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사업 책임 진 CEO, 자오웨이궈
중국 반도체 굴기 사업 책임 진 CEO, 자오웨이궈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12.31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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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중국 반도체 사업, 전 세계를 강타하다

반도체마저 잃을 수 없는 한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대책 필요

 


중국 정부의 숙원 사업이었던 반도체 국산화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는 최대 소비국이다. 이에 중국은 국가 주도로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했으나 지금까지 성과는 저조했다. 하지만, 중국 칭화유니(紫光·쯔광)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주자, 칭화유니그룹의 행보

지난 2015년 11월, 칭화유니그룹이 SK하이닉스에 지분투자를 타진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분투자에 대한 제안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대만의 테크뉴스는 칭화유니그룹이 SK하이닉스 지분 15∼20%를 인수하고 중국에 공장을 신설, 낸드 플래시 제품을 생산하는 내용이 협력 안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칭화유니그룹은 현재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이다. 국영기업인 칭화홀딩스의 자회사로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거침없이 글로벌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반도체를 10대 핵심 산업으로 삼겠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야심을 실현할 주축세력으로 부상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2년 동안 94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 반도체 기업인 ‘스프레드트럼’과 ‘RDA 마이크로일렉트로닉’, 미국 휴렛패커드 자회사 ‘H3C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급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지난 2015년 7월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함께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인수를 제안했으나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 반대에 막혀 실패했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은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10월, 자회사인 유니스플렌더를 통해 미국 스토리지 업체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37억 8,000만 달러에 매입했고, 웨스턴디지털이 190억 달러에 세계 4위 낸드플래시 메모리업체인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했다. 반도체 분야 M&A 중 최대 규모였다. 또한, 칭화유니그룹은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 후공정으로는 세계 최대 회사 가운데 하나인 대만 반도체 패키지 업체 ‘파워텍’의 지분 25%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칭화유니그룹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까닭은 중국 당국의 든든한 지원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수요 1위 품목인 반도체 국산화를 원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매출 3,300억 달러 가운데 약 60% 소비를 점유할 정도로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3358억 달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6.6%나 됐다. 2013년에는 반도체가 원유를 제치고 중국의 제1수입품이 됐다. 맥킨지는 ‘중국은 자국에서 쓰이는 반도체의 90% 가량을 수입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의 자국산 반도체 이용비율은 10% 안팎이다. 이에 중국은 2010년부터 반도체산업을 ‘7대 전략 신흥산업’으로 지정한 후 지난 2014년,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해 1,200억 위안(약 21조 5,8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 2015년 6월에는 외산 비중이 높은 반도체를 국산화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1조 위안(약 18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목동 출신 CEO, 중국 반도체 굴기를 책임지다

중국 칭화(淸華)대가 세운 지주회사 칭화홀딩스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칭화유니그룹은 2년 전만해도 허브 약제와 음료 등을 생산하는 국유기업 중 하나였다. 이러한 칭화유니그룹을 중국 정부의 숙원인 반도체 사업 중심 기업을 이끈 이가 바로 자오웨이궈다. 그는 11살 때까지 중국 신장(新彊) 위구르 자치구에서 돼지와 양을 키우는 목동이었다. 그에게 기회가 온 건 문화대혁명 후 부활한 대학시험(高考·가오카오)이다. 공부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학업에 매진했다. 그는 신장 샤완(沙灣)현 출신으로 처음으로 명문 칭화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자오웨이궈는 TV 수리로 학비를 벌었다. 석사학위를 딴 뒤 국유기업인 칭화통팡(淸華同方)에서 일했지만, 도전과 모험심 강한 그에게 국유기업은 지루할 뿐이었다. 결국, 그는 100만 위안을 들고 신장으로 돌아갔다. 당시 신장 지역의 중국 부동산 사업은 크게 성장할 때였다. 탄광사업도 유망했다. 그는 2000~2008년 부동산과 탄광 투자로 대박을 내 45억 위안의 자산가가 됐다.
 

