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강국 건설이 나의 사명”
“제약 강국 건설이 나의 사명”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5.12.04 0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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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한미약품(주) 임성기 회장 

 

“제약 강국 건설이 나의 사명”

대한민국 약사들의 '꿈', 임성기 회장. 그 날개를 펼치다


 

6조 원대 기술수출로 국내 제약업계 최대 수출 계약 기록을 수립한 한미약품이 연이은 호재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10만 원이 채 되지 않던 한미약품 주가가 1년 남짓 시간이 흐른 지금 900% 가까이 폭등하며 시가총액은 웬만한 대기업들을 추월했고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종로 5가 약국’에서 시작해 글로벌 제약사의 총수로 우뚝 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제약업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떠오른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6조 ‘대박’, 한미약품(주)

지난달 9일,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중인 옥신토모듈린 기반의 당뇨 및 비만 치료 바이오신약 ‘HM12525A’를 글로벌 제약회사 얀센에 총액 9억 1,500만 달러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계약금 1억 500만 달러와 함께 임상 개발, 허가, 상업화 등 단계별로 총액 8억 1,000만 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얀센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12525A에 대한 개발·상업화 등의 독점 권리를 한미약품으로부터 확보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달 5일,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 치료제 포트폴리오 ‘퀀텀프로젝트’ 기술을 5조 원 규모에 수출한 바 있다. 나흘 간격을 두고 초대형 수출 계약을 연거푸 성사시킨 셈이다.
 

이 같은 한미약품의 행보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10년간 8,000억 원의 자금을 R&D에 쏟아 부은 경영진의 집념이 바탕 되어있다. 그동안 신약개발은 등한시한 채 해외 약품을 복제해 판매하는데 치중해온 다른 제약사들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또 기술이전과 함께 생산 제품에 대한 로열티도 받는다는 점에서 기술수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연일 낭보(朗報)가 계속되는 사이 한미약품은 명실상부한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수출 계약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9일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 대비 11만 3,000원(15.89%) 상승한 82만 4,000원을 기록했다. 한때 87만 4,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마저 경신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9일을 기점으로 주말을 앞두고 한미약품 매수 대기자금만 1조 원을 웃돌았는데, 대형주에 이러한 매수세가 쌓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라며 “제약주가 주도주로 등장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남다른 안목과 열정·끈기로 제약산업의 강자로 우뚝 서다 
 

제약업계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한미약품. 1973년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약사 출신 임성기 회장이 세운 회사다. 그렇다면 임성기 회장은 어떤 인물일까? 1966년 27세의 나이로 ‘임성기 약국’을 개업한 임 회장은 당시로는 드물게 임질과 매독 등 성병 관련 약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약국으로써 월남전 때에는 베트남 현지에 약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약국 경영으로 자본을 모은 임 회장은 1973년 한미약품공업(주)을 세워 1984년 계열사인 한미정밀화학을, 198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를 각각 세우며 점차 유능한 경영인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사업은 성장을 거듭하며, 1988년 주식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에 이르렀고, 1997년에는 경북 지역 케이블 TV(한국 케이블TV 영남방송) 사업에도 진출했다. 사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R&D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임 회장은 2000년 9월 항암제로 사용되는 파클리탁셀(상품명 탁솔)을 세계 최초로 경구용 약품(입으로 먹는 약품)으로 개발하며 국제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3년 회사 이름을 한미약품(주)으로 바꾸며, 2004년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으로 미국 특허를 획득한데 이어 2008년 주사용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으로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 획득, 2009년 고혈압치료 복합 개량 신약 ‘아모잘탄’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12월, ‘아모잘탄’ 제품으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진흥원 주관 대한민국기술대상을 수상한 임 회장은 2014년 상장 제약회사 중 최초로 R&D 부문 1,000억 원을 돌파하게 된다. 국제무대로 비상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처럼 임성기 회장이 쉼 없이 달려온 세월 속에는 이관순 사장과 권세창 연구소장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한미약품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랩스커버리(LAPSCOVERY) 개발의 일등공신인 권세창 연구소장은 30명의 별동대를 데리고 13년 동안 그 기술 하나에만 매달릴 정도로 끈기와 집념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물론 우수한 연구력은 기본이다. 또한, 연구소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연구원들의 애로를 잘 아는 이관순 사장 역시 ‘한국 최초의 개량 신약’, ‘한국 최초의 의약품 기술수출’을 이뤄낸 ‘정통 R&D’ 맨으로 정평 나 있다. 2010년부터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글로벌 진출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이 사장과 권 소장 같은 인재를 발탁해 길러낸 인물이 바로 임 회장이다. 그의 탁월한 안목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R&D가 커다란 결실을 맺은 것은 경영진들의 열정과 끈기의 시너지 효과며, 이는 다른 제약사들에게 ‘우리도 해낼 수 있다’란 희망을 심어주는 발판을 마련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발로 뛰는 1세대 오너 


