도나호는 슐만을 페이팔의 새 수장이 될 적임자로 생각해 CEO를 제안했고, 슐만은 이를 받아들여 2014년 대표로 부임했다.
 
 
1998년 설립된 페이팔은 3억이 훌쩍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이다. ⓒ페이팔
1998년 설립된 페이팔은 3억이 훌쩍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이다. ⓒ페이팔

 

가상통화에 문호를 개방하다
슐만은 CEO 부임 후 미국 금융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에게 금융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플랫폼을 개방해 거대 기업이 자체 결제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했고, 이 결정 덕분에 페이팔을 기본 결제 수단으로 선택하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났다.
 
특히 페이팔은 ‘편리함’과 ‘신속함’을 넘어 ‘책임지는 자세’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자거래 과정에서 카드나 계좌의 번호를 알리지 않는 방식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명의도용 등의 이유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액을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페이팔이 2019년 소비자에게 선보상한 비용만 1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슐만 CEO는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더 노력한다며, 고객들이 페이팔의 전자거래를 선택해서 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팔의 2019년 3분기 매출은 54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억 8,000만 달러에서 25% 가량 증가했다. 또한 3분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 4억 6,200만 달러에서 올해 10억 2,100만 달러로 두 배 넘게 늘어나는 등 실적 호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페이팔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 가상자산의 거래 및 결제를 허용한 것이다. 페이팔은 2019년 11월 “미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가상자산을 구매, 보유, 판매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페이팔 계정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 2,600만 페이팔 가맹점에서 결제도 가능하다.
 
 
댄 슐만 CEO는 2014년 부임 이후 미국 금융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에게 금융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Flickr/PopTech
댄 슐만 CEO는 2014년 부임 이후 미국 금융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에게 금융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Flickr/PopTech

 

서비스 출시를 위해 페이팔은 미국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S)에서 가상자산 취급 면허를 확보했다. 또한 미국 최대 송금 어플리케이션인 ‘벤모(Venmo)’ 이용자들과 미국 외 페이팔 사용자들도 올해 상반기까지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페이팔이 서비스 초기에 지원하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으로 알려졌다.
 
페이팔은 이용자가 암호화폐로 결제한 경우 내부 시스템이 이를 미국 달러 등으로 실시간 환전해 전송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대금을 지급받는 측에서는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장치도 만들었다.
슐만 CEO는 “해당 서비스가 세계적인 가상자산 사용을 장려하고, 나아가 중앙은행과 기업이 함께 가상자산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앞으로 디지털 통화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며 “우리는 세계 중앙은행 등과 협력해 금융과 상거래에서 디지털 통화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팔은 지난해 11월 “미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가상자산을 구매, 보유, 판매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페이팔
페이팔은 지난해 11월 “미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가상자산을 구매, 보유, 판매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페이팔

 

미래의 주류로 통용되는 가상자산
페이팔의 가상자산 도입은 기존 시장 경제 내에 암호화폐의 사용성이 큰 폭으로 확장되는 것을 나타낸다. 실제 비트코인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12월 17일 1만 9,666달러를 기록한 이후 ‘버블’이 꺼지면서 끝없이 추락했다. 1년 후에는 3,000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서서히 상승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9월 초 1만 달러를 넘어서 3개월 만에 2배가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2021년에 더 오를 것으로 분석한다. 얼마 전 미국 금융회사 씨티은행의 한 수석 분석가가 작성한 보고서가 유출되기도 했는데, 보고서에는 “비트코인이 2021년 12월까지 31만 8,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공동창업자 타일러 윙클보스는 “현금은 쓰레기”라며 “향후 비트코인은 50만 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슐만 역시 “암호화폐는 지금이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다시 열풍이 부는 이유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첫 손에 꼽힌다.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에게 명목화폐보다 암호화폐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각국의 대규모 돈 풀기 탓에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그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돈을 풀수록 화폐의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 정치권이 재정부양책에 뜻을 모으고 있는 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이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는 등 달러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이로 인한 달러 약세 흐름에 가상화폐로 투자자가 몰리는 것이다.
 
특히 과거 ‘개인’이 주도하던 것과 달리 기관투자 ‘큰 손’이 대거 투자를 시작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폴 튜더 존스나 스탠리 드러켄밀러 등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고,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회사의 현금성 자산의 대부분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한 데 이어 빚까지 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뜬구름 같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생태계가 튼튼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페이팔의 가상화폐 거래 채택은 실생활에서의 활용성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기존 시장 경제 내에 암호화폐의 사용성이 큰 폭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Pixabay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기존 시장 경제 내에 암호화폐의 사용성이 큰 폭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Pixabay

 

한편 페이팔은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개시한 후 한 달간 주가가 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약 6.5%,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3.5% 상승한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성과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 지원이 주가 상승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분명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슐만은 “앞으로 우리는 모든 형태의 디지털 통화와 결제를 수용하는 동시에 물리적 세계와 온라인 세계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디지털 지갑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처럼 페이팔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교환 수단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결제 시장을 선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서서히 화폐로서의 교환매개 기능을 갖춰가는 상황에서 페이팔이 어떻게 금융 문화를 선도해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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