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제쿤 디자이너 황재근
[단독 인터뷰] 제쿤 디자이너 황재근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5.12.03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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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패션을 넘어 모든 영역의 디자인에 도전할 터

넘치는 사랑에 보답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겠습니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디자인을 두 손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 즐겁다는 제쿤의 황재근 디자이너. 그는 2011년과 2013년에 방영된 디자이너 선발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출연하며 뛰어난 실력으로 다수의 사람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최근, MBC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복면가왕’ 가면 디자이너 활동을 시작으로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디자이너 황재근으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 황재근의 모습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계십니다. TV 출연 전·후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대중들의 주목을 받게 된 점이지요. 사실 ‘마이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할 때 까지만 해도 저를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저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나 혼자 산다는 제 일상 모두를 카메라에 담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심지어 설거지를 못 해 쌓여있는 장면이 그대로 TV에 노출되기도 했지요. 그 장면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어요. 사실 촬영 전에 치우려고 했는데 일이 힘들어서 치울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 장면 때문에 저를 친숙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방영된 것에 대해 후회하거나 싫지 않아요. 그리고 싫다면 애초에 방송을 하지 않았겠죠.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십니다. 어떤 점이 대중들에게 어필 가능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TV에는 제가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제가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보니 긴장을 많이 합니다. 촬영이 끝나고 나면 제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기억을 못 할 정도로 정신없이 촬영에 임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평소 생각과 행동이 카메라에 담기고는 하는데 그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또한, 열심히 사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흔히들 패션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금수저 물고 태어난 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는 흙수저에 가까워요. 화려하고 우아한 이미지의 황재근을 생각해 오시다가 남들과 다르지 않게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제 모습을 보시고 동질감을 느끼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높아진 인기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직접적으로 제가 받은 피해는 없지만 시기·질투 섞인 시선이 늘어났죠. 황재근 이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후, 지인들과 만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좋은 말만 듣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현재는 바쁘기도 하지만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 자리는 멀리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위축받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응원해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지요. 제가 큰돈을 얻는 등 물질적인 성장을 한 건 아니지만, 저라는 사람을 대중들이 알아준다는 점을 주변 지인들이 기뻐해 주고 있어요. 지인들에게 ‘재미있다, 잘 보고 있다, 잘 돼서 너무 기쁘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행복합니다.

 

2011년도에 방영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3(이하 프런코 3)를 통해 황재근 이라는 존재가 대중들에게 처음 알려졌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시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당시 프런코 제작팀은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섭외하기 위해 학교 측으로 캐스팅 요청을 했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를 원하는 학생이 없었고, 그때 마침 제가 교직의 길을 걸어볼까라는 생각을 하던 시기여서 서울대학교에 관련 시험을 보러 방문했었죠. 그리고 학생들에게 제 포트폴리오를 보여줬는데, 그 포트폴리오를 본 학생들이 저를 프런코 출연자로 추천해준 거에요. 그 기회로 프런코 3에 참여하게 됐어요. 출연을 결심하고 남들과 다른 독특한 디자인을 마음껏 표현하고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2013년에 진행됐던 프로젝트 런웨이 올스타(이하 프런코 올스타)에도 참여하셨습니다. 당시 최종 우승자로 선발돼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셨는데, 우승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작진에게 프런코 올스타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 마침 패션 위크 기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결국엔 패션 위크를 포기하고 프런코 올스타에 참가하게 됐죠. 프런코 올스타에 참가하면서 프런코 시즌 3 때와는 다른 각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시즌 3 때는 심사위원들이 제 작품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안 하고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프런코 올스타전에서는 타인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타협하자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심사위원의 말을 새겨듣고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게 결실을 맺은 건지 최종우승까지 하게 됐습니다.

 

프런코를 통해 디자인 실력이 전 국민에게 입증된 만큼, 황재근 씨한테 프런코는 남다른 의미일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프런코는 제 인생에 새로운 ‘시작’을 열어준 프로그램입니다. 프런코 출연이 계기가 돼, 복면가왕 가면 디자이너로도 활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은 분이 제 방송 활동의 스타트를 끊게 해준 프로그램으로 복면가왕을 생각하시는데, 사실 프런코가 시발점이에요. 복면가왕 제작팀의 작가분들이 저한테 가면 디자인 제안을 한 이유가 프런코의 제 작품들을 보시고 ‘독특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말하더라고요. 결국, 프런코 출연은 저에게 많은 새로운 시작의 기회였던 거지요.

