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빈곤과 기아 없는 세상을 위한 헌신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빈곤과 기아 없는 세상을 위한 헌신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11.09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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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빈곤과 기아 없는 세상을 위한 헌신

 

2020년 101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세계식량계획(WFP)으로 결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국제적 연대와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세계식량계획은 기아에 대항하고 분쟁지역에 평화를 위한 조건을 개선하며, 기아를 전쟁과 분쟁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에 추진력이 된 공로가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FAO/ALBERT GONZALEZ FARRAN
ⓒFAO/ALBERT GONZALEZ FARRAN

 

매년 80여 개국 1억 명에게 식량 지원

1961년 창설된 WFP는 기아 인구가 사라지는 ‘제로 헝거(Zero Hunger)’의 목표를 선도하는 인도주의 기구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80여 국가에 1만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기부금과 성금을 모아 연간 72억 달러의 예산을 바탕으로 비롯한 세계 80여 개국 주민 약 1억 명을 지원하고 있다. 분쟁과 내전은 물론 자연 재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약 36개 회원국이 WFP의 집행이사회 이사국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 2011년부터 이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이 공급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전 세계 6억 9,000만 명은 기본적인 영양공급조차 충분히 받지 못한다. 그 중 약 1억 3,500만 명은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기아와 영양실조 문제는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30년 후인 2050년에 세계 인구가 97억 명에 이르고 식량 수요는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획기적인 식량증산 방안 없이는 상당수의 인구가 굶주림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국제사회의 위기가 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팬데믹’ 이후 여러 나라가 자국 내 식량 확보를 위해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하며 일부 빈곤국에서는 식량가격이 급등해 굶주림으로 인한 사회갈등과 폭동까지 우려되고 있다. 실제 WFP는 지난 4월 올해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며 식량 극빈층이 지난해 보다 2배 늘어나 2억 6,5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당시 WFP는 “이웃이 굶주리게 만드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후 WFP는 나이지리아와 남수단, 시리아, 예멘 등에서 식량지원을 늘렸으며, 민간 항공 운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 속에서도 전 세계 수송 허브 네트워크를 가동해 피해를 입은 빈곤국에 약 300톤의 의료물자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의료인과 활동가들을 개발도상국으로 보내 빈곤층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임신부와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임신 초기부터 출산 후 2년까지 산모와 아이에게 식량을 지원해 영양 부족을 방지하고, 이후에는 학교 급식을 통해 아이들을 지원하고 식이다. 이밖에도 가난한 농촌 주민들을 위한 자활 사업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이렇게 절감한 처리비용을 기아퇴치기금으로 조성하는 ‘제로웨이스트, 제로헝거(ZWZH)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WFP는 연간 72억 달러의 예산을 바탕으로 비롯한 세계 80여 개국 주민 약 1억 명을 지원하고 있다. ⓒWFP
WFP는 연간 72억 달러의 예산을 바탕으로 비롯한 세계 80여 개국 주민 약 1억 명을 지원하고 있다. ⓒWFP

 

“최고의 백신은 식량”

이번 WFP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식량문제가 곧 인류평화의 관건임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세계식량계획과 다른 식량 지원기구가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전 세계는 상상할 수 없는 기아를 맞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식량 안전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기아 예방 뿐 아니라 안정과 평화를 위한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며 “세계식량계획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개척사업을 하면서 인도주의적인 사업을 평화를 위한 노력과 결합하는 데 앞장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항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인상적인 능력을 보여줬다”면서 “백신이 나오기 전 혼란에 대항한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고 덧붙였다.

 

WFP 톰슨 피리 대변인은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영광스러운 순간”이라며 “후보에 오른 것만도 충분했는데 수상까지 한 것은 대단한 성취와 다름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트위터 영상을 통해 “믿을 수 없다”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80여 개국에서 매일 기아를 종식하고자 일하는 WFP 가족의 헌신이 인정받았다”면서 “분쟁지역 등 세계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한 곳에서 일하는 WFP 직원들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대학생이던 21살에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주지사 재임 당시 낮은 실업률과 민간 투자를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았고, 최초로 미국 남부의 연방기 게양을 거부하고 인종간의 갈등 해결 및 화해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 뒤 국제 전략 센터를 설립해 미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서 글로벌 이슈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가교 역할도 했다. 2017년부터 WFP 사무총장으로 활동 중이다.

