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가구·오피스체어의 장점 살린 새로운 가구 장르 개척
디자인가구·오피스체어의 장점 살린 새로운 가구 장르 개척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0.06.1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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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디자인가구·오피스체어의 장점 살린 새로운 가구 장르 개척

 

 

박찬욱 게이전 가오스(Gazun Gaos) 대표사진=김남근 기자
박찬욱 게이전 가오스(Gazun Gaos) 대표
사진=김남근 기자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과학적 원리와 인체공학적 기술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OECD 노동시간 2위의 대한민국에서 ‘의자’ 또한 다르지 않다. 이제 의자는 ‘단순히 앉는 도구’가 아니라 ‘각종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이에 의학·과학·공학이 접목된 다방면의 기술력을 보유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인체공학 의자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가 되겠다는 히든챔피언이 있어 만나보았다.

 

누군가를 위한 일

1976년 덴마크에서 열린 한 의료학회에서 ‘앉아서 생활하는 인간’(호모세덴스: Homo Sedens)이라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논제는 ‘의자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였다. 학계의 반응은 냉랭했다. 심지어 욕설을 퍼붓거나 자리를 뜨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비웃음거리로 취급됐던 박사의 연구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 자세와 건강에 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두이며, 과학과 기술, 의학은 각자의 방식으로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앉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게이전 가오스(Gazun Gaos)의 박찬욱 대표 또한 냉랭한 주위의 반응을 헤치고 저만의 장르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미국 유학 후 글로벌기업 취업까지 탄탄대로를 달릴 줄 알았던 아들이 허리 통증 하나를 이기지 못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특수기능 의자’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냉랭 그 자체였다. 하지만 경영학을 전공한 박 대표에게는 의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간절함이 있다.

 

25세가 되던 2013년, 입대를 위해 귀국한 그에게 찾아온 허리 통증은 2014년 천장관절염과 강직성척추염 초기 증상 및 허리디스크로 이어졌다. 부정맥 시술과 함께 의병제대를 한 그는 1학기가 남은 미국 대학 졸업을 3학기에 걸쳐 이수한 후, 글로벌 기업에 입사를 위해 ‘엔브렐’(Enbrel)이라는 TNF 면역주사까지 맞았지만 건강상태가 악화돼 끝내 귀국을 결정하게 됐다.

 

박 대표는 “당시 살아갈 일을 고민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너처럼 아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막연했지만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한 일이 나를 위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라며 기능성 의자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밝혔다.

 

과거에는 돈을 위한 비즈니스 프로젝트만 기획하던 박 대표는 통증으로 하루 16시간을 누워있으면서도 뭔가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섰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아픈 몸이 제일 좋은 샘플이었다. 의공학에 전혀 지식이 없었지만 배워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관련 서적을 독파했고, 3D 모델링과 드로잉 스케치를 배웠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의사와 환자를 인터뷰하며 리서치와 샘플링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만들었다. 미국에 있을 당시 자신에게 발병한 합병증과 귀국 후 2016년에 추가로 발견한 크론병으로 심신 모두가 지쳐갔지만, 그 어렵다는 인체공학 관련 기술 특허 취득을 위해 고통도 잊고 정진해나갔다.

 

박 대표는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독과점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마치 C 커브 의자만이 인체를 위한 의자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환자들은 더 고통을 느끼는데도 말이죠”라며 “게이전 가오스는 그들의 후발주자가 아니라 새로운 장르로 기억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성공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30분도 앉아있기 힘들었던 그가 2시간 이상을 앉아 무언가 할 수 있게 된 것은 ‘희망’이라는 목표 의식의 힘이었다.
30분도 앉아있기 힘들었던 그가 2시간 이상을 앉아 무언가 할 수 있게 된 것은 ‘희망’이라는 목표 의식의 힘이었다.

 

건강한 바람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리스크를 떠안는 프로젝트를 피하다 보니 만드는 것만 만드는 정형화된 가구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고 말하는 박찬욱 대표는 한국인의 도전정신과 창조력을 살려 해외시장에서 한국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전한다. 디자인 선진국인 유럽의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노르웨이 디자이너와 협업 중인 게이전 가오스의 차세대 브랜드 ‘NOOGI’(누지)는 최적의 각도는 125~130도라는 고정 관념을 깨면서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등판과 자판을 선택했다. 여기에 압력 센서와 체중 분산 등의 문제로 기피했던 IoT 기능을 추가했는데, 기능 오류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데이터와 공학적 계산이 필요했는지 그의 연구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2018년 7월 특허 출원 후 소상공인 성공불융자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2019년 5월 예비창업패키지에 선발되면서 당당히 사업자를 낸 박 대표는 지난 3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며 사업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30분도 앉아있기 힘들었던 그가 2시간 이상을 앉아 무언가 할 수 있게 된 것은 ‘희망’이라는 목표 의식의 힘이었다. 박 대표는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통해 게이전 가오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많은 사람에게 긍정의 힘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라며 “봉준호 감독처럼 자신의 색깔을 어느 장르에 맞추는 타협이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 자체가 장르가 되는 새로운 길에서 희망을 찾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게이전 가오스의 NOOGI(누지)는 1차 시제품의 외형은 완성 상태로 현재 하드웨어인 의자와 소프트웨어인 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난이도가 있지만 국내 생산이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전 세계인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박 대표의 건강한 바람처럼 특수기능 의자를 통해 통증에 고통받는 이들이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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