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한 ‘빅데이터’
선거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한 ‘빅데이터’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2.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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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선거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한 ‘빅데이터’

올바른 정착 위해 ‘프라이버시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지난 2012년 미국 대선 당시,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거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전의 선거전략은 석기시대에서나 사용하던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거가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많은 인적 자본 등을 투자하는 국내 선거전략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가 선거판을 흔들다

제 20대 총선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정치권의 사활이 걸려였는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 필승카드였던 빅데이터가 국내 정치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빅데이터’란 뉴스나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수치나 그림·영상 등의 방대한 데이터이다. 기본적인 유권자 정보 외에 지역·이슈,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린 글을 수치화해 빅데이터로 만든 후 이를 분석해 부동층을 공략하는 맞춤형 선거 전략을 펼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 선거’이다.
 

지난 2012년 미국 대선은 빅데이터 선거의 최대 격전지라 부를 만했다. 오바마 후보 진영은 유권자를 다섯 가지 성향으로 나누고 자기편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는 대상을 설득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오바마 진영은 대선 2년 전부터 빅데이터 분석팀을 가동해 ‘일각고래’와 ‘드림캐처’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당시 오바마 캠프는 최고기술책임자(CTO) 하퍼 리드를 필두로 IT업계 전직 CEO, 통계학자, 수학자, 행동과학자,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 300명의 엔지니어 팀을 풀가동했다. 그 핵심 작업이 빅데이터 분석이다. 1억 6천만 명의 미국 유권자들의 개별 정보를 분석해 이들의 정치 성향과 선호 공약, 민감 이슈를 파악하는 작업이었다. 캠프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정치헌금 디너 파티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타깃 그룹으로 40대 여성을 꼽았고, 이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는 ‘킹핀’으로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를 선택했다. 당시 40대 여성을 클루니의 자택으로 초대했는데, 하룻밤 사이 무려 15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오바마 측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본적인 유권자 정보 외에 각종 SNS의 게시글과 '좋아요' 등을 클릭한 정보 등을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선거 전략을 구사했고 그 결과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오바마 진영은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유권자 개인별로 오바마와 그 소속 정당인 민주당 지지 가능성을 지수화했다. 이른바 타깃지수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와 부동층 유권자들 가운데 타깃지수가 높은 쪽을 분류해 집중적으로 정책과 공약을 홍보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판세를 좌우하는 무당층(swing voter)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를테면 흑인과 히스패닉 빈곤층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경우라도 타깃지수상 공화당보다 민주당으로 기운다. 미국의 고비용 의료체계 최대 희생자인 이들에게 방문,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모든 채널을 가동해 오바마 보건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는 식이다. 심지어 맥주 브랜드 밀러를 즐겨 찾는 경우는 타깃지수가 공화당, 기네스는 민주당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통계학적으로 알아내 지지유세에 참고했다.
 

그 결과 오바마 캠프는 후원금 모금과 공약 개발, 자원봉사자 모집, 선거인단 확보, 투표독려 등 선거전략의 모든 측면에서 상대방 캠프를 압도했다. 수억달러의 TV광고와 대규모 집회로 상징되는 기존 물량 위주 선거전략을 표적 위주의 정밀타격 전략으로 뒤바꾼 점에서 선거공식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는 평가다. 

  