 

 

노벨위원회는 WFP가 각 지역에서 인도주의적인 사업을 평화를 위한 노력과 결합하는 데 앞장섰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WFP
노벨위원회는 WFP가 각 지역에서 인도주의적인 사업을 평화를 위한 노력과 결합하는 데 앞장섰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WFP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

WFP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최대 수혜국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불과 30여 년 전까지도 수혜를 받던 때도 있었지만 공여국으로 전환한 나라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WFP로부터 1964년부터 1984년까지 1억 400만 달러 규모의 원조를 받았다. 당시 학교 등에서 배급한 옥수수죽 등이 WFP를 통해 한국에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홍수대책과 간척사업, 도로개설 등도 지원했다.

 

수혜국을 졸업한 뒤 한국은 공여국으로서 식량 원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WFP를 통해 내전과 기아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의 난민과 이주민 280만 명에게 매년 5만 톤 규모의 쌀을 지원 중이다. 한국 정부가 매년 WFP에 460억 원을 공여하면 WFP가 우리 쌀 5만 톤을 구입해 지원하는 식이다.

 

WFP는 북한에 대해서는 지난 1995년부터 25년째 식량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WFP는 1,220만 명의 북한 주민이 만성적인 식량 불안정과 영양 부족 상태에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영양 보급, 재난위험 완화, 위기 대응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영양 보급을 위해 매달 100만 명에 가까운 임신부나 어린이를 보육하는 어머니,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한다. 또한 2014년부터 2년 동안 북한에 큰 가뭄이 생겼을 때 구호에 앞장서기도 했고, 이듬해 홍수가 났을 때도 지원했다. 올해는 9월말 북한 주민 54만 5,000명에게 영양·생계 지원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많은 북한 주민이 가뭄과 홍수, 열대성 저기압 등의 이상 기후로 굶주림을 겪을 위험이 커졌다”며 한국과 국제사회의 원조를 촉구하고 있다.

 

 

WFP 수혜국을 졸업한 뒤 한국은 공여국으로서 식량 원조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WFP
WFP 수혜국을 졸업한 뒤 한국은 공여국으로서 식량 원조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WFP

 

다자주의 경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대한 경고 메시지 담아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는 역대 4번째로 많은 모두 318명의 개인과 기구가 추천됐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수단 독재정권을 끌어내린 시민혁명을 이끈 여성 운동가 알라아 살라흐, 러시아 민주화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등이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벨위원회의 선택은 빈곤층의 기아 문제 해결을 돕는 유엔 기구였다.

 

이로 인해 21세기 이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유엔 기구는 유엔(2001년), 국제원자력기구(IAEA·2005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2007년), 화학무기금지조약기구(OPCW·2013년)에 이어 5곳으로 늘어났다. 2012년 유럽연합(EU)이 수상한 것까지 포함하면 최근 들어 다자기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일방주의도 WFP의 평화상 수상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자금 지원을 끊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하는 등 글로벌 이슈에 공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체제를 외면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노벨위원회가 WHO에 평화상을 수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과 만나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과 만나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청와대

 

라이스 안데르센 위원장은 “WFP는 유엔의 매우 중요한 기구”라면서 “유엔의 다자간 협력과 인권을 위한 활동은 몇몇 나라에 만연한 포퓰리즘이나 민족주의 정치와는 대조적이다”고 말했다. 다자주의의 중요성과 국가 간 협력을 촉구하는 것이 올해 평화상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었음을 밝힌 것이다. 더불어 “WFP에 상을 준 것은 국제사회가 유엔 기구에 적절히 자금을 지원하고 사람들이 굶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 때문”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평화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해마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에서 열리던 노벨상 시상식은 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않고, 수상자들은 자국에서 상을 받는 장면이 TV로 중계된다. 하지만 다른 부문과 달리 평화상은 예년보다 규모가 대폭 축소되기는 하지만 예정대로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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