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취향 기반 서비스로 스타일테크 시대 주도하다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취향 기반 서비스로 스타일테크 시대 주도하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6.12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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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취향 기반 서비스로 스타일테크 시대 주도하다

 

 

ⓒ스티치 픽스
ⓒ스티치 픽스

 

옷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면 넘쳐나는 정보 때문에 오히려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자신만의 취향과 기준은 확고한데, 수없이 많은 브랜드 속에서 이를 건져내자니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시간과 에너지 소비가 만만찮다. 쇼핑이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는커녕 번거로운 노동이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스타일리스트의 합작 통한 의류 추천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선별한 옷을 집 앞까지 배달해준다면 의류 쇼핑을 위한 외출을 계획 할 필요도, 많은 시간을 들여 온라인 쇼핑몰을 들락날락 거릴 필요도 없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업이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맞춤형 패션 큐레이션 기업 ‘스티치 픽스(Stitch Fix)’이다.

 

스티치 픽스는 기존 패션 리테일러나 온라인 쇼핑몰과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 소비자가 쇼핑몰에서 원하는 옷을 고르는 게 아니라 쇼핑몰이 고객에게 어울리는 옷을 제안하는 것이다. 회원 가입 과정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신체사이즈와 어떤 색상이나 패턴을 좋아하는지, 외출은 얼마나 자주 하고 기념일은 언제인지 등을 설정하게 한다. 유행을 따르는 편인지,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편이 좋은지 등 구체적인 질문들도 포함되어 있다. 전통적인 패션기업들이 판매자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을 하지 않는 이상 고객의 취향과 정보를 알아낼 방법이 없었던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티치 픽스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이용자의 취향에 적합한 상품을 제공하며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린다. ⓒ스티치 픽스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티치 픽스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이용자의 취향에 적합한 상품을 제공하며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린다. ⓒ스티치 픽스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배송 날짜를 선택한 뒤 스타일링 비용으로 20달러를 결제하면 주문이 끝난다. 스티치 픽스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전문 큐레이터가 분석해 상·하의,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 5가지 패션 아이템을 선별한다. 이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은 반품하면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송료는 스티치 픽스가 부담한다. 1점만 구매해도 스타일링 비용을 돌려받고, 만약 5점을 모두 구매하면 25%를 할인받을 수도 있다. 과정은 간단하지만 구매와 반품 자료가 쌓일수록 인공지능의 분석 대상이 되어 취향 적중률은 높아진다. 카트리나 레이크 CEO는 “소비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청바지 단 한 벌을 찾고 싶어 하지, 수많은 선택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스티치 픽스는 스타일링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가 선호하는 패션과 트렌드를 분석해 수백 개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추천 시스템에 적용하고, 3,000명이 넘는 스타일리스트가 이를 한 번 더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에릭 콜슨 최고알고리즘책임자(CAO)는 “우리는 배송이 특별히 빠르지도 않고 다른 데보다 싸게 옷을 제공하지도 않지만, 정확도가 더 높다”고 전한다. 실제 스티치 픽스에서 한 번 옷을 주문한 고객의 재구매율은 85%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치 픽스는 설립 6년 만인 2017년 미국 나스닥에 입성하며 기업 가치만 4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나스닥
스티치 픽스는 설립 6년 만인 2017년 미국 나스닥에 입성하며 기업 가치만 4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나스닥

 

자신의 불편함에 주목하며 패션 사업 시작

스티치 픽스의 창립자인 카트리나 레이크는 의사인 아버지의 뒤를 잇고자 2001년 스탠퍼드대 의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경제와 통계에 더 관심이 많아 경제학과로 전공을 바꾼 뒤 졸업 후 파르테논 그룹이라는 기업전략 컨설팅 기업에서 근무하게 된다. 레스토랑과 유통 회사의 컨설팅을 담당하면서 유통업에 대한 전반적인 노하우를 익혀나가던 레이크는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들이 고객의 데이터를 매일 쌓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에 큰 아쉬움을 느꼈다. 직접 창업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당시 레이크는 MBA 지원서에 “남성 엔지니어들은 포커와 야구, 전자제품 가격 비교를 손쉽게 하고자 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왔다. 상대적으로 여성 엔지니어가 적기 때문에 ‘여성 영역’으로 여겨지는 취미와 산업은 이런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기술과 혁신을 주도하는 첨단 유통 회사의 CEO가 되는 게 목표다”고 작성하며 향후 다가올 밝은 미래를 스스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자신의 불편함’이었다. 직장 생활과 MBA 과정을 밟으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레이크 CEO는 한 벌의 옷을 구매하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그는 쇼핑에서 가장 귀찮은 부분인 ‘선택’을 제거한 쇼핑몰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며 여성의 옷을 골라주는 스타트업 ‘랙 해빗’을 설립하게 된다. 당시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옷을 추천하고 배달해주는 ‘트렁크 클럽’이라는 기업이 먼저 존재했는데, 레이크는 자신과 같은 여성 직장인들도 쇼핑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싶을 거라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수작업을 옷을 추천하다보니 성장세는 느렸지만 점점 기업의 잠재력을 알아본 벤처캐피털(VC)이 투자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베이스라인벤처로부터 75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그는 사명을 스티치 픽스로 바꾸고 샌프란시스코 파이낸셜 디스트릭(Financial District)으로 본사도 옮겼다. 도심의 쇼핑 중심지인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와 도보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본격적으로 인재를 모으기 시작한 레이크는 월마트닷컴 출신 유통 전문가 마이크 스미스를 영입했고, 넷플릭스에서 알고리즘 개발 작업에 참여했던 에릭 콜슨을 CAO로 임명했다. 이외에도 신경과학자는 물론 물리학자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류해 스티치 픽스 특유의 정교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시작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카트리나 레이크 CEO는 바쁜 일상 속 옷 한 벌 구매하기 힘든 선택의 불편함을 창업을 통해 해소하며 기업을 성장시켰다. ⓒFortune Brainstorm TECH/Flickr
카트리나 레이크 CEO는 바쁜 일상 속 옷 한 벌 구매하기 힘든 선택의 불편함을 창업을 통해 해소하며 기업을 성장시켰다. ⓒFortune Brainstorm TECH/Flickr

