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Ⅲ]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국정교과서
[국정교과서 Ⅲ]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국정교과서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12.04 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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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자유민주주의 반하는 독재체제 역사 교육

 

 “우리는 열린 시각으로 역사를 공부할 자격이 있습니다”


 

 

 

 

2002년 검인정 교과서로 전환된 지 15년 만에 국정 교과서가 다시 부활했다. 지난 11월 3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담화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고시했다. 야당은 이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취소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중들은 매일 정부의 입장을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자라는 것은 중요하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 붙이고 있다.



눈 가리고 귀 막은 채 진행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사교과서 국정화발표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연세대학교를 필두로 한 대학 역사 전공 교수와 교사들이 ‘집필 거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범야권 의원들도 국정 역사교과서가 우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를 개최하고, 국정화 교과서 반대를 위한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의사를 밝힌 한 교수는 “정부에서 말하는 ‘올바른’ 역사교육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라며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은 객관성인데, 대통령을 필두로 현 정부에서는 우익 입장에서 유리한 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대중들은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정화 반대 여론이 53%, 찬성이 36%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역시 10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갤럽 조사 결과, 정부가 역사 꽈서 국정화를 확정고시 한 후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41%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49%로 상승했고, 그 이유로는 ‘교과서 국정화’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들의 의견에는 안중을 두지 않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1월 5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2017년 3월부터 적용하는 내용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개정안을 보면 2015 교육과정 가운데 다른 모든 내용이 똑같지만 ‘단, 중학교 사회 교과(군)의 역사 및 고등학교 기초 교과 영역의 한국사 과목은 2017년 3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부분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까지 국정 교과서를 도입하기 위한 마지막 행정절차 인 셈”이라며 비난했다. 또한,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새 교육과정을 고시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수정 고시를 한다는 점과, 새 교육과정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이를 앞당기려고 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교육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뉴라이트 교과서로 예상되는 국정교과서의 현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8년 5월 26일 뉴라이트의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이하 뉴라이트 교과서) 출판기념회에서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첫해인 2013년 나온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애초 2,261건의 오류가 발견됐고, 이후 오류 수정에도 문제점이 많았지만, 교육부는 검정을 통과시키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역사 관련 교수들은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두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새로 나올 국정 교과서의 ‘역사 왜곡’과 ‘미화’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 중 하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서술이다. 특히 300여 쪽에 걸쳐 근·현대사만 상세히 다룬 ‘뉴라이트 교과서’를 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공’을 부풀리고 ‘과’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라이트 교과서 186쪽에 게재된 ‘박정희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한국 사회에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온 성장의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그의 집권기에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의 이륙을 달성했으며, 사회는 혁명에 가까운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그는 측근의 부정부패에 대해 엄격했으며, 스스로 근면하고 검소하였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미 ‘쿠데타’로 정리가 끝난 5·16에 대한 설명도 위태롭다. 뉴라이트 교과서 180쪽을 보면,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세력을 6·25 전쟁 이후 ‘가장 유능하고 잘 조직된 집단’과 ’조국 근대화의 강렬한 포부를 지닌 젊은 장교들‘로 묘사한다. 쿠데타의 핵심인 박 전 대통령은 ’군부에서 청렴한 이미지로 명망을 얻고 있던‘ 인물로 서술돼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 구 선생에 관련한 서술에서도 뉴라이트 교과서의 ‘편향성’이 돋보인다. 뉴라이트 교과서의 경우 이승만과 관련된 소개가 나오는 부분은 전체 본문 300여 쪽 가운데 41쪽으로 6·25 전쟁(38쪽)보다도 많다. 뉴라이트 교과서는 “(이승만이) 임시정부의 임시대통령으로 추대되었으나, 고려공산당 당원과 반이승만 세력에 의해 탄핵, 면직되었다”(58쪽)고 설명한다. 하지만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임정의 임시의정원은 이승만이 미주에 머물면서 임정을 돌보지 않았고, 임시의정원이 박은식을 대통령 대리로 임명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미주 동포들로부터 거두는 인구세를 임정에 보내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승만을 탄핵했다”라고 지적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임시정부 승인 획득 운동의 주역은 이승만이었다”(293쪽)라며 독립운동의 공을 이승만 개인에게 돌리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영웅화했다. 반면, 김 구의 이름은 5쪽에 걸쳐 간단하게만 등장하고, 그나마도 부정적인 서술이 주를 이뤘다. 뉴라이트 교과서는 김 구 선생에 대해 “한인애국단을 조직하여 항일 테러활동을 시작하였다”(129쪽)라고 설명했다. 역사학계가 ‘의열투쟁’으로 부르고 일반인들이 ‘독립운동’이라고 여기는 김 구의 활동을 ‘테러’라고 표현한 것이다. 박찬승 교수는 “김 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끝까지 지키고, 분단 정부 수립에 반대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불참했다는 점을 외면한 서술”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우 편향된 뉴라이트 교과서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극찬을 보인만큼, 전문가들은 그가 말하는 ‘올바른 역사 교육’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고, 전 이승만 대통령을 추대하는 등 우익 입장의 교과서가 편찬되면,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학생들의 시선이 편향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선진국이 되기 위해 달리는 흐름 속에서 홀로 역행하고 있는 역사

