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웅의 조건, 국민이 추천한 영웅, 나이제한에 발목 잡히다
한국 영웅의 조건, 국민이 추천한 영웅, 나이제한에 발목 잡히다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12.04 0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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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국민이 추천한 영웅, 나이제한에 발목 잡히다

 

2015년도 논란의 히어로가 된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는 지난 9월, ‘2015년도 스포츠 영웅’을 선정했다.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추천단, 체육단체, 시도체육회, 출입언론사, 프로경기단체, 일반국민들로부터 스포츠영웅 후보자 45명을 추천받아 선정절차를 거쳤다. 그 결과 2015년도 스포츠 영웅으로 총 3명이 선정됐지만,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제외돼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스포츠 영웅 3인

대한체육회는 지난 9일, 한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1976년 제21회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62kg급 우승) 양정모 원로와 제5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MVP) 박신자 원로,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이고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데 크게 기여한 전 IOC부위원장 및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한 김운용 원로를 2015년도 스포츠영웅으로 각각 선정했다.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는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19일까지 추천단, 체육단체, 시도체육회, 출입언론사, 프로경기단체, 일반 국민들로부터 2015년도 스포츠영웅 후보자 45명을 추천받아 선정절차를 진행했다. 접수된 후보자 45명은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 보고와 선정위원별 최종후보자 추천을 거쳐 12명으로 압축됐고, 이들에 대한 위원별 업적평가, 대한체육회 홈페이지 인터넷 국민지지도 조사 등을 거쳐 스포츠영웅 선정에 반영했다.
 

지난 9월 8일 개최된 제9차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스포츠영웅의 가치성 및 희소성, 당시 역사성 등을 고려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한 끝에 참석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선수분야는 양정모, 박신자 원로, 스포츠행정 분야는 김운용 원로를 선정했다. 하지만 인터넷 국민지지도 조사에서 82.3%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투표 1위를 기록한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제외됐다. 대한체육회는 김연아 선수를 2015년도 스포츠 영웅으로 제외한 이유로 나이가 50세가 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논란거리만 낳은 선정조건
 

지난 9월 2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한체육회가 스포츠 영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김연아 선수가 인터넷 투표 1위(82.3%)를 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투표 후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게 받아들여졌다. 처음부터 나이 제한 규정을 정한 뒤 투표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대중들도 김연아 선수의 스포츠 영웅 탈락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 체육학과 교수는 “김연아 선수가 소치올림픽 이후 다시 한 번 부당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라며 “한국 스포츠 영웅에 국민지지도 조사를 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의견들을 반영하겠다는 뜻인데, 뒤늦게 나이 조건을 만든 것은 전 국민을 희롱하는 일”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대한체육회가 금년부터 스포츠 영웅 선정을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 인터넷 투표를 도입한 건 참신한 시도라고 판단했지만, 준비가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정감사에 출석한 양재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인터넷 투표 결과 반영률이 10%에 불과했다”라고 해명하면서 “앞으로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김연아 선수가 스포츠 영웅으로 탈락된 이후 제기되고 있는 ‘음모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2015년도 스포츠 영웅이 선정된 후 대한체육회가 원하는 인물을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하기 위해 뒤늦게 나이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까지 스포츠 영웅 선정 조건으로 나이 제한을 50세까지 뒀다가 올해부터는 이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가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되자 다시 나이제한을 뒀다. 이에 한 스포츠 평론가는 “스포츠 영웅을 ‘명예의 전당’ 성격으로 본다면 나이를 제한하는 건 이상할 게 없다. 미국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려면 40세를 넘기거나 은퇴 후 5년이 지나야 한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은퇴 후 5년이 지나야 입회 후보가 될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선수의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라며 “한국의 스포츠 영웅은 명예의 전당과 성격이 다르지만 명예의 전당과 비슷한 선정조건을 제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2015년 한국의 영웅으로 선정된 양정모 원로

 