빅데이터 실험의 격전지가 될 대한민국 20대 총선

미국의 사례에서 비춰볼 때 정치권에서 빅데이터 분석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는 SNS 분석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기 때문에 SNS를 활용한 빅데이터 정보수집이 더욱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 국민의 8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가운데 지난해 SNS 이용률은 40%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도 매일 1천 600만명 가량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밴드 등 SNS를 통해 수 억 건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각 정당들은 빅데이터 업체들이 수집한 SNS 메시지들을 토대로 주요 정치인들의 발언과 민감한 현안을 두고 여론을 관찰 중이다. 각종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고 그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출마 후보들은 해당 지역구 내 유권자들의 교육·환경·복지 커뮤니티와 파워블로거, 지역언론 게시판을 통해 지역 분쟁, 민원, 숙원 사업 등 민생 현안을 파악한다. 이를 토대로 주민들을 향한 우호적 접근 전략을 구상한다. SNS 빅데이터 분석은 특히 선거판세 예측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전국 단위 선거들 가운데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6·4 지방선거다. 국내의 한 빅데이터 분석 업체에 따르면 당시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가운데 14개가 SNS 내 버즈량과 일치했다. 이는 오랫동안 선거판을 지배해 온 전통적인 방식의 ‘여론조사’가 물러가고 ‘빅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 국내 정치권에서 빅데이터 분석은 SNS 분석과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되곤 한다. 주로 제도적 한계에 기인한 오해다. 빅데이터 분석이 정치 영역을 포함해 산업 전 분야에서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유권자의 금융거래 및 소비내역, 실소득과 직업, 주거형태와 보유자산 등 민감한 개인정보들에 대한 수집과 활용이 엄격히 규제되는 만큼 빅데이터 업체의 분석 대상도 온라인 여론에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로 SNS 중심의 빅데이터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SNS 분석에 이용되는 온라인상 메시지들도 트위터와 블로그, 포털 카페 등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개방형 SNS에 한정된 상황이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처럼 제한된 사용자들 사이의 소통이 이뤄지는 폐쇄형 SNS들은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같은 제약은 SNS 여론분석이 갖는 또 하나의 맹점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실제 선거전략에 도입한 진전된 실험들도 진행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통계청의 데이터베이스(DB)처럼 정부가 이미 공개한 행정자료들을 통해서도 제한적이나마 미국식 정밀 선거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개별 선거구 상세 분석이다. 중앙선관위의 대선·총선 및 지방선거 등 역대 전국 단위 선거의 지역구별 투표결과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처럼 공개된 자료들을 이용해도 의미 있는 결과들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구의 같은 동네라도 통·반 단위까지 출마자 입장에서 공략성공 가능성을 지수화해 지도로 표시할 수 있다. 이른바 '마이크로 선거지리학'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 한 지역구의 같은 동이라도 아파트 A단지는 고학력 386세대와 20~40대 맞벌이 직장인들이 다수 분포할 경우 이들의 출신 지역은 대체로 수도권이다. 상당수 부동층을 감안해도 현재 정치지평상 야권 지수가 높은 구역이다. 반대로 B단지는 전업주부와 노년층 은퇴자들이 다수 분포한다. 출신 지역은 영남·충청·강원 등 비수도권이 다수다. 여권 지수가 높은 구역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치권의 일반적인 선거전략은 잠정적으로 지역구 내 모든 유권자들을 겨냥한 골목 누비기식 유세가 그 중심이다. 당 지도부와 다선 의원들을 총동원해 온 시장과 골목을 헤집지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합 지역에선 선거운동의 실제 효과에 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마이크로 선거지리학처럼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하는 논의는 이같은 낭비를 최소화시켜 선거전략의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지역 사정에 어둡거나 현역 정치인들에 비해 돈과 조직에서 열세인 신인들에게도 당선 가능성을 높여 정치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선거전략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빅데이터이지만 ‘디지털 발자국’(Digital footprint)이라고 정의되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 SNS에 올린 글이나 각종 자료, 인터넷 이용 기록, 카드 사용 내역 등 각 종 데이터가 축적되어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 프라이버시가 적나라하게 침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빅데이터가 발전하려면 빅데이터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 등과 같은 부작용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동전의 양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선진국들의 움직임을 보면 미국은 빅데이터 산업에 대한 규제보다 육성 쪽에 보다 방점을 찍은 느낌이며, EU는 기존에는 개인프라이버시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던 분위기에서 최근에는 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개인정보보호관련 법률 등이 빅데이터 등 관련 기술이 발전되기 전에 제정된 법률이어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빅데이터 산업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정부에서 빅데이터 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강하게 이를 추진한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관련 법률과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아무튼 이제는 빅데이터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개인정보보호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략들이 국내에 확실하게 정착되기에는 넘어야할 산도 매우 많다. 작년 11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빅데이터 시대의 선거와 정치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이와 관련한 토론이 벌어졌다. 이 세미나에서 영남대 박한우 교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시그널을 찾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력범죄 증가 시기와 아이스크림 소비 증가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는데, 이는 아이스크림이 강력범죄를 유발한다는 잘못된 결과를 도출 할 수도 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고선규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선거지리학이나 마이크로 타게팅을 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데이터를 재가공해야 하는 것이 훨씬 문제”라면서 오픈된 자료에 다른 데이터를 접목시켜 필요한 정보를 가져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정당 당직자와 당원들이 발품을 팔아 오랜 기간 동안 지역 유권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에서는 오픈된 정보를 활용해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지의 여부가 선거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필승전략에 골몰하는 가운데 빅데이터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다가올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빅데이터가 어떤 역할을 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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