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푸틴 정적’ 나발니 의식불명, 크렘린 독살 의혹 커져
[이슈메이커] ‘푸틴 정적’ 나발니 의식불명, 크렘린 독살 의혹 커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8.21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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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푸틴 정적’ 나발니 의식불명, 크렘린 독살 의혹 커져
 
 
Michał Siergiejevicz
ⓒFlickr/Michał Siergiejevicz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중환자실(ICU)에 입원해있다고 그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슈가 밝혔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나발니는 20일(현지시간) 오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의식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르미슈는 “나발니가 차(茶)에 섞인 무언가 때문에 중독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이날 아침에 그가 마신 것은 차밖에 없다. 의사들이 말하길 뜨거운 액체에 섞인 독극물이 더 빨리 흡수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타스통신은 나발니가 입원한 ‘옴스크 제1구급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그가 독극물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하는 중환자실에 있으며 중태라고 보도했다.
 
현지 SNS에는 나발니가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과 비행 중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 공항 활주로에서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는 모습 등이 올라왔다. 한 승객은 “비행이 시작되자 그는 화장실에 갔고 돌아오지 않았다”며 이후 “그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다음 달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한 독립 후보들을 지원하고, 시베리아 도시들을 방문해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의원들의 비리에 관한 자료를 수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들은 당국에 사고 조사를 의뢰했으며 경찰이 병원으로 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알렸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나발니의 빠른 회복을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당국은 요청이 있을 경우 해외에서 치료를 승인하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수사관들은 의도적인 독극물 사건은 아닌 걸로 보고 있다고 전했지만, 나발니의 아내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병원에서 처음 남편과의 접근이 거부되고 그의 소지품이 압수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의사들이 처음에는 정보를 공유할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이후 독극물 검사가 지연되었다며 그들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의구심을 제기하는 중이다.
 
실제 과거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던 몇몇 인사들이 불확실한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전례가 있다. 정부의 권위주의와 부패를 비판했던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가 지난 2015년 괴한의 총탄에 숨진 일이 있었고, 크렘린의 비리와 인권 침해를 폭로한 안나 폴리코브스카야를 포함한 3명의 기자들이 독살 또는 암살당한 사건도 있었다. 전 러시아 비밀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는 1999년 모스크바 아파트 폭탄 테러를 푸틴이 일으킨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가, 2006년 런던의 한 호텔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이 든 차를 마친 뒤 3주 만에 사망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리트비넨코 살해를 승인했을 것으로 결론지은 바 있다.
 
프랑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정상도 나발니에게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견에서 "프랑스는 나발니와 가족들에게 건강과 망명, 보호조치와 관련해 모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상황이 완벽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건의 조사 과정을 프랑스가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그가 속히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쪽의 요청이 있다면 독일 병원 치료를 포함해 의학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상황이 속히 규명되는 것"이라면서 "지금까지의 정보로는 매우 좋지 않다. 매우 투명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 장관도 나발니의 소식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나발니의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이자 반(反)부패 운동가 출신 나발니는 현재 푸틴의 가장 강력한 맞수로 꼽힌다. 그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푸틴을 비판하고 반(反)정부 움직임을 이끌어 청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반부패재단(FBK)을 창설해 푸틴 정권의 부패와 정경유착을 폭로하고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연 7월 개헌 국민투표에 대해 "위헌이자 헌정 쿠데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정권 비판 활동과 불법 시위 조직 혐의 등으로 반복적으로 체포와 구금을 당했고 알 수 없는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2017년 4월에도 모스크바 시내에서 한 포럼에 참석했다 나오다 괴한이 얼굴에 약물을 뿌리면서 눈 동공과 각막 손상을 입은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도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에서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한 바 있다. 당시 나발니의 변호인은 "그는 구치소 같은 방에 수감된 다른 5명과 똑같은 음식을 먹었지만 나머지 5명은 몸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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