국가를 대표하는 만큼, 정확한 선정기준 필요

2015년도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된 인물에 대해서도 대중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대중들은 전 IOC 부위원장을 역임한 김운용 원로가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된 점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이는 김 원로가 과거 공금을 횡령한 범죄가 있기 때문이다. 김 원로는 2005년 세계태권도연맹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7억 8,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스포츠 평론가는 “김 원로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서울 올림픽 유치,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채택 등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 공헌한 바는 크다. 하지만 공금을 횡령한 범죄가 있는 인물이 한국 스포츠 영웅으로서 귀감이 되는 인물인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스포츠 영웅 사업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며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명예와 자긍심을 고취시킨 체육인을 스포츠영웅으로 예우하고자 지난 2011년부터 선정해 왔다.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스포츠 영웅 사업을 진행하며 베를린올림픽 육상(마라톤)금메달리스트인 故손기정 옹과 해방 후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역도의 김성집 원로, 1947년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자인 서윤복 원로, 한국스포츠 근대화의 토대를 다진 故민관식 원로, 한국 최초의 세계선수권대회(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 플라이급) 우승자인 장창선 원로를 선정한 바 있다. 현재 대한체육회에서 설명하고 있는 스포츠 영웅 자격대상으로는 스포츠 분야의 탁월한 업적으로 국위선양 및 한국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자, 모든 스포츠인들의 귀감이 되고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훌륭한 스포츠인, 청소년 및 현역선수들의 역할모델 기여도가 높은 자이다. 하지만 2015년 스포츠 영웅 선정은 국민들의 의문과 불만을 낳았다. 한 스포츠 전문가는 “올해 진행된 스포츠 영웅 선정은 과거 스포츠 영웅의 영광까지 깎아내릴 수 있는 행실이다. 앞으로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영웅 선정에 공정성과 선정 조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 수긍 없는 영웅은 허울뿐인 존재

체육 분야에서 스포츠 인물 선정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비단 스포츠 영웅만이 아니다. 과거에는 체육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체위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체육훈장 선정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4년, '2013동계스페셜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기여한 유공자들에 대한 정부 훈-포장 전수식이 개최됐다. 이 날 나경원 2013 평창 동계 스페셜 올림픽세계대회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청룡장을 수여받았다. 하지만 전수식이 진행되기 전에 정부가 체육훈장 수여 기준을 강화해 양궁이나 쇼트트랙을 제외하면 어떤 종목에서도 1등급 훈장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스포츠인의 병역문제혜택 조건 역시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축구대표팀 23명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동등한 조건의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야구대표팀은 2006년 WBC 4강으로 병역특례 대상이 됐지만, 논란이 불거지면서 축구(2008년 월드컵)와 함께 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구기 종목은 대표 선발 과정부터 ‘병역면제용’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야구는 한국과 일본, 대만의 3국 잔치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폐지론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군 미필자 중심의 대표 선발이 이루어졌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 면제는 과거 국제대회 메달만으로도 국위선양이라는 잣대가 적용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거나 잠재력이 있는 선수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줌으로써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적지 않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역으로 이용하는 선수들이 증가하고 있어, 선수들의 병역 면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증가했다. 이에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준다는 자체가 논란일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한 만큼 병역 혜택도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때”라며 “선수 개개인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포츠는 과거부터 국민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분야이다. IMF로 국민들이 힘들어할 때에는 박찬호 야구선수가 희망이 되어줬고, 최근까지 김연아 선수 덕분에 대중은 행복해했다. 또한, 월드컵이 개최되면 대중은 대동단결해 승리를 기원했다. 때문에 스포츠 영웅 선정부터 체육훈장 등 스포츠 인물에 대한 수상을 진행할 때 대중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일 수 없다. 이번 스포츠 영웅 선정에 대국민 투표를 진행한 점은 국민들의 의견을 담기 위한 좋은 방안이었지만, 그 결과를 외면하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스포츠 영웅은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선정 조건에 국민의 의견이 담겨있지 않는 한, 스포츠 영웅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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