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십자포화 대상되며 신뢰도 ‘종잇장’ 추락
[이슈메이커] 십자포화 대상되며 신뢰도 ‘종잇장’ 추락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7.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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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십자포화 대상되며 신뢰도 ‘종잇장’ 추락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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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활성화와 정부의 사모펀드 육성 정책에 힘입어 지난 10여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관련 시장은 지난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부터 올해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태까지 잇단 사건사고로 신뢰를 잃고 있다. 급기야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전수조사 실시’ 카드까지 꺼내든 상태다.

 

급격한 성장 이면에 연이어 터진 사고

‘사모펀드(PEF)’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통상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주식을 되파는 운용 전략을 취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는 1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수탁고(설정액)만도 2015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나 4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러한 급격한 시장 성장의 단초가 된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다. 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헤지펀드 최소 가입금액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고 또 전문 사모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꿔줬다. 거액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전문운용사 설립요건 역시 2015년 60억 원에서 지난해 초에는 10억 원까지 하향됐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자 우후죽순 사모펀드 운용사가 증가해 현재 사모운용사는 225개에 달한다. 더욱이 사모펀드의 역동성을 살린다는 명분 속에 투자대상이나 위험관리 사항 보고 의무까지 없앴다.

 

그러자 자산운용업계의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사모펀드 시장에 모이기 시작한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공모펀드가 편입자산이 한정적인 것에 비해 사모펀드는 비상장주부터 비유동성자산까지 제약 없이 담을 수 있다. 초저금리 상황 속에서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시장의 자금을 모을 있었던 이유다. 이는 기본적으로 손실 감내 능력이 있는 투자자에게만 허용되도록 만들어진 미국 등과 달리 기형적인 사모펀드를 탄생하게 만들었다.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자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지난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1조 6,000억 원 환매 연기와 호주 부동산펀드 사기, 팝펀딩 사모펀드 사기 등이 연달아 터졌다. 특히 라임 사태의 경우 펀드 돌려막기인 일명 ‘폰지 사기’가 벌어진 사건이다.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으로 금융당국은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옵티머스 자산운영 사건 역시 이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7월5일까지 민원이 접수된 사모펀드 환매중단 규모가 22개 펀드에 5조 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분야 전면점검을 위한 합동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분야 전면점검을 위한 합동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

 

감시체계 부재 비판 속 뒤늦은 대응 나선 당국

사모펀드 사고가 연이어 터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한다. 규제 완화로 인해 운용사가 크게 늘어나는 등 시장이 빠르게 급성장했지만 사모펀드는 공시 의무가 없다보니 자산운용사가 어떻게 운용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는 판매사가 문제점을 찾더라도 금융당국이 아닌 이상 허점을 밝혀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에 판매사의 ‘모럴 헤저드’까지 겹칠 경우 피해자는 양산될 수밖에 없고,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뒷북’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사모펀드 판매 전 운용사가 제공한 자료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또한 펀드가 투자설명 자료에 나타난 방법에 맞게 운용되는지 여부도 점검하도록 했다. 자본시장법 개정 사안인데다 소급 적용은 되지 않는다.

 

이후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문제마저 벌어지자 금융위원회는 전체 1만 여개 사모펀드에 대한 자체 전수조사에 들어갈 방안을 밝혔다. 우선 자본시장업계의 자체 전수점검으로 판매사 주도로 운용사와 수탁사, 사무관리 회사의 자료를 상호 대사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 검사단’을 꾸려 현장검사를 진행할 계획도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모시장은 원래 스스로 하는 영역인데 질서가 무너지면 자본시장의 신뢰가 떨어진다. 최소한 실사 정도는 해서 약속한 대로 운용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확인해야 한다”며 전수조사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5개 팀, 32명에 불과한 자산운용검사국이 1만개가 넘는 펀드를 정밀검사하려면 수십 년은 걸릴 일”이라고 비판했다. 비난의 화살을 금감원을 돌리고 금융위의 원죄를 덮으려는 ‘탁상공론’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미 금융위가 무리한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시장에 각종 운용업자들이 난립하고 수수료 수익에 눈이 먼 판매사들이 고위험 상품을 안전자산이라고 속여 팔고 있는 상황에 전수조사가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수조사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법규를 고칠 필요성을 제기한다. 더불어 당국의 사후 검사를 강화해 최소한의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늦장 대응에만 머무르며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미래도 더 이상 보장받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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