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Ⅲ] 세계 속 청년창업
[청년창업 Ⅲ] 세계 속 청년창업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2.04 0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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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전 세계적인 청년창업 열풍…국가별 창업지원 정책 이어져

해외사례 참고해 새로운 한국식 창업 생태계 조성 필요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청년창업은 이제 지구촌 모두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제의 침체로 인해 어느 나라에서든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에게 취업이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시대가 되면서, 창업으로 취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창업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 각국의 창업지원정책을 돌아보며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영국 창업시장의 핵심,‘엑셀러레이터’ 

영국의 런던의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며 크게 주목받고 있다. 창업에 필요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면서 창업 회사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영국의 투자은행인 GP불하운드에 따르면 기업 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IT기업 13개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영국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물론 규모로는 아직 미국에 못 미치고 있지만 성장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세계창업모니터(GEM)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해 총창업활동지수(TEA)는 10.7% 수준이다. 미국의 14.8%보다는 약간 낮지만, 독일(5.3%)·프랑스(5.3%) 등 다른 유럽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영국 창업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엑셀러레이터’의 활발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는 창업자가 좀 더 이른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안정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창업 육성 프로그램을 말한다. 공개적인 선발 과정을 통해 선정된 스타트업에게 투자 및 멘토링의 대가로 예비 창업가로부터 일정 지분(10% 수준)을 받는다. 자금 제공과 프로그램을 거쳐간 선배 창업자나 투자자와의 만남도 주선한다. 영국은 이런 엑셀러레이터가 다른 유럽 도시보다 많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구글의 엑셀러레이터 구글캠퍼스가 처음 생긴 곳도 런던이다. 엑셀러레이터는 시장 안에서 창업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엑셀러레이터는 투자자와 창업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을 찾고 싶은 투자자와 투자 받길 원하는 창업자에 대한 정보를 서로에게 주는 것이다.  영국의 엑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팩토리’라는 은유적 명칭에서 드러나듯 동일한 생산 과정에 대한 투입과 고효율의 대량 생산을 통해 동시에 다수의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주로 IT기업이 모인 미국 실리콘밸리와 달리 금융·부동산·출판·미디어·패션 등 분야별로 특화돼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영국 현지의 전문가는 “창업시장이 커지면서 고민이 비슷한 같은 분야의 창업자가 모인 커뮤니티가 늘어났다”며 “기술 개발 비용을 절감하거나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로부터의 펀딩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 정부의 창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영국이 창업시장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영국의 창업기업은 새로운 규제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 혜택도 많고, 창업기업에 대한 소득세와 회수 과정을 통해 얻은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 감면의 폭이 크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현행 20%인 법인세율은 2018년까지 18%로 낮출 계획이다. 단, 영국 정부는 직접적인 자금 지원 등은 경계하고 있는데, 시장 개입은 최소화하고 간접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정한 정책과 제도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시장의 힘으로 만들고자 하는 영국의 창업 생태계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저물어 버린 ‘노키아’, 실패로부터 길을 찾다  


‘핀란드’라고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노키아’를 떠올리게 될 만큼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한 때 핀란드 전체 경제의 약 20% 이상을 담당하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과 비견될 수 있다. 그러나 핀란드 사람들에게 노키아의 이름은 이제 아픈 구석이 되었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상위권으로 군림하던 노키아였지만, 순식간에 빛을 잃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몰락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사에 인수되고 말았다. 
 

그러나 오히려 실패는 기회의 디딤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키아가 몰락함에 따라 핀란드에는 새로운 스타트업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정부가 2만여 명에 이르는 노키아 실직자들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내놓은 각종 정책이 스타트업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정부 정책에 따라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와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 등 글로벌 기업이 잇달아 탄생하게 됐고, ‘슬러시’나 ‘스타트업 사우나’ 등 창업 프로그램도 독특한 창업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덕분에 핀란드에는 노키아 빈자리를 이들 벤처기업이 대신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되며 경제에 활력을 얻고 있다.
 