‘신약개발은 내 생명하고 똑같다’, ‘당장 이익을 내기보다 신약 연구개발 투자가 더 급하다’. 한미약품을 글로벌 제약사 반열에 올려놓은 임성기 회장의 신념과 목표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수출 성공 요인에 발로 뛰는 임 회장의 노력이 컸다는 평가를 한다. 실제 임 회장은 지속형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 프로젝트’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제3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했다. 해외 학회나 콘퍼런스에 1세대 오너가 직접 참석하는 것은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은 R&D 투자에 대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며 “보통 해외 학회나 콘퍼런스에 회장이 직접 가지 않지만, 임 회장은 아직도 현장에서 지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이 발로 뛰는 임 회장의 성향은 평소 발언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R&D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일궈냈을 때 가장 보람차다”라며 “의약품 주권을 잃어버린 인근 국가들의 실상을 살펴보다 보면 제약산업 육성의 당위성은 한시라도 놓쳐서는 안 되는 시대적 명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제약 강국이 되어야 국민건강 주권을 지킬 수 있고 국가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며 “제약 강국 건설이 나의 사명이자 소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임 회장은 아직도 매일 아침 출근해 업무별 임원회의를 주도하고, 업무를 지휘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한미 잭팟’을 실현하다

1990년대만 해도 업계 매출 10위권에 머물던 중소형 제약사였던 한미약품. 약 처방권이 약사에서 의사로 넘어간 2000년의 '의약분업'에 제약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제약영업 대상이 약사에서 의사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성기 회장은 이 변화에 주목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을 담당하는 영업사원을 다른 회사보다 5배로 늘린 것이다. 이같이 공격적인 영업으로 한미약품은 시장을 평정했고 2006년부터 2년간 매출 2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정부가 제약사 영업활동 단속에 나섰고, 한미약품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2010년과 2011년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때 꺼내 든 것이 바로 신약개발 R&D 카드다. 당시는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혁신적 신약 기술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때문에 한미약품이 분기단위 첫 적자를 기록했던 2010년 임원 상당수가 R&D 투자 조정을 통해 영업적자를 모면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달랐다. 당시 그는 “현재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R&D를 줄이는 것은 미래를 희생시켜서 오늘을 살겠다는 것과 같다”며 R&D 투자를 강행했고, 실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000억 원을 R&D에 쏟아 부으며 오늘의 ‘대박’을 터뜨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한미 잭팟’은 눈앞의 이익을 쫓고, 단기 전략과 비전만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임성기 회장 특유의 뚝심이 만들어낸 성과다. 유전 개발보다도 성공확률이 낮은 신약개발을 이끌고 나가려면 상상을 초월한 오너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제약업계의 중론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임 회장은 제약산업의 최종 진화 단계인 ‘신약 개발과 판매’라는 목표를 향해 또다시 힘찬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지금은 기술을 통해 힘을 축적했다면, 앞으로는 이 축적된 힘을 모아 ‘판매’라는 원대한 목표를 사냥하고자 하는 것이다.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눈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미약품. 앞으로 거대 다국적 제약사와 정면 승부를 펼치며 대한민국 제약사업의 역사를 써내려갈 그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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