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플로, 전통과 혁신의 균형에 빠져들다
릭플로, 전통과 혁신의 균형에 빠져들다
  • 김갑찬 기자
  • 승인 2020.09.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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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릭플로, 전통과 혁신의 균형에 빠져들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달리는 우리나라지만, 한 나라의 경제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단기 압축 성장을 위해 해외 의존도를 높인 탓이라는 지적이다. 온전한 자립기술이 없으니 철저한 장인 정신과 투철한 직업의식은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모방·위기 경영에만 매진했던 기업 문화도 한몫했다. 자본 가치가 안되면 전통을 무시했던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은 이제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사진=김갑찬 기자
사진=김갑찬 기자

 

 

순간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팔지 마라 - 지멘스
 유럽에서 가장 빈국이었던 스위스는 프랑스 종교 박해를 피해 망명해 온 위그노들에게 시계 제작 기술을 익히게 하여 세계 최고의 시계 강국이 되었다. 지금도 작지만 큰 가치를 고수하기 위한 독립시계사들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명품 시계’를 만들기 위해 쥬라 산맥에 모여 있다. 스위스의 역사를 만들어온 시계 산업은 명실공히 미래 성장산업이다. 질보다 양을, 가치보다는 돈이 되는 것만 좇아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수제화 브랜드 릭플로를 론칭한 김석배 대표는 “순간의 이익만 보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보다는 더 튼튼하고 견고하며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신발을 만들 것이다.”라며 수제화에 미래를 걸었다. 중독이라는 의미의 holic에 바닥(floor)을 합성한 ‘릭플로’는 어떤 공간이건 중독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2019년 11월에 론칭한 신생업체지만 수제화에 대한 노하우는 이미 베테랑이다. 수제화 도매업으로 한 길만 고수해오던 친형의 경험을 전수 받았기 때문이다. 생산관리부터 상품개발과 디자인까지 업무 영역을 넓히며 7년간 MD 경력을 쌓은 김 대표는 “코로나 사태 이후 납품업체들이 위기를 맞았다. 수제화의 명맥이 끊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창업 시기를 앞당겼다.”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수제화의 트렌드’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릭플로는 아직 흰 도화지에 스케치 정도만 된 상태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떤 그림도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김 대표는 무엇보다 고객 상담에 집중한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담만 30분 이상 걸린다는 그는 고객과의 소통만이 ‘최고 만족’과 ‘최상의 제품’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특수소재를 활용한 운동화들과는 달리 수제화는 천연가죽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에 맞게 변형되고 주름이 생길 때 가장 멋지다고 한다. 낡아가는 것조차 멋으로 느껴지는 것이 수제화의 매력이기 때문에 더 오래 그 멋에 빠질 수 있도록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김 대표는 릭플로의 최고 경쟁력은 바로 수십 년의 경험과 노하우로 빚어낸 ‘커스터마이징’ 기술에 있다고 밝혔다.

 

 

수요보다 한 대 적게 팔아라. - 페라리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지금까지 표준화되어 온 제조업이 앞으로 주문 제작 방식인 커스터마이징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몇 년 새 ‘나를 위한 가치 소비’를 뜻하는 YOLO 트렌드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현명한 소비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질 높은 제품을 찾는 소비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특히 발에 딱 맞게 만드는 수제화는 편의성과 심미성, 기능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양산품과 조금 다른 느낌이 아니라 자재와 품질, 디자인과 착화감에서 ‘확실히’ 차이가 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사는 똑똑한 소비자의 취향과 정보력을 섭렵하기 위해 가죽과 작은 부자재 하나까지 끊임없이 학습하고 있다는 그는 ‘소비자에게 자신감을 신겨드린다는 신념으로, 릭플로의 자부심을 높인다.’고 전했다. 오로지 정직과 겸손으로 매출이 높은 브랜드가 되기보다는 고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방을 지키고 있는 김 대표는 자신의 공방이 ‘수제화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찾아와 그 매력을 즐기는 놀이터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 대표는 “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명품기업들은 수백 년간 열정과 자기반성을 거듭하며 혁신을 이루지 않았는가. 수제화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에 아낌없는 관심과 응원을 기대한다.”며 릭플로는 완벽하지 않으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커스터마이징 제품 제작과 함께 ‘신발 커스텀’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MDFLO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제화 커스텀에 대해 알리고 있다. 사회인 야구를 하며 야구화 커스텀을 시작한 뒤,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야구화를 커스텀하기도 했다. 전통의 기술을 혁신으로 이끌겠다는 릭플로 김석대 대표의 수제화를 향한 열정을 통해 자본가치가 아니라 제품가치를 인정받는 문화가 뿌리내려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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