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종이접기 선생님’,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김영만 원장
[단독 인터뷰] ‘종이접기 선생님’,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김영만 원장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2.04 0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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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종이접기 선생님’, 시대와 세대를 하나로 묶다

 

 “젊은 세대들을 보듬어주는 든든한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종이접기 선생님’으로 통하는 김영만 원장은 현재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20·30대들에게  어린 시절의 특별한 추억이다. 그는 지난 1988년 당시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이던 KBS ‘TV유치원 하나 둘 셋’에서 신기한 종이접기의 세계를 알려주던 어린이들의 아이콘이었다. 세월이 지나 최근 김 원장은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흰 머리가 희끗한 모습으로 출연해 그를 보고 자란 젊은 시청자들의 눈물과 향수를 자극하며 화제가 되었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 위치한 어린이 미술 체험 공간 ‘아트오뜨’에서 김영만 원장을 만나 그의 30년 가까운 ‘종이접기’ 삶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988년 ‘TV유치원 하나 둘 셋’ 방송활동 이후 종이접기라는 한 길만을 걸어오셨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 현재 이곳 ‘아뜨오뜨’를 운영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대학에도 강의를 주로 제법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수원여대와 마산대에서 강의를 하고 유치원연합회 특강, 부모교육, 기업강의 등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마산대 같은 경우는 벌써 14년 째 초빙교수로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힘들지만 지방에 있는 학생들도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오랜 시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주로 종이접기, 조형놀이 강의을 진행하는데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보육교사자격증을 취득해 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취업을 하게 됩니다.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 이후에는 강의의뢰가 더 들어와서 이번 연말까지는 강의 일정이 모두 채워져 있는 상태입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젊은 세대들을 위로하며 큰 호응을 얻으셨습니다. 출연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 먼저 저를 아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한다며 칭찬을 해주셨던 것이 이 일을 지금까지 오래도록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나 둘 셋’에서 종이접기 하는 것을 보고 자랐던 많은 청장년층들, 즉 우리 ‘코딱지’들과 공감하고 소통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많은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들이 어렸을 적 보았던 종이접기를 하던 저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같기 때문에 서로 공감이 됐던 것 같습니다. 종이접기 하나로 시대와 세대를 관통했기 때문에 서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요즘 들어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항상 꾸준히 해왔던 일을 조금 더 많이 했을 뿐입니다. 많은 20·30세대들이 저를 보면서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제가 그 이상의 감동을 받고 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마리텔’을 통해 ‘김영만 어록’이 생기며 화제가 되었는데, 어록이 탄생한 배경이 있나요? 

- 제가 마리텔에서 했던 말들이 많은 분들로부터 회자되고 있는데 사실 강의나 방송에서 늘 했던 이야기들입니다. 예를 들면 “어려운 일이 있다면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해라”와 같은 말입니다. 그러면 방송 채팅창에서 “제가 이제 엄마가 되었습니다” 또는 “저희 어머니 이제 환갑이십니다”라는 말들이 전해왔습니다. 그러면 제가 또 “그럼 환갑이신 어머니께 종이접기 테이프를 붙여달라고 해라. 얼마나 좋아하시겠나” 라며 답변을 했죠. 바로 이것이 앞서 언급한 공감과 소통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당시 제가 눈물을 흘리면서 울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웃기도 하며 방송녹화를 했던 것이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 놓인 젊은이들에게 저의 말들이 치유의 역할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했던 말들은 아주 당연한 말들이었는데 그들이 감동을 받은 것에 대해서 저도 코 끝이 찡해옵니다. “옛날엔 어려서 못했던 것들이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모두 다 할 수 있을 것”이란 저의 첫 마디에 그들이 감명을 받고 저의 이름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려놓는 것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한편, 미술관 건립이라는 꿈을 이루셨는데, 이곳 ‘아트오뜨’는 어떤 공간인지요?  

