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변화로 본 프로야구 역사
야구장의 변화로 본 프로야구 역사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5.12.04 0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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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홈구장과 이별을 고하는 삼성과 넥센

 

 


새로운 구장에서 시작되는 프로야구의 새 역사가 기다려져

 


 

▲내년부터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될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 ⓒ서울시

 

 

 

‘해군이 한 척의 군함을 만들려면 보통 3년이 걸린다. 그러나 새로운 전통을 쌓으려면 300년이 걸린다.’ 영국 제독 앤드루 커닝엄의 말이다. 커닝엄은 해군의 항구적 승리는 군함이 아니라 전통에 달려 있다고 봤다. 어떤 전통을 만들고, 그 전통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해군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야구장도 그렇다. 제아무리 최신식 구장이라고 해도 전통과 역사가 깊지 않은 구장은 문화가 아닌 그저 ‘시설’에 그치기 일쑤다. 반면 다소 구장 시설이 좋지 않아도 모든 이가 존중하는 전통과 전 세대가 공유하는 추억이 깃든 구장은 ‘문화’로 인정받곤 한다. 



국내 최고령 야구장의 화려한 은퇴 


지금으로부터 68년 전인 1948년. 그때만 해도 대구구장은 최신 야구장이었다. 당시 서울 동대문야구장을 제외한 당시 많은 지방 야구장은 정식 규격은 고사하고, 일반 야구장의 형태도 갖추지 못했다. 큰 공터에 선을 그어 야구장으로 쓰는 곳도 적지 않았다. 대구구장이 완성된 이후 영남야구는 이전과는 다른 획기적인 발전을 맞았다. 대구·경북 지역 내 중·고교·대학팀들이 대구구장을 사용하며 실전경험을 쌓았고, 대붕기 고교야구대회 등이 열리며 대구구장은 영남야구의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이라는 오명 속에 대구구장의 거듭된 리모델링에도 한계는 명확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1만 석이 조금 넘는 관중석은 구조적인 이유와 안전상의 문제로 더는 증설이 불가했다. 이 때문에 2000년 들어 삼성의 호성적으로 관중이 증가하는데도 증가한 관중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나 안전 문제가 계속 불거졌는데, 2006년 대구구장이 붕괴 우려수준인 안전등급 E등급을 받으며 선수와 관중들로부터 결정적 외면을 받게 됐다.


시설면에서 최악의 구장이었지만, 대구구장은 많은 야구팬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을 선사한 꿈의 무대였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극적인 이승엽, 마해영의 홈런으로 삼성은 창단 이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언제나 한국시리즈의 조연이었던 삼성과 대구경북 야구팬들은 비로소 가을 무대의 주연이 되는 감격을 맛봤다. 이만수, 장효조, 김시진, 김상엽, 이승엽, 박충식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대구구장에서 뛰며 팬들을 웃고, 울린 것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여기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 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를 동시 제패하는 통합 4연패를 대구구장을 홈구장 삼아 달성하며 ‘최강 삼성’의 전설을 탄생시켰다.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을 선사한 대구구장은 그러나 대구 수성구 연호동 대공원역 부근에 세워지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이 완공 단계에 접어들며 자신의 임무를 2015시즌을 끝으로 접게 됐다. 


  

히어로즈, 고척돔 시대를 맞이하다


대구 시민 야구장에 앞서 또 하나의 작별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8시즌 동안 영웅들의 안방이었던 목동구장과의 이별이다. 넥센은 포스트시즌이 끝나는 대로 목동구장을 떠나 고척돔구장에 새 둥지를 튼다. 넥센의 가을야구 마지막 홈 경기는 목동구장에서 치르는 프로야구 마지막 경기가 된다. 넥센의 홈구장 이전은 지난 10월 서울시와의 MOU체결 발표로 최종 확정됐다. 이미 넥센은 정규시즌 홈 경기를 모두 치른 상태였다. 삼성은 지난 2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치러진 마지막 홈경기를 마친 뒤 성대한 기념행사를 진행했지만 목동구장은 조용하게 문을 닫게 됐다.


68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대구시민야구장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목동구장도 프로야구의 역사가 숨을 쉬는 공간이다. 목동구장은 지난 1989년 생활체육의 저변을 위해 아마추어 전용 야구장으로 지어졌다. 목동구장이 프로야구 구장으로 변신한 건 지난 2007년 12월이다. 대한야구협회와 서울시는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할 제8구단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목동구장을 개보수하기로 결정했다. 시작은 열악했다. 철거된 동대문 야구장에서 떼어온 등받지 의자들을 임시방편으로 설치했고, 불펜을 설치하기 위해 펜스를 당기는 공사까지 진행했다. 목동구장의 주인도 바뀌었다. 야구단 창단 계획을 갖고 있던 kt가 발을 빼 목동 시대가 시작도 못해보고 저물 뻔했다. 다행히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인수를 확정하면서 목동구장의 문이 열렸다. 첫 경기는 2008년 3월 13일 우리 히어로즈와 LG의 시범경기였다. 시설 부족으로 당초 계획된 시범경기 두 경기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넥센은 목동구장을 활용해 무럭무럭 자랐다. 넥센은 목동구장의 특성에 맞춰 장타력 중심의 팀으로 팀 색깔을 갖추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정호를 배출했고 올시즌을 마친 뒤엔 박병호도 해외진출을 한다. 2013년엔 팀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해엔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올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을 목동에서 맞이한 넥센은 짧지만 화려했던 목동시대를 마무리하며 내년 국내 최초 돔구장의 안주인으로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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