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업무용 메신저 전성시대 이끄는 ‘퍼스트 무버’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업무용 메신저 전성시대 이끄는 ‘퍼스트 무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5.04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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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업무용 메신저 전성시대 이끄는 ‘퍼스트 무버’

 

 

ⓒ슬랙
스튜어트 버터필드 슬랙 CEO ⓒ슬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격 업무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협업 문화가 생활 일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협업 툴 시장의 성장세 역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전 세계 협업 툴 시장은 오는 2023년 약 59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게임 개발하다 탄생한 기업용 메신저

과거 직장인들은 사내 팀원들과 자료나 일정 공유를 위해 주로 이메일을 활용했다. 하지만 이메일이 가진 다양한 제약사항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아지며 이후에는 메시지 서비스들이 업무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인 메신저들은 사생활 침해 요소로 인해 크게 각광받지 못했고, 사내 메신저나 그룹웨어 등은 외부 업체와의 협업에 있어 관리가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기업 업무에 특화된 협업용 메신저의 등장과 시장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 비즈니스용 채팅 도구인 ‘슬랙(Slack)’은 협업용 메신저 툴의 글로벌 1인자로 꼽힌다. 슬랙은 업무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거나 쉽게 메신저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PC나 스마트폰 등 이용 단말기도 가리지 않으며, 외부 어플리케이션과의 연동도 편리해 초기부터 실리콘밸리 개발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다. 답신을 주고받는 데 시간이 걸려 신속한 업무 처리에는 적합하지 않은 이메일과 달리 수신자의 주소를 일일이 입력할 필요도 없어 ‘이메일 킬러’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처럼 이메일과 메신저의 장점을 결합해 일하면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 속에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 이제는 일일 이용자만 1,000만 명이 넘는다. 국내 대기업들을 비롯해 나사(NASA)와 이베이, IMB, 스타벅스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슬랙을 채택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일찌감치 슬랙의 잠재력과 성장성을 보고 2017년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했고 현재 프로그램을 개발한 슬랙 테크놀로지스의 기업 가치는 170억 달러에 이른다. 4대 IT 기업인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뒤를 잇는 ‘APLUS’(에어비앤비·핀터레스트·리프트·우버·슬랙)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기업들이 협업용 메신저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 때문이다. 실제 미국 인적자원(HR) 전문기관 I4CP의 조사 결과 슬랙을 사용하는 회사들은 도입 이전보다 이메일 양이 49% 감소했고 미팅 수도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非)대면 업무 방식이 빠르게 정착되는 것도 협업용 메신저 시장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슬랙 역시 최근 사용량이 늘어 지난 3월11일 기준 동시접속자 수가 1,250만 명으로 뛰었고, 3월 말 기준 유료 가입자 수도 1,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비즈니스용 채팅 도구인 슬랙은 다양한 기능적 장점으로 인해 협업용 메신저 툴의 글로벌 1인자로 꼽힌다. ⓒ슬랙
비즈니스용 채팅 도구인 슬랙은 다양한 기능적 장점으로 인해 협업용 메신저 툴의 글로벌 1인자로 꼽힌다. ⓒ슬랙

 

인문학도에서 IT 기업 창업가로

슬랙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1973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런드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히피 부모와 함께 물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통나무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했지만 “기업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회고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런 그가 IT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서 유즈넷을 이용하면서부터다. 유년 시절 꿈꿨던 기업가로서의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002년 여름 밴쿠버에서 게임회사 ‘루디코프’를 설립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에 나섰지만 성공하지는 못 했다. 닷컴거품이 꺼지던 시기여서 투자를 받기 쉽지 않았고, 자금이 바닥나자 그는 눈을 돌려 2004년 사진공유 사이트 ‘플리커(Flickr)’를 설립했다.

