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단독 인터뷰] 남현희 펜싱클럽 대표
[이슈메이커_ 단독 인터뷰] 남현희 펜싱클럽 대표
  • 김갑찬 기자
  • 승인 2020.08.18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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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땅콩 검객’ 남현희, 제2의 인생 피스트에 서다
 
 
사진=김갑찬 기자
사진=김갑찬 기자

 

펜싱 저변 확대 위해 ‘노는 언니’도 마다하지 않아
최근 예능계의 블루칩은 누가 뭐래도 스포테이너다. 이는 스포츠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유명 스포츠 선수들의 방송 출연이 이슈에 중심에 서며 방송가에서는 새로운 스포테이너를 발굴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출연에 대중이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냉정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이 예능 출연에서 선보이는 인간미와 허당미가 색다른 재미와 신선함을 줬기 때문이다.
 
한편, 스포츠 선수들의 예능 출연이 지금까지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남성 스포츠 스타 위주였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스포테이너 역시 강호동, 안정환, 서장훈, 이만기, 김병헌, 허재, 현주엽 등 남성 선수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기를 든 여성 스포츠인들이 뭉쳤다. 지난 8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E채널의 ‘노는 언니’는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에 도전하며 ‘놀아보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세컨드 라이프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여자 펜싱의 간판스타이자 땅콩 검객으로 알려진 남현희 펜싱클럽 대표 아는 언니 출연을 결정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정든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로서 인생 2막에 나선 남현희 대표를 만나 좌충우돌 예능 도전기에서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펜싱 아카데미 오픈, 그리고 여성 스포츠 선수로서의 희로애락까지 그의 인생 피스트(Fiste, 펜싱 경기장)에 이슈메이커가 함께 올라섰다.
 
은퇴 후 근황이 궁금하다
“사실 은퇴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10년 이상 선수 생활을 이어오며 언제 어떻게 은퇴하며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가졌다. 지난해 오랜 현역 생활을 마쳤고 충분히 준비됐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선수가 아닌 저의 모습이 낯설고 두렵다. 그 시작은 지금 인터뷰를 나누는 이곳, 남현희 펜싱클럽에서의 지도자 생활이다. 이곳에서 펜싱을 가르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매체와 방송 출연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펜싱을 알리고자 하며 스포츠 행정가로서의 꿈도 가지고 있기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있다. 어찌 보면 현역 때 보다 더 바쁜 삶을 보내는 것 같다.”
 
자신의 이름을 건 펜싱 아카데미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은퇴선수들이 설 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을 지원하는 방향성과 시스템도 아직 부족하다. 생계유지가 쉽지 않은 선후배들도 많다. 그렇기에 남현희 펜싱클럽은 어쩌면 작지만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물론 제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부분에서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책임감이 막중하다. 향후 펜싱클럽이 자리를 잡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동료가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했다. 또 다른 이유는 펜싱 저변 확대다. 유럽과 중국 등에서는 인기 종목이지만 국내에서는 펜싱이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특히 펜싱은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이곳 공간을 통해 펜싱의 문턱을 낮추고 펜싱의 매력을 전하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 이런 과정으로 펜싱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이런 형태의 펜싱 아카데미가 많아진다면 더 많은 지도자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E채널
©E채널

 

은퇴 후 미디어 노출에 더 적극적인 것 같다
“은퇴 이후 무수히 많은 매체에서 인터뷰와 출연 제의가 이어진다. 선수 시절부터 다른 인기 종목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펜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인기 종목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아쉽지만 아무도 그 역할을 하지 못했고 부족하지만, 저라도 그 역할을 하고자 했다. 요즘 여자 배구의 인기와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물론 스포츠로서의 매력도 충분하지만, 김연경 선수가 예능과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며 여자 배구를 알렸던 것도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사실 저도 방송 출연을 많이 하지만 개인적 성향으로 방송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거나 끼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저의 이미지와 말투 행동 등이 대중에게는 펜싱의 대표성을 띨 수 있으니 책임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아는 언니 출연 결정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첫 예능 고정 출연,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평소에도 TV 보는 것을 좋아하는 데 ‘뭉쳐야 찬다’도 그렇고 남성 스포츠 선수 중심의 방송이 대부분이라 아쉽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저도 현역 시절부터 많은 방송에 출연했지만 펜싱 선수로서의 삶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 아는 언니 출연 제의를 받았고 운동밖에 몰랐던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짜릿한 일탈이라는 콘셉트가 흥미로웠다.”
 
