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아직은 갈 길 멀어
[이슈메이커]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아직은 갈 길 멀어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0.08.20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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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아직은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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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업무의 급속한 디지털화는 근무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을 불러왔지만 과밀노동과 가정생활의 간섭이라는 새로운 부작용도 낳았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직장인을 옭아매는 포승줄이 되면서 24시간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늘어났다. 실제 국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업무 시간 외에도 업무로 연락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근 후에도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 등의 SNS로 촘촘히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는 업무 외 시간의 지시가 늘어나자 2017년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도입한 새 노동법을 적용했다. 이 법은 50인 이상 노동자가 일하는 프랑스 모든 기업은 의무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노사 협의하도록 명시했다. 독일 폴크스바겐, 다임러 등 일부 회사가 노사협약을 통해 퇴근 이후 이메일·메신저 사용을 제한한 사례가 있지만, 프랑스의 새 노동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므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로 인해 한국 역시 프랑스처럼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적으로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OECD ‘2016 고용 동향’을 보면, 한국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이 기구 34개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았다.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하면 한국 노동자는 OECD 평균보다 43일 더 일한 셈이고, 월 22일 일한다고 볼 때 OECD 평균보다 1년에 두 달을 더 일한 꼴이다. 따라서 쉬는 시간이 다른 국가보다 부족한 만큼, 직장인들이 휴식만큼은 편하게 쉬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발의되는 등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어보인다. 최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714명을 대상으로 '퇴근 후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59.3%가 '받은 적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사(76%)보다 16.7%포인트(p)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과반수 이상이 퇴근 후에도 업무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일주일 중 퇴근 후 업무지시 빈도는 평균 2.8회에 달했다. 근무 일수(5일) 기준으로, 3일은 퇴근 후에 업무지시를 받은 것이다. 업무지시 빈도는 2018년(2회)보다 오히려 0.8회 증가했다.

'퇴근 후 업무지시에 대한 대응'은 10명 중 7명(66.7%)이 '선별해서 대응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바로 처리한다'는 응답도 10명 중 2명 이상(21.5%)에 달했다. 또한 '퇴근 후 업무지시로 인한 스트레스 강도'는 평균 6.9점으로 집계됐다. 절반에 가까운 46.4%가 8점 이상으로, 스트레스 수준이 심한 직장인들이 많았다.

주52시간제 근무제 시행에 따른 퇴근 후 업무지시 감소 여부를 묻는 말에는 12.4%만이 주52시간제 근무제 시행으로 '퇴근 후 업무지시가 줄었다'고 밝혔다. 주 52시간제 시행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은 4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인 생활과 자유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만큼,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보장과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통과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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