 

 

슬랙은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현재 기업 가치만도 170억 달러에 이른다. ⓒ슬랙
슬랙은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현재 기업 가치만도 170억 달러에 이른다. ⓒ슬랙

 

 

플리커가 큰 성공을 거두자 버터필드는 이듬해 3,500만 달러에 기업을 야후에 매각한다. 총책임자로 3년 간 야후에서 활동하다가 퇴사한 그는 2009년 새로운 게임회사 ‘타이니 스펙’을 창업해 게임 개발에 다시 도전했다. 2011년 9월 온라인 게임 ‘글리치’를 선보였지만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며 서비스를 접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시 개발 과정에서 만든 내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슬랙이란 이름으로 발전시켰다. 실패작이 슬랙의 산파가 된 셈이다. 개발 초기에는 버터필드가 직접 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한 자료를 들고 다니며 팀장급 관리자들을 설득하는 등 직접 발품을 팔며 영업을 했다. 그리고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빠른 시간 만에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버터필드가 플리커나 슬랙 등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비스에서 성공한 것을 그의 전공과 연관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그가 개발하려던 온라인 게임은 전투를 하지 않는 대신 참가자들이 대화하고 협력해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인기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 엉뚱한 방식의 게임 개발을 추구했던 것이 플리커와 슬랙의 탄생과 성공을 낳은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경영 철학 역시 ‘인간을 아는 힘’이다. 인간을 알아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내면에는 무엇인가를 창조하고자 하는 깊은 충동이 숨어 있다. 누구나 화가나 음악가, 작가 등을 꿈꾸는 이유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공감하는 능력이다”며 “공감하지 못하면 기업이나 사업을 설계하기 힘들다. 사용자 규모와 매출, 이익 같은 정량적인 수치도 신경 써야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사용자들이 매일 공유하는 엄청난 양의 정성적 데이터다. 여기서 드러나는 인간 행동의 변화에서 우리는 가장 확실한 혁신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슬랙은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현재 기업 가치만도 170억 달러에 이른다. ⓒ슬랙
슬랙은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현재 기업 가치만도 170억 달러에 이른다. ⓒ슬랙

 

 

치열해 진 경쟁 속 돌파구 마련 주목

버터필드의 신념만큼 슬랙은 개방성과 편의성으로 기존 방식들의 불편함과 단점을 제대로 극복하며 성장해왔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 이후 글로벌 IT 기업들은 저마다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와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지난해 일일 사용자 2,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전한 MS는 물량 공세로 슬랙을 위협하고 있다. 두 회사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며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슬랙은 지난해 11월 MS의 팀즈 홍보 영상 일부가 자사 콘텐츠를 도용했다고 비난했고, 사용자 수치가 과장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MS 역시 슬랙을 향해 “깊이가 없다”며 반격한 바 있다. 두 업체 간의 경쟁 구도는 2016년 팀즈 개발이 처음 발표될 때부터 시작되어 슬랙은 이에 대응하여 뉴욕타임스에 “혁신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전면 광고로 대응한 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슬랙과 팀즈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반드시 ‘둘 중 하나’일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버터필드 역시 협력을 통해 대체재 부상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그는 “(MS 팀즈 사용자와 슬랙 사용자 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통화 기능 통합에 힘쓰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아웃룩 간에 이메일을 보내거나 툴을 전환하지 않고도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파일을 미리 볼 수 있는 기능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팀즈와의 기능 통합을 전개하기도 했다.

 

 

업무용 협업 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아성에도 큰 위협이 가해지고 있지만 슬랙은 끊임없는 서비스 개선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슬랙
업무용 협업 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아성에도 큰 위협이 가해지고 있지만 슬랙은 끊임없는 서비스 개선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슬랙

 

국내에서 개발한 토종 솔루션도 주목받는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의 ‘라인웍스’와 NHN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 토스랩의 ‘잔디’ 등 다양한 업무용 협업 도구가 있다. 카카오도 카카오톡과 별개의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 워크’를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추세 속에 슬랙은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 1월 정응섭 전 SAP코리아 전무를 지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국내 시장 진출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이르면 5월 한국어 버전 출시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슬랙의 국내 진출을 유료 서비스와 국내 기업 환경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하는 국내 환경도 슬랙 진출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여전히 국내 기업용 협업 툴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작다. 업계는 3,000억에서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여전히 개인 메신저를 업무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위해 디지털 업무환경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주어진 만큼 업무용 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태다. 업계는 슬랙의 한국 진출이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무용 협업 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슬랙의 아성에도 큰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버터필드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물리치기 위한 끊임없는 서비스 개선으로 이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여기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사항은 ‘사용자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는 부분이다. 이처럼 버터필드가 주목했던 소통의 중요성과 진정성이 바탕이 된다면 슬랙의 쾌속질주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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