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미국 대선판 뒤흔드는 '우편투표' 논란
[이슈메이커] 미국 대선판 뒤흔드는 '우편투표' 논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8.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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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미국 대선판 뒤흔드는 '우편투표' 논란
가장 안전하면서도 위험한 선택
 
ⓒFlickr/The White House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우편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백악관 행사에서 “보편적 우편투표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이는 조작된 선거로 귀결되거나 결과가 공표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우편투표로 인해 ‘재선거’를 실시할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은 올바르게 투표를 하도록 해야 한다"며 "나는 단지 바로 잡으려는 것이다. 이기든 지든 비기든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우편투표 확대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미국 역사상 지난 200년 간 재선거가 발생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540만 명이 넘게 감염된 미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해 다가올 대선에서 투표용지의 절반가량이 우편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직전 대선인 2016년의 1/4 수준을 2배 정도 뛰어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부정한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선 연기론을 주장하는 등 꾸준히 우편투표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 시 불복을 위한 명분을 쌓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들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공화당 거액 기부자이기도 한 루이 드조이 연방우체국(USPS) 국장은 이날 USPS의 적자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 조치들을 11월 대선 이후로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드조이 국장은 성명에서 “나는 USPS의 성공과 이 조직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변화를 만들기 위해 왔다”며 “이런 목적을 위해선 중요한 개혁들이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런 작업은 선거 이후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편물 정시 배달을 위한 집배원들의 시간 외 근무를 금지하고 고속 우편분류기를 철거하는 등 자신이 내린 조치들이 우편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동안 드조이 국장의 방안이 시행될 경우 대선 당일 유권자들의 투표용지가 당국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편적 우편투표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우편투표로 인해 ‘재선거’를 실시할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Flickr/The White House

 

민주당은 이러한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을 측면 지원하는 정치적 의도가 짙다고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우편분류 기계 감축 계획은 트럼프 정부 이전에 마련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포함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투표하는 유권자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편투표가 ‘투표용지 수거(ballot harvesting)’ 시스템 때문에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투표용지 수거란 유권자가 우편투표를 직접 발송하는 게 아니라 제3자를 통해 대신 발송하는 시스템으로, 특정 후보나 정당의 자원봉사자 혹은 직원이 유권자를 대신해 우편투표를 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당초 대다수 주에서는 투표용지 수거 행위를 금지했으나 코로나 확산 이후 민주당은 투표용지 수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진보색이 강한 캘리포니아의 경우 지난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우편투표의 대리 전달을 전면 허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매표(買票)’ 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2017년 연방하원 가주 보궐선거에서 사회운동가들이 유권자를 찾아 우편투표에 참여하라고 강요한 일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원봉사자들이 유권자들에게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강요할 수 있고, 심지어 돈을 주고 표를 사는 행위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우편투표 시스템의 불안 요소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CNN의 여론조사에서도 64%의 응답자가 ‘팬데믹’ 사태의 투표 과정에서 관련 규칙의 변경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된다는 답을 내놓았다. 최악의 경우 선거일 이후 상대 후보를 축하하는 전화 대신 ‘조작’된 선거에 대한 주장이 팽배하고 수많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배우 에바 롱고리아의 진행으로 '언택트' 전당대회를 개최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했다. ⓒ미국 민주당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우편투표를 둘러싼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각종 지지율 조사가 ‘박빙’으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체 지지율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앞서는 양상이지만, 주요 격전지의 적극 투표층 사이에서는 초접전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발표한 16일 여론조사 결과에서 등록유권자의 50%가 바이든-카멜라 해리스 상원의원(러닝메이트)을 지지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46%의 지지율을 기록해 오차범위(±3.7%포인트) 내의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조사에서 14%의 차이였던 점을 고려하면 두드러지게 좁혀진 것이다. ‘스윙보터 격전지’인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등 15개 주의 등록유권자 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 49%, 트럼프 대통령 48%로 격차가 1%에 불과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해리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이후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점이 좋지 않은 신호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는 등 추락했던 경제가 일부 개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바이든 후보의 매력보다는 ‘반(反)트럼프’ 표심에 기댄 반사이익에 그치고 있는 점도 바이든 측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투표율 상승과 직결되는 우편투표 활성화에 전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유색인종이나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투표장을 찾기를 우려하는 노년층도 우편투표에 적극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쉽사리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편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이틀째인 오늘 대의원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 투표를 통해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민주당은 당내 경선에서 경합을 벌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당 안팎의 저명인사들을 총출동시켰다.
 
전당대회는 마지막 날인 20일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 후보 수락 연설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공화당은 24~27일 전당대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선출할 예정이다. 미국 대선을 향한 ‘열차’가 본격적으로 출발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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