신장 지역에서 자금을 모은 자오웨이궈는 2005년 베이징에 진출해 투자회사 첸쿤(乾坤)을 세웠다. 그는 2009년, 첸쿤을 통해 칭화유니 지분 49%를 사들여 칭화홀딩스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능력으로 ‘배고픈 호랑이’라는 별칭이 붙은 그가 새로운 사업으로 결정한 분야가 메모리 반도체다. 현재 자오웨이궈의 공격적 행보는 세계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자오웨이궈의 도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유진투자증권 이정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가 반도체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신현준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장 설립이나 증자와 관련한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은데다 메모리 생산에 필수적인 생산 공정 설계자산(IP) 조달 계획도 언급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중심 국가로 떠오른 중국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뛰어든 중국의 행보는 거침없다. 반도체 산업 중에서도 중국이 집중했던 것은 시스템반도체 분야다. 중국에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는 600개가 넘는다.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에 의해 중국의 팹리스 매출액은 지난해 57억 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다. 또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세계 5위권 안에 들어섰다. 중국은 이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스마트폰, 스마트TV, 자동차 등 각종 ICT 융합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메모리반도체와는 다르게 종류도 다양하고 응용도 가능하며 제품 수명도 다양하다. 현재 스프레드트럼과 하이실리콘같은 회사는 세계 20대 팹리스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태츠칩팩(SATS ChipPAC), Jiangus, Tianshui과 같은 회사도 후공정 분야에서 성장 중이다. 실제 시스템반도체의 대표상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와 생산에서는 중국 업체가 국내 업체를 앞질렀다는 평이 나오기도 한다. 이미 전 세계 팹리스 업체 매출액 상위 50개 기업 중에서는 대만이 16개 중국이 9개로, 절반이 중화권 업체일 정도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 투자펀드 서밋뷰캐피털컨소시엄은 지난 2015년 3월, 미국 메모리(D램) 설계업체인 ISSI를 약 7,000억 원에 인수한 후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뿐만 아니라 메모리반도체까지도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을 시사했다. 국내 중소업체인 피델릭스, 제주반도체 등도 중국 자본에 인수된 상태다. 

 

중국만의 경영방식에 밀려나는 한국 반도체

현재 대부분의 중국 업체들은 처음에는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 점유율을 늘린 다음 점차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사업을 키워내고 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설계만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 시장은 미국 팹리스업체 퀄컴의 독주체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글로벌 모바일AP 시장의 퀄컴 점유율은 58%로 30억 3,7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중국 팹리스 회사 스프레드트럼이 2억500만 달러의 매출로 점유율 3.9%를 기록하며 4위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1억7400만 달러(3.3%)로 5위다. 시스템반도체에서 가장 각광받는 중국 업체인 스프레드트럼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으로 2001년 설립됐다. 스마트폰 사업 초기에 통신용 모뎀칩 설계를 주로 맡아서 생산했는데 당시 대만의 팹리스 업체인 미디어텍보다 가격을 낮춰 빠른 속도로 고객을 확보했다.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중국 수출용 갤럭시S2와 갤러럭시노트에도 스프레드트럼 모뎀칩을 탑재했다. 스프레드트럼은 2012년 모바일AP 사업에 본격 진출,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맞춘 3세대 모뎀과 AP를 통합한 보급형 제품을 선보였다. 이에 2012년 7억 2,500만 달러였던 매출이 2013년에는 10억 7000만 달러로 늘어 1년 만에 48%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IC인사이트가 조사한 상위 25개 팹리스 업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T)는 2014년 10월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1,200억 위안(약 21조2,000억 원)에 이르는 국부펀드를 마련해 본격 지원에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중국정부가 향후 5~10년 안에 최대 1조 위안(약 176조 7,2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 반도체 전문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최근 반도체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중국 디스플레이업체(LCD) BOE다. BOE는 과거에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하이디스를 인수, LCD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 1분기에는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이노룩스에 이어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할 만큼 크게 성장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D램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플래시 메모리 쪽에서도 중국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는 국내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이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세는 경계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미국은 중국의 기업 인수에 대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정부적 차원에서 막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칭화유니그룹의 달콤한 제안을 거절했지만, 현재 많은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에 인수된 상태다. 반도체가 국내 핵심사업인 만큼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오는 중국의 성장세에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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