- ‘하나 둘 셋’ 녹화를 시작한 뒤 한창 바쁜 시기일 때부터 아이들이 편하게 놀다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자금을 차곡차곡 모았고 7년 전에 아내와 마주앉아 의논했었습니다. 그런데 정해진 예산안에서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다보니 이곳 천안 외곽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가 만든 작품들을 전시해놓은 아트오뜨 미술관이 지어졌고, 현재 어린이집, 유치원 등 단체 관람객만 받고 있습니다. 특히 봄에는 봄 소풍 형식으로 많은 아이들이 아트오뜨를 찾아오고 있는데, 각 방마다 재미있게 그림들로 꾸며져 있어 체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큐레이터들이 아이들에게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들이 직접 종이접기와 만들기 활동도 하게 됩니다. 미술관 관람은 물론이고 만들기 체험 활동도 하고 준비해온 도시락도 먹으면서 소풍을 즐기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몸담고 계시는 종이문화재단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 제가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으로 있는데, 주로 문화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해외로 나가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종이문화재단 내에는 각 도시별 원장들이 있는데 공고를 내어 희망자를 신청 받고, 그들과 함께 재능기부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종이문화재단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재능기부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장들 각자 자비로 충당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서지방의 학교나 유치원들에도 마음이 맞는 원장들과 함께 가서 재능기부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종이접기’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 예고를 졸업하고 난 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은 실패를 하게 됐고, 38살의 나이에 백수가 되어 일본 친구 집에서 생활하다 우연히 친구 아이들이 참여한 유치원 색종이 수업을 보고 ‘종이접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동서남북’ 밖에 접을 줄 몰랐는데, 다양한 종이접기 활동에 계속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유치원을 둘러봤더니 종이접기는 가르치는 곳이 없었습니다. 종이접기는 입체미술인데, 우리 아이들은 일본과는 달리 ‘그리는’ 평면미술만을 배우고 있었던 터라,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이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종이접기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종이접기 선생님’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 종이접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커리큘럼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 1년 정도 매우 힘들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버님과 아내의 도움으로 종이접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초등학교 시간제 미술교사로 취직이 되어 우선 밥벌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종이접기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미술학원도 운영했었습니다. 그러던 과정 속에서 ‘하나 둘 셋’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것이 제가 지금까지 종이접기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TV에 나오는 저를 알아보는 아이들이 많아졌는데, 그렇게 ‘하나 둘 셋’에 6년이 넘게 출연했었고, 후속방송인 ‘혼자서도 잘해요’까지 포함하면 15년 정도 됩니다. 그리고 대교방송 ‘김영만의 미술나라’, EBS ‘딩동댕 유치원’에서도 꾸준히 종이접기 방송활동을 해왔습니다. 일이 정신없이 밀려들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종이접기’ 활동에는 어떠한 힘과 효과가 내재되어 있을까요?

- 종이접기는 교육적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아이들의 집중력과 창의성 향상과 인지발달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손을 잘 쓰는 사람은 머리가 좋다는 말이 있듯이 두뇌계발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종이접기는 아이들의 인성을 함양하는데도 좋은 활동인데, 단계별로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참을성을 기를 수가 있습니다. 종이접기 자체가 오감만족 활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종이 특유의 냄새, 접을 때의 소리, 다양한 색깔 등을 감각으로 느끼고 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차분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종이접기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던 종이접기 작품들은 전부 움직임이 있는 동적인 작품들입니다. 종이를 접는 것만으로는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잘라내어 오리거나 붙이기도 하고, 또 나무젓가락이나 종이컵 등의 폐품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원장님만이 가지고 있는 ‘종이접기’에 대한 철학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저의 철학은 단 한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한 길만을 꿋꿋하게 걸어 왔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갔다는 것에 정말 큰 뿌듯함을 느낍니다. 1988년 당시 38세의 나이에 종이접기를 통해 새로운 길을 나섰는데, 많은 분들이 색종이 하나로 밥벌이가 되겠냐며 만류 했었습니다. 당시 “30대 후반의 나이에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종이접기나 하고 있다”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심지어 어린아이들 코 묻은 돈으로 생활이 되겠냐는 소리까지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작을 했고, 도전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다가 막히는 길이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도록 노력했습니다. 종이접기라는 외길을 걸어오며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이렇게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저는 앞으로도 나이가 지금보다 훨씬 더 들더라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저의 소신껏 나아갈 생각입니다. 

           

김영만 원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 현재 이곳 ‘아트오뜨’ 미술관을 잘 운영하고 싶고, 미술영역의 새로운 아이템을 도입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또, 교육의 손길이 부족한 도서·산간지역에도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서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가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또한, 별로 훌륭하지도 않은 저를 이 시대의 힘든 청장년층들을 보듬어주는 어른으로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셔서, 앞으로도 이렇게 우리 젊은이들의 든든한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한편 지난 10월부터 MBC의 ‘똑?똑! 키즈스쿨’ 프로그램에서 ‘저버 몽땅 박사’로 출연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현재의 어린 아이들과도 어린이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만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 ‘코딱지’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 요즘 ‘삼포세대’니 ‘오포세대’니 말들이 많습니다. 저의 세대는 열심히 노력하면 그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옛날 부모 세대들보다 열 배, 백 배는 더 힘을 들여야 보상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젊은 세대들한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도 늘 하는 말이지만,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이든 꼭 도전해보라고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 이력서 10장을 써서 취업에 실패했다면 100장을 쓰면 됩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해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젊었을 때는 실패 자체가 바로 ‘스펙’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격증은 종잇장에 불과할 뿐, 자신이 살아온 경험 자체가 자산이자 스펙입니다.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다보면 분명히 길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코딱지’들이 실패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고 죽기 살기로 도전했으면 합니다. 나보다 훨씬 열심히 살고 있는 주변 동료들을 보면서 현재에 안주하거나 좌절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또, 무조건 ‘대박’만을 찾기보다 낮은 곳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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