국제기구인 UN조차도 국정 교과서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방했다. UN 2013년 총회 특별보고서에는 ‘국가주도의 단일화 역사교육은 특정한 이념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기 위한 도구가 될 위험성이 있다. 단일 역사 교과서만을 승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쓰여 있다. 2015년 초, UN은 베트남에 국정교과서 폐지를 권고했고, 베트남은 그 뜻을 받아들여 교과서를 검정으로 전환할 것을 결정했다. 또한, 선진국은 국정교과서를 쓰지 않고, 역사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다. 현재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북한, 몽골, 방글라데시 등이고, 검인정이나 자유발행제 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스페인,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이다. 국정교과서는 북한 같은 독재국가나 경제적으로 민간 교과서를 발행할 능력이 없는 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교과서 편찬을 역행하고 있는 일을 벌이고 있다.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당당하게 교과서에 반영한 국가도 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히틀러와 나치가 저지른 죄에 대해 역사를 숨기지 않고, 해당 내용을 교과서에 진행해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학생들은 교육하고 있다. 독일은 서로 전쟁을 벌였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는 프랑스, 폴란드와 공동 역사 저술을 실시했다. 역사 교과서에는 독일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밝혀져 있어 국민들이 자국의 역사를 통해 책임감을 가지도록 강조한다. 실제로 독일 교육에는 옛 포로수용소 방문 및 홀로코스트 기념관으로 수학여행을 가도록 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전통적 역사서술은 민족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며 대체로 자기 민족 중심이기에 변호론적 방식을 띄고 있어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라며 “독일은 교과서 집필에 모범적인 예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역사는 승리한 자 입장에서 쓰였다는 말이 있다. 이는 역으로 역사를 공부할 때 객관적인 시각은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다수 선진국은 학생들이 열린 사고로 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한국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 역사 공부를 권장하고 있는 처지다. 현재 발행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과연 대통령이 말하는 올바른 역사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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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과의 인터뷰 내용

 

Q.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소장님께서는 현재 교과서 편찬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A. 대다수 선진국은 역사교과서를 발행할 때 자유발행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갖기 위함입니다. 한국 고대사를 예를 들면, 단군을 신으로 봐야하는지 아니면 실존한 인물로 봐야하는지에 대해 각 학자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이러한 역사 관점을 하나로 통일시켜 교육한다면, 학생들은 역사를 한 가지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역사는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문제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국내 역사교과서도 자유발행제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도 있고, 수능 시험도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금은 자유발행제로 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을 갖고 역사를 바라보는 만큼, 학생과 대중도 역사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배워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교과서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국내교과서는 현재 검인정 체제에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행 교과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교과서가 문제가 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장되고 있는 내용이 북한의 주체사상이 문제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지금 사용되는 교과서에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교과서에 유관순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고 하는데, 이는 작년에 발행된 교과서의 내용입니다. 검인정 체제는 이미 국가에서 검사를 해서 학생들을 지도해도 된다고 자격을 받은 교과서입니다. 그런데 이 점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문제를 갖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한다는 점이 과연 역사를 배우는 사람에게 좋을지 의문입니다.

 

Q. 국정교과서가 발행이 된다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시는지요?


A. 대다수 학자는 대안교과서를 개발할 것입니다. 학생을 위한 교과서이든, 보다 폭넓게 시민을 위한 한국사 내용이든 학자들은 반드시 대안교과서를 준비할 것입니다. 이에 피해를 보는 이는 결국 학생입니다. 한국은 수능이라는 큰 시험이 있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학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닫힌 사고로 공부한다면, 이는 더 문제로 보입니다.

  교과서 집필권이 권력과 비슷해지는 점도 문제입니다. 역사는 그동안 우리 공동체 삶의 총체적 결과입니다. 중요한 건 역사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 것이 권력과 같이 행사된다면 올바른 역사관이 세워질 수 없습니다.

 

Q. 학생과 대중은 앞으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지금 대다수 역사 공부는 암기로 되어 있습니다. 몇 년도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학생들은 암기를 기본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올바른 역사공부가 아닙니다. 역사에 대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고,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깁니다.


지금 국정교과서 발행은 근현대사를 중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는 학자도 있고, 반대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 국내 교과서가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학생들이 열린 사고로 공부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역사를 바로 알고, 과거를 통해 현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학생들의 발전과 국내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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