 
사진=김갑찬 기자
사진=김갑찬 기자

 

늘 편견과 싸워온 남현희의 펜싱 이야기
어느 분야든 ‘최초’라는 타이틀은 낙인이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평생 기록될 수 있는 영광스러운 훈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한국 여자 펜싱 올림픽 펜싱 종목의 ‘최초’의 메달리스트는 누구일까? 현역 154cm 작은 신장으로 자신보다 한 뼘은 큰 선수들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늘 시상식 가장 높은 곳에 서며 그들과 키를 나란히 했던 땅콩 검객 남현희가 그 주인공이다. 여자 펜싱 최초의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이 아니라도 남현희가 피스트 위에서 흘린 땀 한 방울과 내디딘 한 걸음은 모두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가 됐다. 대한민국 펜싱 레전드 남현희가 전하는 펜싱 이야기가 궁금해 질문을 이어갔다.
 
예전에는 펜싱이 더 낯선 종목이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때부터 육상부로 활동할 정도로 달리기를 잘했다. 뛰는 것 말고도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남자 친구들과 공놀이를 해도 어색함이 없었다. 중학교 진학 후에도 육상을 하고 싶었는데 체육 시간 평소 저를 유심히 지켜본 선생님이 펜싱을 하라고 권유했죠. 그분이 펜싱 감독님이었다. 사실 중학교 진학 전 우리 학교에 검도부, 롤러스케이트부, 육상부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검도부가 아닌 펜싱부였다. 당시 검도와 펜싱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펜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펜싱에 무지한 아이가 어떻게 펜싱 선수로의 성장을 꿈꿨을까
“펜싱부에 들어가며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검도 처음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반복할수록 습득력과 응용력이 생겼다. 빠르게도 움직여보고 스텝도 바꿔봤다. 어느새 여자 선수들과는 실력이 맞지 않아 남자 선수들과 경기를 시킬 정도였다. 특히 펜싱은 발이 빠르면 유리하다고 들었고 제 장점이기도 했기에 그때부터 펜싱 선수로서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
 
 
사진=김갑찬 기자
사진=김갑찬 기자

 

작은 신장이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앞서 펜싱은 발이 빠르면 유리하다고 했지만, 그보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면 더 유리하다. 작은 키가 분명 약점이긴 했다. 시합 후 저는 턱밑까지 숨이 차오르는데 상대 선수는 멀쩡한 경우가 많았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그럴수록 더 한 발이라도 더 움직이고자 악착같이 노력했다. 피스트 위에서는 비록 내가 저 선수보다 키가 작지만 8강, 4강, 결승을 거쳐 우승을 차지하면 시상식 단상에서는 그들과 나란히 키를 맞출 수 있었다. 지금은 국내외 키 작은 펜싱선수 중 제가 롤모델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분명 작은 키가 핸디캡이 될 수는 있지만, 승패를 좌우하는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자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메달 획득이 당연히 기억에 남는다. 주위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부분이 아쉽지 않냐고 묻지만, 대한민국 여자 펜싱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기에 너무나 큰 성과이자 감동이었다. 다음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이 대회는 결혼과 출산 이후 참여한 대회이다.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임산부의 몸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화를 깨버리고 싶었고 출산 후 빠르게 복귀해 훈련에 임했고 결국 금메달까지 획득하며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었다.”
 
펜싱은 어떤 매력이 있길래 평생 피스트를 떠나지 못하는지
“26년 동안 펜싱선수로 활동했다. 누구나 같은 일을 26년 했다면 그 일이 질리지 않을까? 그러나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펜싱을 지겹다고 느낀 순간이 한 번도 없다. 이 한 마디로 펜싱의 매력이 표현되지 않을까? 이곳 펜싱 클럽에도 많은 일반인 학생이 펜싱을 배우러 온다. 특히나 자존심이 센 청소년기 학생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절대로 않는다. 처음 이곳에 와서도 낯설어서 쭈뼛거리던 아이들이 펜싱을 한 번 즐기고 나면 바로 매력에 빠져든다. 펜싱은 단순히 승패보다 어떻게라도 한 점을 더 획득할 수 있을지 변화된 생각과 행동을 하기에 지겨울 수가 없다. 더욱이 펜싱은 다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어이없이 질 때도 있고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승리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인생의 희로애락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펜싱으로 인생을 배운다.”
 
인터뷰를 마치며 남현희 펜싱클럽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게 될 모든 이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어려운 사회 환경 속에서 좌절과 절망에 빠진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포기한다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 역시도 선수 시절 내내 ‘안된다’는 편견과 싸워왔습니다. 키가 작아서, 나이가 많아서, 결혼해서, 출산해서 등 이유도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편견을 이기는 것은 노력이었으며 이는 제가 결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 살아가는 이들에게 편견보다는 응원하며 모두가 희망차고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랍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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