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원피스 등원’에 갑론을박 이어진 국회
[이슈메이커] ‘원피스 등원’에 갑론을박 이어진 국회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9.22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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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원피스 등원’에 갑론을박 이어진 국회
 
지난 8월4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등원’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한 초선 여성의원에 대해 국회에 맞는 복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국회는 일하는 곳’이라며 류 의원의 모습을 ‘탈권위 행보’라고 지지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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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유지’와 ‘권위타파’ 사이에서
21대 최연소 국회의원인 류호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됐다. 등원을 시작하면서 류 의원은 이미 몇 차례 정장이 아닌 편안한 복장을 착용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지난 5월 당선인 단체사진 촬영 당시에는 재킷 안에 라운드 티셔츠를 입었고, 6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때는 노란색 마스크와 캐릭터 가방을 착용했다. 7월 국회 개원식에는 반바지를,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는 청바지에 청색 셔츠를 매치하기도 했다. 8월 원피스 등원이 논란이 된 이후로도 9월15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본회의장에 같은 원피스를 재차 입고 등장했다.
 
류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관행이나 TPO(시간·장소·상황)가 영원히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고 전하며 “너무 천편일률적 복장을 강조하는데 국회 내에서도 이런 관행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제 원피스로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지난 8월4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국회 ‘원피스 등원’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지난 8월4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국회 ‘원피스 등원’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여야 정치인들은 류 의원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피스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사랑하는 출근룩”이라며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직장”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며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 사회가 어쩌다 옷을 가지고 논란거리로 삼는지, 여성으로 이런 논란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유감”이라며 “20대 여성으로서 저는 전혀 이상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류 의원의 의상을 문제 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성희롱성 발언이 있다면 비난받거나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재섭 비상대책위원도 “변화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며 “젊은 사람이 입고 싶은 옷 입고,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으면 그게 변화, 젊은 정당”이라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정치인 룩’ 둘러싼 논란 이어져
현재 국회법 제25조에는 ‘국회의원으로서 품위 유지 규정’에 대한 포괄적 조항만 존재할 뿐 ‘어떤 옷을 입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이로 인해 정치인의 국회 출입 복장이 자주 구설에 오른 바 있다. 1993년엔 황산성 환경처 장관은 회의석상에 바지정장을 입고 나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답변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아야 했다. 2003년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백바지 사건’이 터졌다. 당시 개혁국민정당 소속으로 재보궐 선거에 당선된 유 이사장은 국회의원 선서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캐주얼 재킷에 노타이, 백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거센 항의를 받고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도 유 이사장의 옷차림을 지적하며 옷차림 때문에 선서가 무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2017년 미국에서는 마샤 맥셀리 의원을 필두로 한 여성 의원 20여명이 ‘민소매 금요일(Sleeveless Friday)’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Flickr/Gage Skidmore
2017년 미국에서는 마샤 맥셀리 의원을 필두로 한 여성 의원 20여명이 ‘민소매 금요일(Sleeveless Friday)’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Flickr/Gage Skidmore

 

정치인이 관습 대신 파격을 선택했다가 논란이 벌어지는 일은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1215년 ‘마그나카르타(대헌장)’를 제정하면서 시작된 후 2017년이 되어서야 ‘노타이’가 허용될 정도로 보수적이었던 영국 의회에서는 올해 2월 노동당의 트레이시 브라빈 의원이 한쪽 어깨가 드러난 옷을 입었다가 의원 복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쇄도하며 곤욕을 치렀다. 프랑스에서는 2012년 세실 뒤플로 국토주택 장관이 의회 연설 자리에 파란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일이 있었다. 남성 의원들은 뒤플로가 주목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튀는 복장을 선택했다고 비난했고, 일부 의원은 뒤플로를 향해 휘파람까지 불었다. 2017년에는 ‘라 프랑스 앵수미즈’ 소속 프랑수아 뤼팽 의원이 프로 축구 선수들 이적료에 세금을 도입하자고 제안하며 운동복 차림으로 의회 연설에 나서 벌금을 청구받기도 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마샤 맥셀리 의원을 필두로 한 여성 의원 20여명이 ‘민소매 금요일(Sleeveless Friday)’ 시위를 벌였다. CBS방송 여성 취재진이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의회 출입을 제지당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당시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비즈니스 정장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주요국 의원 복장 규정’를 발간하며 “우리 국회의 경우에도 국회의 품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의원 복장이 어떤 복장인지를 명확히 하는 ‘최소주의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 의정활동에서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치인이 무슨 옷을 입고나오느냐가 아닌 어떤 전문성을 발휘해 의정활동을 펼치느냐이다. 정치인은 ‘옷’이 아닌 ‘정치’로 평가받으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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