  핀란드의 청년창업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실시한 ‘노키아 브릿지 프로그램’이다. 핀란드 정부는 노키아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에 한해서 1만 5,000유로(약 2,000만원) 혹은 직원 당 2만 5,000유로(약 3,40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교육, 창업 멘토링 시스템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된 노키아의 수많은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는 노키아 출신만의 특별 창업 지원혜택으로서 ‘노키아식 창업’이란 말이 나온 이유기도 하다.  노키아식 창업 열풍으로 인해 독특한 방식의 창업 문화도 등장했다. 지난 2009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시작된 ‘슬러시’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놓고, 전문가집단과 함께 평가와 토론을 하면서 경쟁력을 키워간다. 슬러시 프로그램 가운데 창업경진대회도 있다. 대회 예선에 통과한 100개 신생기업이 투자자 앞에서 사업을 소개하고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대회를 통해 지난해만 약 7,000건의 투자 상담이 이루어 졌고 1억 5,000만달러(1,660억원)의 투자금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모임에 약 1만 4,000명이 참여할 정도로 창업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학 중심의 창업문화도 생겨났다. 헬싱키공대와 헬싱키경제대, 그리고 헬싱키예술디자인대가 통합된 스타트업 특화대학인 ‘알토대’는 매년 ‘스타트업 사우나’ 행사를 연다. 행사는 이들 대학 중심으로 매년 30개 팀을 선정해 한 달간 창업과정을 멘토링하고 투자유치 기회를 알선한다. 핀란드 최고의 기업가들이 자발적으로 멘토로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이후 90개 신생기업이 스타트업 사우나를 거쳤고 투자금액만 약 27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핀란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활력을 얻고 있다. 노키아가 몰락하며 전 세계는 핀란드 경제도 함께 쓰러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보기 좋게 예상을 뛰어 넘었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의 선두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슈퍼셀’도 핀란드에서 탄생했다. 지난 2010년에 창업한 수퍼셀은 2011년에 ‘클래시 오브 클랜’을 출시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3년 당시 매출이 8,0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 8,000억의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성장했다. 슈퍼셀은 노키아 몰락을 철저하게 분석해 이를 기업 경영과 철학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회사가 성장하더라도 독립적인 ‘셀’ 형태의 조직을 유지한다는 의미의 ‘슈퍼셀’은 셀 당 게임개발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독립 운영되는 것은 물론 시장 결과에 따른 책임이나 성과도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 이처럼 노키아의 몰락은 오히려 차별화된 기술과 시장 경쟁력 뿐만 아니라 기업조직까지 예전보다 강한 핀란드로 성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핀란드는 노키아의 몰락으로 정리해고가 이어지며 시장에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쏟아졌는데, 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에 기술과 경험을 갖춘 엔지니어가 협업하면서 스타트업도 탄력을 받았다. 이렇듯 ‘노키아’만이 자리하던 핀란드는 ‘로비오’와 ‘슈퍼셀’이 등장하며 예전에 없던 새로운 고용창출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핀란드 대표 스타트업으로 거듭난 ‘슈퍼셀’의 일카 파나넨 CEO가 ‘클래시 오브 클랜’을 시연하고 있다. ⓒSupercell

 

 

해외 사례 참고하며 국내 실정에 맞는 창업환경 조성 필요

전 세계적으로 청년 창업에 대한 관심과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모범적인 청년 창업 환경과 정책은 비단 유럽 선진국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나라 중국에서도 참고할 만한 청년창업 관련 정책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창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은 중국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풍부한 자금, 그리고 인재가 만나 지난해부터 창업 열풍이 중국 전역으로 강하게 불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하루 평균 1만 1,000개의 기업이 중국 땅에서 새로 설립될 정도다. 이처럼 중국에서 청년 창업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청년들의 쉬운 창업을 위한 정책을 쏟아냈다. 중국 국무원은 등록자본등기제도 개혁을 통해 최소 창업 자본금 요건을 철폐했다. 기존에는 기업 설립에 최소 3만 위안(약 530만원)이 들었지만, 현재는 1위안만 있어도 창업을 할 수 있다. 창업 절차도 대폭 줄였다. 창업을 위해 160여 단계를 거쳐야 했던 절차를 대폭 줄이고, 권한도 지방 정부에 이양했다. 중국 정부의 창업 정책 자금도 쏟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1월 400억 위안(약 7조 1,200억원) 규모의 국가신흥산업 창업투자 촉진기금 조성을 발표했다. 당국은 지난 9월에 600억 위안(약 10조 7,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발전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초창기 성장형 기업의 융자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파격적인 세금 감면 정책도 내놨다. 8월 국무원 상무위원회는 소형·초소형기업의 세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는데, 예상 세금 감면 규모만 1000억 위안(약 17조 8,000억원)을 넘는다. 또한 지방정부도 앞다퉈 혁신창업을 위한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3년 졸업자 723만 명 중 17만 명(2.3%) 정도인 대학생 창업자 수를 4년 내에 80만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중국의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 그리고 창업투자사, 정부, 대학, 미디어 등으로 이뤄진 창업 생태계 주체들이 창업 지원 서비스망을 갖추어 창업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청년 창업이 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청년창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년창업 지원정책은 박근혜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로서, 제조업의 한계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유일한 돌파구로서 주목받고 있다. 청년창업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만들고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지만, 국내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형식적인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한국식 창업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해외 사례를 참고한 새로운 창업 생태계가 마련돼 내실을 다진 청년 기업가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주역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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