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지역 경제동반 모임에 지원서 내민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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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12.0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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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태평양 지역 경제동반 모임에 지원서 내민 호랑이


 “한미정상회담 이후 급물살 탄 TPP가입, 경제도약 기회 될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15일, 한국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입에 관한 협조를 이끌어냈다. 박 대통령은 제27차 한·미 재계회의에서 한국의 TPP가입은 양국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TPP는 미국이 주도하고, 전 세계 12개국이 참여한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 10월 5일 타결된 TPP에 한국이 제외됐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재계회의를 통해 한국의 TPP가입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극적으로 타결된 환대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의 의미


지난 10월 5일,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 블록이 탄생했다. TPP에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핵심 국가들이 참여했다. TPP가입국가의 총 인구는 7억 9,900만 명이지만, 이들 국가의 GDP 합계는 27조 7,189억 달러로 전 세계 총생산의 37.1%를 차지한다. 또한, 무역금액은 9조 4,894억 달러로 세계 무역의 25.8%에 달한다. 하지만 TPP의 위력은 경제 규모보다는 잠재력에 있다. TPP는 농산품, 공산품 등에 대한 단순한 자유무역 블록이 아니라 지적 재산권, 서비스 시장,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제까지 개방해 시장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크게 높인다는 특징이 있다. 


TPP는 아시아 태평양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외교·안보 동맹의 성격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TPP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견제하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동맹체 성격이 강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월 5일 TPP 타결 환영 성명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쓰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TPP 타결 후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자유와 번영의 바다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TPP는 2005년 뉴질랜드, 브루나이, 싱가포르, 칠레 등 경제 규모가 비교적 작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자국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FTA를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뉴질랜드 등 4개 국가는 TPP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가에게 가입을 권유했다. 이들의 노력은 2008년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오바마 정부는 TPP가입 신청서를 낸 뒤 TPP 확대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호주,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등이 TPP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일본까지 가입하면서 총 12개국이 참가하는 FTA 블록을 이뤄냈다. 현재 TPP가입국은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멕시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브루나이, 베트남이다.

 

TPP가입이 한국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한국은 현재 TPP 가입국에 제외됐다. 한국은 지난 2013년, TPP 원년 회원국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한·미 FTA가 체결됐고, 한·중 FTA 협상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TPP 협상에 참여하는 게 큰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신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는 참가해 지금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TPP에 가입할 경우 다양한 경제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TPP국가로의 수출이 확대되고 단일 원산지 규정을 진행할 수 있으며,  수입비용의 절감, 중간재부품과 소재 수출이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의 TPP가입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멕시코의 시장 개방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로 분석된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의 서비스 시장 개방 및 비관세장벽 제거, 현지 사업장에서의 미국 수출 확대 역시 기대되는 효과이다. 대외경제연구원은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발효 10년 후 실질 GDP는 1.7~1.8% 증가하고, 불참하게 되면 0.12% 감소한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TPP에 가입함으로써 경제적 실익과 더불어 안보도 강화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한국이 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한·미 FTA를 통해 미국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TPP 회원국과의 교역과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 무역업계는 TPP가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무역업계가 바라보는 TPP’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업체 762개 중 62.2%가 한국의 TPP가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43%는 ‘대체로 찬성’, 19.2%는 ‘적극 찬성’이라고 답했다. ‘대체로 반대’는 2.6%, ‘적극 반대’는 0.4%로 가입에 반대하는 의견은 3.0%에 그쳤다. 특히 농수산물, 전자·전기, 생활용품 분야 중소기업에서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피해 및 수혜 업종의 엇갈리는 명암


한국의 TPP가입에 대해 국내 모든 산업이 찬성을 표하지는 않고 있다. TPP에 가입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산업이 있지만, 손실이 예상되는 업종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TPP 현황 및 대응방향’ 및 ‘TPP 심층연구: 제조업 부문’ 등의 자료에 따르면, TPP가입으로 피해 및 수혜 업종의 명함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가 제출한 ‘TPP 현황 및 대응방향’에는 제조업의 경우 자동차, 철강, 섬유 업종은 수혜가 예상되나 화학, 비철금속, 생활용품 등은 무역수지 악화 및 생산 감소 효과가 예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부는 농업의 경우 육류, 과실, 고채, 낙농품 중심으로 생산 감소가 예상되고, 수산업은 패류, 해조류는 생산이 증대하나 어류, 갑각류, 연체류 등은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계량분석의 제조업 분야 연구인 ‘TPP 심층연구: 제조업 부문(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도 세부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에는 ‘수입산 자동차의 국내 시장 판매 확대 시 국내 자동차산업 피해가 우려되며, 친환경자동차 등의 국내 수입 증가 시 관련 산업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반기계 역시 규모와 품질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있고, 전자 및 정보가전 분야 역시 수입증가에 대비해 국내 산업피해를 방지하고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수입제품의 품질, 안전성 조사 강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밀화학의 경우에는 적정기간 산업보호 전략이 필요하고, 기술개발 자금 지원 및 업종전환을 위한 구조조정 비용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김제남 위원(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방미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산업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국내대책이 설익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TPP가입을 공식화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정부는 TPP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TPP가입 논의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TPP가 우리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가입의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7차 한·미 재계회의에서 한국의 TPP가입에 관한 협조를 이끌어냈다. ⓒ청와대

 

 

가입하는 시기가 소요되는 만큼 적절한 대안 필요


박 대통령이 제27차 한·미 재계회의에서 TPP가입에 대한 의견을 언급한 후 한국의 TPP가입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TPP가입은 멕시코, 일본 두 국가와의 추가 FTA라고 봐도 무방하다”라며 “미국 의회의 승인 절차 등이 남긴 했지만 이 절차가 끝나면 한국의 요구대로 가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망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TPP가 새로운 무역체제의 질서를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무역과 관련한 모든 규칙과 규정을 가입국과 함께 앞장서서 정하게 된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면서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은 만큼 우리도 전략적 선택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중요한 포인트는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한국은 중국과 미국이 구상하는 무역 체제의 갈림길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TPP에 가입하는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절차상으로 각 나라 국회나 의회에서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한국의 참여는 그 결과나 나온 이후에 가능하다. 미국 역시 한국의 참여에 문제를 삼을 이유는 없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내년 봄까지 의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대선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판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TPP 승인이 연장전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2017년 이후로 봐야 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TPP 추가가입은 어차피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교수는 “TPP는 이제 기본 합의가 이뤄진 단계로, 구체적 논의가 진행돼야 하고 미국 내 절차도 있다”며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의 의사표시와 의회 보고, 의회 절차 등만 해도 1년가량 소요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TPP체제 공식 출범 전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그는 “"중국이 RCEP을 통해 미국과 맞서고 있다는 해석이 많지만 굳이 대결구도로 해석할 필요도 없고, 설령 대결구도라고 해도 한국은 양쪽에 다 들어가는 게 맞다”면서 “한국이 필요하다면 다 들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여당과 야당 모두 한국의 TPP가입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TPP에 가입함으로써 손해 보는 산업이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가입이 승인되는 기간 동안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TPP가입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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