 

복면가왕이 2015년 4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만큼, 지금까지 많은 가면을 제작하셨습니다. 다수의 가면 중, 가장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셨던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박지윤 씨가 착용했던 ‘내숭백단 호박씨’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동그란 호박을 표현하려다 보니, 가면 형태도 둥글게 만들어야 했어요. 하지만 둥근 모양의 가면을 착용하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가면 안에서 소리 울림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해결하고자 이중으로 소재를 대서 가면을 제작했습니다. 호박씨 이외에도 현재 3D 형태의 가면이 트렌드에요. 3D 형태의 가면은 제작도 어렵고 움직임도 심해서 작업할 때 더욱 신중하게 제작하고 있어요.


 



브랜드 '제쿤'을 운영 중이십니다. 제쿤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브랜드 명칭인 제쿤은 제 유학 시절 이름을 그대로 반영한 거에요. 제쿤은 정제된 실용성 즉, ‘Refine Avant Garde’ 한 의상을 선보이는 브랜드입니다. 독특하고 화려하면서 전위적인 의복이 주를 이루고 있어 옷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지요.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저희 옷을 입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화려하고 전위적인 의상을 착용하고 출근하지는 않잖아요. 상업적인 디자인이 아니다 보니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아요. 그래도 저는 제 옷들이 너무 좋습니다. 막상 또 제가 일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면 사람들은 “이게 황재근 옷 맞아?” 라면서 반응이 좋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소신 있게 저만의 디자인을 계속 선보일 예정입니다. 사실 제가 그런 옷을 좋아해서 인지, 그런 디자인을 한 장본인인지는 몰라도 제쿤 옷들은 제가 착용했을 때, 가장 빛이 나는 것 같아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시는 만큼, 영감과 발상을 얻는 방법도 특별할 것 같은데요?

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다양한 컬러와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그래픽 월이나 페인팅의 그림·사진을 자주 봅니다. 또한, 길을 걸으며 보이는 빌딩과 보도블럭, 구조물, 사람들의 스타일링 등 주위 풍경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곤충을 보면서 디자인을 머릿속으로 그리기도 해요. 제가 구조적인 실루엣을 좋아하는데 곤충들이 조립된 것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고 정교한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직접 손으로 만지고 들여다보면 다양한 디자인이 떠오르고는 합니다. 복면가왕에서 최진희 씨가 착용하셨던 고추잠자리 가면도 실제로 잠자리를 들여다보다 날개 등이 구조적으로 이루어진 게 마음에 들었어요.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고추잠자리 가면을 제작한 거지요.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포인트가 무엇입니까?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구현해내려면 컬러, 소재, 실루엣 등 모든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저 역시도 모든 디자인 요소를 고려해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더 신경 쓰는 부분을 꼽자면 소재와 실루엣입니다. 남들이 사용하지 않은 소재를 발견해 제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는 디자인 시, 실루엣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앤트워프 출신이다 보니 옷의 3D 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최초의 한국인으로서,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 진학을 희망하는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모교를 추천해주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앤트워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누군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앤트워프 진학을 희망하는 이유가 저렴한 등록금이라면 전 반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또한, 상업적인 패션을 추구하거나 포기를 쉽게 하는 사람, 낭만 있는 학창 생활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앤트워프 진학을 포기하는 게 좋아요. 불굴의 의지가 없다면 끝까지 살아남기 힘든 곳이 앤트워프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앤트워프는 아방가르드한 패션 스타일을 추구해요. 즉, 자신만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앤트워프와는 맞지 않을 거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선배 디자이너로서 조언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디자인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인내심이 필수예요.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친구는 디자인 시장에서 오래 버틸 수 없어요. 디자인 분야에서 열정 페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업계의 잘못된 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간혹 열정도 없는 친구들에게는 열정페이조차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디자인 시장이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일도 힘들고 야근도 많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패션 업계는 정말 치열한 분야에요. 여기서 점차 커리어를 쌓아 나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연봉을 높여가야지 처음부터 큰돈을 벌려는 욕심으로 접근한다면 금방 포기하게 돼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에도 일을 하고 싶다며 찾아 왔다가 하루 만에 그만두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나가는 친구만이 디자인 업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습니다.

 

2016년을 준비하면서 가지고 계신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현재 대중들에게 받는 사랑이 너무 감사해요. 저의 독특한 모습을 싫어하실 수도 있는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친숙한 모습과 독특한 모습을 함께 겸비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기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세상 모든 영역의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패션 영역은 물론, 의·식·주를 포함하는 생활공간의 모든 것 즉,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디자인 제품을 비즈니스화 또는 상업화해서 금전적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에요. 단지, 디자이너로서 제 디자인을 모든 것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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