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정식, 세계화의 옷을 입다
전주 한정식, 세계화의 옷을 입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1.12.22 0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시민이 자랑하는 수라온이 되겠습니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I Love Jeonju & Food]

▲수라온 오재천 대표

 

프랑스 음식은 눈으로 먹고, 이탈리아 음식은 향과 신선함으로 먹는다고 한다. 우리 전통음식이 이에 뒤쳐질리 없다. 눈으로 먹고, 맛이 좋아 입으로 먹는다는 전주 한정식이 그 주인공. 흔히 문학, 음악, 그림을 예술의 범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전주 한정식을 마주한다면 예술에 음식이 빠진 것이 섭섭할 정도다. 맛과 멋을 두루 갖춘 정갈한 음식이 차례로 식탁에 오르는 한정식은 보는 즐거움과 먹는 기쁨을 선사해주는 또 다른 형태의 예술인 셈이다. 이에 전주에 위치한 ‘수라온(오재천 대표)’은 예술로 분류하기에 부족함 없는 퓨전 전주 한정식으로 찾는 이들의 오감 만족은 물론이고 감동까지 맛깔나게 채워준다.

 

 

 

한국의 맛과 멋이 美學으로 어우러지는 곳

창덕궁의 고풍스러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담은 맛의 고장 전주에 위치한 ‘수라온’은 임금님께 수라를 올리는 존경과 정성을 담은 음식으로 지역에서 입소문 났다. 기존 고급식당을 떠올릴 때 일반적으로 양식이나 고기 위주의 음식점을 떠올리던 기존 관념을 깬 ‘수라온’은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문화와 예술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오재천 대표와의 인터뷰를 위해 ‘수라온’의 문을 연 기자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천장에 설치된 대나무 조형물이다. 사람의 혀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고객의 입과 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외식업인의 사회적 소명’이라는 오 대표의 뜻으로 만들어졌으며, 초심을 잊지 않으려는 그의 부단한 노력이 엿보인다.

‘수라온’은 조선시대 궁중 12첩 반상의 수라상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매, 난, 국, 죽의 4가지 한정식 코스메뉴와 VIP 코스, 런치코스 메뉴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음식에 배여 있는 손맛과 정신은 전통에 가깝다.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수라온의 코스요리는 새콤한 물김치부터 웰빙죽, 싱싱한 야채를 형형색색의 전병으로 감싼 무화과 쌈, 단호박의 달콤함과 담백한 갈비가 잘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내는 단호박 갈비찜, 계절의 풍미를 듬뿍 담아 예술적인 감각으로 정성껏 빚어낸 전유화, 전주의 대표음식 비빔밥,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계절과일과 빛깔 고운 오미자차까지 한국 고유의 맛과 멋을 잘 살려내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한다. 각각의 요리는 재료의 특성과, 모양새에 맞는 그릇에 마치 한 점의 ‘작품’처럼 아름답게 제공된다. 오 대표는 “반찬개념의 한식은 막상 젓가락을 들면 손이 가는 음식이 없고,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가 되죠. 저희는 이러한 한정식의 문제를 코스화한 요리로 해결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수라온’은 눈과 귀가 절로 즐거워지는 곳이다. 점포 내 소품들은 조상들이 직접 사용했던 것으로 옛 정취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저녁 시간에는 소리꾼 ‘수라향’의 공연으로 음식의 맛을 한껏 고조 시킨다.

 

전통의 재해석이 세계화의 첫걸음

최근 우리네 한식은 세계화 시대에 맞게 한걸음 진화중이다. 한결 세련되고 맛깔스럽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라온’의 요리를 보면 한식의 세계화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쯤에서 기자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 퓨전 한정식을 창업한 오 대표의 의중이 궁금했다. 소신 있는 표정과 함께 그는 “많은 이들이 제게 ‘전통’이라는 단어를 물어봅니다. 그럼 전 이렇게 대답을 하죠. 전통은 시대에 맞게 변하지 않으면 세계화가 될 수 없다고 말입니다”라고 답했다. 즉 그의 도전은 전통의 포기가 아닌, 전통을 발전하는 개념인 것이다.

