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집회 II]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인권’ 충돌의 딜레마
[이슈메이커_집회 II]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인권’ 충돌의 딜레마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0.11.1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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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인권’ 충돌의 딜레마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고개를 든 기본권 침해 이슈. 확진자의 이동 동선 공개와 10인 이상 집회 금지 등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이어지며 과연 이 조치가 합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공공의 이익 수호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권리 제한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절충안은 없을지 의구심이 든다.
 
 
사진=김남근 기자
사진=김남근 기자

 

정부와 시민들 사이의 벽
이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는 직업의 특성상 외부 활동이 많은 편이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때에도 어김없이 취재를 위해 사무실 밖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취재 뒤 인터뷰이의 촬영을 함에 있어 제약이 많음은 알고 있었지만, 간혹 ‘도가 지나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환기가 잘 되고 인적이 드문 야외에서 인터뷰이의 촬영을 2.5단계 이전부터 해왔는데, 8월 말을 기준으로 야외에서조차 촬영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촬영지 탐색을 하는 곳마다 붉은 띠가 둘러져있고, 쇠사슬에 자물쇠로 출입을 제한하는 곳도 대다수다. 함께 동행한 인터뷰이도 ‘여기가 원래 이렇지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당황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비단 기자의 경우뿐 아니라 대다수 실외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부딪혔을 것으로 생각된다. 업을 떠나 휴식을 위해서 찾는 공간이 하나씩 줄어들고 이러한 현상이 언제 끝날지도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이 극대화된 것은 개천절 광화문 집회였다. 당시 정부는 ‘K방역’이라는 명목하에 확진자 동선 공개를 시작으로 통제 범위를 점차 늘려나갔다.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이 제기될 때면 정책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은 생각보다 컸다.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에 위치한 상인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확진자에 대한 무분별한 추측이 난무하며 정식적 피해를 본 이들도 상당수다. 지난달 3일 개천절 광화문 집회는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이러한 부작용의 기폭제가 됐다. 광화문 일대를 이중으로 둘러싼 경찰 차 벽이 정부와 시민들 사이의 벽을 더욱 두껍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하나씩 줄어들고 이러한 현상이 언제 끝날지 보이지 않는다.사진=김남근 기자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하나씩 줄어들고 이러한 현상이 언제 끝날지 보이지 않는다.사진=김남근 기자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감염병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조치의 내용만 규정해 정부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인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며 “강제조치 시행에 앞서 감염병 전문가와 당사자는 물론 시민 관점에서도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더불어 정보보호학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인권이 충돌하는 상황의 딜레마가 자주 벌어지는데 이제는 정책 설계 단계부터 미리 부작용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본권 제약 장기화 우려
집회 현장을 보도한 사진들을 보면 일부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부터 든다. 이 같은 생각에 동감을 한 것일까. 장하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9월 말 “(집회 관련)불법 차량 시위 운전자는 현행범으로 체포 및 벌금 부과 등으로 처벌할 것이며 운전면허 정지·취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운전자가 교통경찰관의 정당한 지시를 3회 이상 불응하면 벌점 40점, 즉 면허 정지가 된다. 집회 시 참가 차량에 경찰은 해산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정지 및 취소 수준의 벌점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집회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원천 차단한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9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0회 국무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집회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원천 차단한다”고 전했다. ⓒ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지난 9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0회 국무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집회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원천 차단한다”고 전했다. ⓒ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이 같은 수뇌부들의 주장에 진보·보수를 구분하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요 골자는 ‘기본권 침해’다. 보수단체의 한 의원은 “차량 시위는 코로나-19와 상관이 없다. 경찰의 이번 금지통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함은 물론 헌법 위반이다”라고 주장했고,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보수단체가 개천절 당일 200대의 차량을 동원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여의도·광화문·서초경찰서까지 차량 시위를 하겠다고 한 집회신고에 대해 경찰이 불허하고 위반 시 면허 취소까지 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감염병 발생은 사실 ‘준전시’ 상태나 다름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국가가 국민 기본권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라며 “다만 국가의 국민 생활 개입이 일상화되면 국가 지도자도, 국민도 이 상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리라는 점, 즉 통제사회로 굳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칼럼을 통해 “원칙적으로 공익상 필요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근거가 필요하다”며 “다만 향후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전체 공동체의 운명과 관련된 긴급한 사항이라면 기본권 제한 관련 형식 논리보다는 실질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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