 

‘소비자 경험’에 집중하며 폭발적 성장 이어가

차별화 된 서비스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티치 픽스는 2011년 설립 이후 쇼핑을 귀찮아하거나 옷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보스턴의 원룸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은 6년 만인 2017년 11월 미국 나스닥에 입성하며 기업 가치만 4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Recode)는 레이크 CEO를 ‘2017년 가장 영향력 있는 CEO 100인’ 중 9위에 선정하며 “유통업계도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전문지 포츈 역시 레이크 CEO를 ‘40세 이하 젊은 경영인 4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면서 스티치 픽스를 “패션 회사로 위장한 데이터 회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스티치픽스의 성공 비결은 결국 좋은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 경험’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레이크 CEO는 “이커머스 성공의 열쇠는 즐거운 ‘소비자 경험’에 달려 있다. 스티치픽스 소비자에게 그 즐거움이란 편한 쇼핑, 나도 미처 몰랐던 내 취향을 꿰뚫는 옷이 배송돼 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추세 속에서 브랜드는 더 편하고 즐겁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스티치픽스는 현재 수백 개의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다. 선호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부터 패션 트렌드 분석과 고객에게 맞는 스타일리스트 배정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이미지를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도 있기 때문에 고객의 ‘핀터레스트(Pinterest)’ 이미지를 확인해 난해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취향까지 잡아낼 수 있다. 칼슨 CAO는 스티치 픽스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적인 데이터 필터로써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만약 고객의 미디엄 사이즈라면,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는 라지 혹은 스몰 사이즈의 모든 셔츠는 제거해 버릴 수 있다. 만약 사용자가 노란색을 싫어한다면, 알고리즘을 통해 노란색의 모든 아이템들은 해당 고객의 리스트에서 배제 되어 진다”고 밝혔다. 여기에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투입되어 인간의 감성이 함께 담기기 때문에 높은 정확도를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콜슨은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고, 조화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 스티치픽스의 핵심 경쟁력”이라 말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스티치 픽스는 온라인 기반의 맞춤형 패션 사업 모델은 다양한 고객 특성에 맞추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이 매우 복잡해 성공하기 힘들다던 기존 고정관념도 깨뜨렸다. 프리랜서 애널리스트 제프 케이건은 “스티치 픽스의 등장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 믿는다. 인공지능과 결합된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앞으로 계속해서 패션업계에 뛰어들 것이다”며 “패션업계에서의 인공지능 활약상은 더욱 자주 발견 될 것이다”고 예견한 바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R&D지원 사업을 비롯해 혁신성장공간을 개소하는 등 스티치 픽스와 같은 기업 발굴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정부 차원에서도 R&D지원 사업을 비롯해 혁신성장공간을 개소하는 등 스티치 픽스와 같은 기업 발굴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실제 최근 들어 스티치 픽스 외에도 최근 업계엔 인공지능을 결합한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알렉사’를 통해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을 제안하는 ‘에코 룩’을 선보인 바 있고, 국내 패션 브랜드들도 패션과 IT 기술을 결합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추진 중인 R&D지원 사업을 비롯해 서울 삼성역에 스타일테크 혁신성장공간을 개소하는 등 스티치 픽스와 같은 기업 발굴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리딩 기업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어지는 온라인 패션 시장에 ‘스타일테크’ 시대를 연 스티치 픽스가 향후 어떤 혁신을 계속해서 보여줄지, 그리고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과의 결합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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