한정식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오 대표는 전주 한정식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해 한상차림 보다는 요리위주의 코스개발 및 외국인을 위한 입식 테이블 전환을 촉구했다. 실제로 ‘수라온’은 온돌방 문화를 고집하던 전통 한식점의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외식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손님들이 입식 테이블에 좋은 반응을 보이며,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는 가장 먼저 찾는다. 더불어 음식을 오감으로 맛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오 대표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전통의 발전 뿐 아니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한정식 창업이 활성화 되어야 한정식이 세계음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라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한정식 업체의 수준 제고에 정부가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작은 생각의 차이가 성공을 부른다’

외식업계에 잔뼈가 굵은 오재천 대표는 외식업계에서 성공한 경영인은 상위 10%에 불과하며, 20%가 현상유지, 나머지 50~60%의 경영인은 업종전환이나 폐업의 현실에 놓여있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외식업체의 성공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맛, 장소, 서비스, 청결 이외에 경영주들이 간과하고 있는 핵심을 지적했다. 그는 “음식점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마인드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장소에 동일한 메뉴로 두 개의 점포를 차렸다고 가정했을 때, 약 1년 후에 두 점포의 성패가 극명하게 나뉩니다”라며 “경영자의 손과 마음이 자신의 이익만을 향해 안으로 오그라드는 점포는 문을 닫게 될 점포이고, 경영자가 고객을 위해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손을 바깥으로 뻗는 점포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고객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경영주의 ‘작은 생각의 차이’가 성공의 핵심요소인 것이다.

성공을 부르는 작은 생각의 차이를 몸소 실천하는 오 대표의 경영 마인드는 ‘수라온’ 곳곳에 스며들어 고객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선물한다. 그는 “‘수라온’을 찾아주신 고객들은 음식을 값싸게 먹는 즐거움보다는, 품격 있는 요리와 수준 높은 서비스로 만족스러움을 얻고자 하는 분들이기에,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 항상 고심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접대, 상견례, 첫돌, 칠순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손님이 많은 ‘수라온’은 손님에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는 단순히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이 아닌, 고객의 마음을 파악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마음을 읽는 서비스를 위해 오 대표는 직원들에게 메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콩나물을 활용한 요리의 경우, 전주 콩나물이 유명해진 유래부터 음식이 만들어진 동기까지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식감 한 술에 감동과 즐거움까지 얹는 형태다. 특히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비스는 화장실에 놓여있는 일회용 칫솔이다. 식사 후 에티켓까지 신경 쓰는 세심한 배려가 오 대표의 ‘작은 생각의 차이’인 셈이다.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에 일조할 터

2008년 10월, 정부에 의해 '한식의 세계화'가 선포된 이래 외식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찮았다. 각 계의 전문가와 관련업계의 사람들로 다양한 조직이 구성되는 등 외식산업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외식산업의 발전을 위해 (사)한국외식산업협회 전북지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오재천 대표는 “이미 외식(外食)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것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이에 국내 외식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힘 쓸 계획입니다”라며 “먼저, 전주시민이 자랑하는 ‘수라온’이 되어 전주의 맛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겠고, 한국을 넘어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는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식의 세계화에 동참하는 것은 단순히 사업장의 발전 뿐 아니라, 농․식품 수출 증대는 물론이고 전주의 이미지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오 대표는 식자재 상승과 인력난으로 국내 외식산업이 어려움에 처해있음을 호소하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적인 것은 규제와 관리의 대상이었던 외식산업이 발전과 진흥의 대상으로 변모했다는 점입니다”라고 긍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주대 외식산업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바 있는 그는 외식업계에 종사하길 희망하는 이들에게 조언의 말을 잊지 않았다. 오 대표는 “최근 시대의 화두라고 일컬어질 만큼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반면, 외식업계 현장에는 인력이 없고 학생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폼 나는 직장을 선호하는 학생들과 사회 관념이라고 꼬집은 오 대표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취급하는 곳은 어느 장소라도 소중하고 중요한 곳입니다. 또한 경험을 통한 자기사업 구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수도권의 호텔보다 지방의 중·소형 업소가 다양한 일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오 대표는 앞으로 창업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외식산업의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창업자를 위한 외식경영대학을 꿈꾸고 있다. 그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외식업의 특성 상, 실패하게 된다면 가정 뿐 아니라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회 환원활동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기자가 인터뷰를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오재천 대표의 노력과 자부심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완성된 브랜드 개념이다. 공간과 사람, 그리고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음식, 음식을 통해 발전하는 전주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생각하고 만들어 가는 노력이 ‘수라온’의 저력인 것이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전주의 맛과 멋을 취해 맛깔나게 버무려낸 ‘수라온.’ 이 풍미 가득한 상에 당신을 초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